‘시즌3’ 팩트체크 안 된 일방적 폭로글에 만신창이…“연봉·외모보다 인성 체크 먼저” 지적도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짝짓기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 시즌3’가 방송을 앞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반인 두 명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글이 올라왔고, 이 과정에서 아직 방송도 시작하지 않은 ‘하트시그널 시즌3’는 만신창이가 됐다. 이 글의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미 두 사람의 신상은 각종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며 네티즌의 먹잇감이 됐다.
일반인 출연자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어떤 주장도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옳을까.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하트시그널 시즌3’가 방송을 앞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 출연하는 일반인 두 명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글이 올라왔고, 이 과정에서 아직 방송도 시작하지 않은 ‘하트시그널 시즌3’는 만신창이가 됐다. 사진=채널A 제공
‘하트시그널3’에 출연하는 전직 승무원 A 씨의 학교 후배라고 밝힌 작성자는 “A 씨가 대학생 시절 후배들에게 막말과 인격모독을 일삼았으며, 괴롭힘을 이기지 못한 후배 한 명은 자퇴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출연자인 B 씨의 경우 ‘하트시그널 4번남 버닝썬 클럽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지울 수 없는 과거들. 버닝썬 앞 단체 사진. 저 중에 마약 혐의로 징역 간 애들 몇 명 있음. 강남 바닥에 모르는 애 없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두 글은 현재 삭제됐으나 이미 엄청난 양의 기사가 쏟아지며 강한 후폭풍을 가져왔다.
이에 대해 채널A 측은 “확인 결과 출연자들과 관련한 일각의 주장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한 출연자의 경우 원문 게시자를 통해 확인하려고 하였으나 원문이 이미 삭제되고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학교 관계자와 해당 루머에 피해자인 것으로 등장하는 당사자 등을 통해 논란이 사실과 다름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또 다른 출연자의 경우에는 본인은 물론이고 함께 학교를 다녔던 다수의 동창들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며 “현재 직장과 학교 등 일상에 복귀하여 생활하고 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출연자와 관련된 내용은 균형감 있게 봐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도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하트시그널’ 시리즈가 이전에도 비슷한 출연자 논란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시즌1에 출연했던 강 아무개 씨의 경우 강간 및 치상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게다가 그는 방송 출연 당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출연자 김 아무개 씨의 경우 과거 여러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대중의 비난을 샀다.
물론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시즌3 출연자들이 방송 시작 전부터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은 곤란하다. 익명 뒤에 숨은 주장을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부적절한 과거를 가진 인물이 TV 출연을 통해 신분을 세탁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 또한 온당치 않다. 결국 그 사이에 낀 방송사와 제작진이 보다 철저하게 출연진의 과거 이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방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방송작가는 “제작진은 출연 의향을 밝힌 이들에게서 받은 이력서 체크부터 SNS 검증 등 출연자를 둘러싸고 수차례 확인 작업을 거친다. 하지만 일반인이 대상이기 때문에 그들의 사생활을 완벽하게 검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그들을 향한 온라인 폭로 역시 일방적이기 때문에 이를 100% 사실이라 볼 수는 없다. 만약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애먼 출연진이 피해를 입는 것이라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미성년자 지원자가 많은 가수 지망생을 뽑는 오디션의 경우, 학교 폭력(학폭) 논란에 휩싸이는 사례가 잦았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의 출연자인 양홍원은 과거 행실이 도마에 올랐다. 사진=양홍원 공식 홈페이지
일반인 출연자를 둘러싼 논란은 ‘하트시그널’ 이전에도 무수히 많았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하던 개그맨 이승윤의 매니저는 채무 관련 폭로로 인해 하차했고,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는 미성년자를 성추행해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출연했다는 주장이 불거져 제작진이 사과하기도 했다.
미성년자 지원자가 많은 가수 지망생을 뽑는 오디션의 경우, 학교 폭력(학폭) 논란에 휩싸이는 사례가 잦았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와 ‘고등래퍼’의 출연자인 솜혜인, 양홍원 모두 과거 행실이 도마에 올랐다.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 ‘프로듀스X101’에 등장했던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 윤서빈도 학폭 논란으로 방송에서 중도 하차했다. 또한 JYP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도 해지됐다.
이들은 연예인을 꿈꾸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타 일반인 출연자에 비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래퍼인 양홍원의 경우 자신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와 관련된 기사와 콘텐츠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따라온다.
엄밀히 말해, 일반인 출연자의 모든 것을 검증할 수는 없다. 그들이 숨기려 마음먹는다면 밝혀낼 길이 없다. 또한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은 과거의 개인적인 행실을 출연자 스스로 낱낱이 체크하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하지만 대중이 진짜 화가 나는 몇 가지 이유는 있다. ‘하트시그널’과 같은 짝짓기 프로그램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남성 출연자들은 전문직이거나 젊은 사업가와 같은 고액 연봉자이며 여성 출연자들은 미인대회 출신이나 승무원, 계약직 아나운서 등 외모가 빼어난 이들 위주로 구성된다. 그들의 외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방송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할지라도, 이렇듯 성 역할을 구분 짓는 출연진 구성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결국 이런 조건을 먼저 고려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인성 및 과거 체크는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SNS의 발달로 익명 뒤에 숨은 폭로가 쉬워진 것도 일반인 출연자 논란이 증가한 이유다. 사실 여부를 떠나 누군가 장난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SNS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지만 이를 수습하긴 어렵다. 한 방송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의해 여론이 움직이는 현상도 사라져야 한다”며 “아울러 최소한의 확인 작업도 거치지 않고 현상만 확대 재생산하며 논란을 부추기는 언론의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