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 자막은 언어유희로 만든 것, 일베에서 쓰는 용어 생각 못해
최근 ‘일베 논란’이 불거진 웹예능 ‘워크맨’의 고동완 PD가 17일 공식입장을 밝혔다. 사진=일요신문 DB
17일 고 PD는 장문의 공식입장을 내고 ‘워크맨’ 일베 논란과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반박했다.
그는 “먼저 이번 ‘워크맨’ 자막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운을 띄우며 “제 불찰을 넘어 악의적인 허위사실과 비방이 계속되는 점에 대해 진실을 말씀드리고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고자 입장문을 정리해 올린다”고 말했다.
고 PD는 일베 논란이 불거진 ‘워크맨’ 부업편의 ‘18개 노무(勞務)시작’이라는 자막과 관련, “‘욕 나오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 언어유희를 즐겨 사용하던 자막스킬의 연장선으로 ‘18(욕) 개놈의 (잔업) 시작’의 의미로 해당 언어를 사용했다. 다만 이 경우 한자가 병기되지 않으면 욕설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 해당 단어의 한자를 병기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을 둘러싼 각종 루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고 PD는 과거 SBS ‘런닝맨’ 조연출을 맡았을 당시 일베 관련 물의를 일으켰다는 의혹에 대해 “SBS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자막이나 이미지 관련 업무를 담당한 사실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언론 기사와 게시글에서는 ‘런닝맨’에서 문제가 되었던 자막 관련 사고까지도 모두 저 고동완 개인과 관련 있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적시하여 보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악의적인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형사고소 등 엄중조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일베’와의 관계성을 놓고도 “특정 극우 사이트를 비롯해 어떠한 커뮤니티 활동도 한 적이 없다”라고 강조하며 “일부의 오해처럼 제가 해당 극우 사이트와 동조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러한 비하 표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제 삶을 바친 이 프로그램에서 이 표현이 그렇게 인지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PD는 “만약 필요하다면 제 개인 접속 기록 서버에 대한 일체의 검증도 수용할 의향이 있다. 그러나 검증조차 받지 못하고 쏟아진 추측성 보도와 일방적인 낙인을 일반인으로써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의도를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치유제가 되어야 할 예능이 상처를 입혔다면 마땅히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직접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낌없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만큼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워크맨’에서 일베 논란이 불거진 문제의 자막. 사진=워크맨 유튜브 캡처
앞서 ‘워크맨’은 지난 11일 피자박스 접기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는 방송인 장성규와 기상캐스터 김민아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18개 노무(勞務) 시작’이라는 자막이 등장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의 용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제작진 측이 두 차례에 걸쳐 사과했으나 400만 명을 넘어섰던 구독자 수가 이 사건 이후로 380만 명으로 급감할 정도로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한 상태다.
이하는 고동완 PD 해명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고동완입니다. 먼저 이번 ‘워크맨’ 자막 사태로 인하여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불찰을 넘어 악의적인 허위사실과 비방이 계속 되는 점에 대하여 진실을 말씀드리고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고자 입장문을 정리하여 올려드립니다.
악의적인 허위 사실 유포를 멈춰주시기를 간절히 단호히 호소합니다.
저는 SBS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자막이나 이미지 관련 업무를 담당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언론 기사와 게시글에서는 ‘런닝맨’에서 문제가 되었던 자막 관련 사고까지도 모두 저 고동완 개인과 관련 있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적시하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시 해당 프로그램 자막 관련 업무는 모두 다른 PD 분들이 담당했던 부분이고, 저는 그런 업무를 맡은 사실도 없습니다. 어떤 보도에서는 심지어는 제가 ‘런닝맨’ 프로그램을 담당하지 않았을 때 벌어진 일까지도 제가 한 것처럼 보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팩트를 정리하여 말씀드립니다.
1. 일베에서 만든 고려대학교 로고를 사용한 사건에서 그 이미지 자료를 준비한 FD는 제가 아닌 C라는 후배이고 영상 삽입작업 역시 제가 아닌 다른 피디가 담당했습니다.
2. ‘개운지’라는 표현이 나타난 사건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제가 2016. 2.경 퇴사한 이후 2016. 6.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3. 이처럼 앞서 ‘런닝맨’ 관련 일베 이미지나 용어 사건은 저랑 무관하기 때문에 저는 일베 관련 논란으로 ‘런닝맨’에서 하차한 사실이 없습니다. 당시 메인 피디님이 독립하면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셔서 퇴사한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들은 당시 관련 업무 담당자에 대한 취재를 통하여 충분히 사실확인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불찰로 인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은 진심으로 송구하나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의 명예를 걸고 결단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악의적으로 비방의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저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형사고소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하의 의도를 담아 자막을 사용한 사실이 없습니다.
저는 특정 극우 사이트를 비롯해 어떠한 커뮤니티 활동도 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단호한 진실입니다. 때문에 해당 극우 사이트에서 어떤 표현들을 자주 사용하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크맨 피디의 커뮤니티 비활동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워크맨 속의 젊은 트렌드 자막들은 제가 아닌 젊은 후배들의 아이디어로 보완하고 있었습니다.
또, 일부의 오해처럼 제가 해당 극우 사이트와 동조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러한 비하 표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제 삶을 바친 이 프로그램에서 이 표현이 그렇게 인지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몰랐고 상상하지도 못 했습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제 개인 접속 기록 서버에 대한 일체의 검증도 수용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검증조차 받지 못하고 쏟아진 추측성 보고와 일방적인 낙인을 일반인으로써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시청자 분들께는 자신이 아끼는 예능프로그램의 제작과정 및 제작의도 등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제작진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자 하였고, 더욱이 혐오나 비하의 목적으로 특정 언어와 장면을 사용하였다는 의혹이 있다면 작은 것 하나까지도 소상히 밝혀 그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에 저는 ‘워크맨’의 제작진 중 책임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번 자막사태의 경위에 대해 가감 없이 소상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3월 11일 <워크맨 부업1편>에서 삽입된 “18개 노무(勞務)시작”이라는 자막이 삽입되었습니다. 그 자막은 개당 100원이라는 피자박스접기 부업을 출연자가 132개를 하여 13200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장이 잔돈이 없는 관계로 18개를 추가 하여 15000원을 맞추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입니다.
당시 제작진은 갑자기 추가 잔업을 해야 하는 상황, 즉 말그대로 ‘욕 나오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 언어유희를 즐겨 사용하던 자막스킬의 연장선으로 <18(욕) 개놈의 (잔업) 시작>의 의미로 해당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한자가 병기되지 않으면 욕설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 해당 단어의 한자를 병기했습니다.
저는 이전 편에서도 종종 사용되었던 자막인 <개노무스키>의 연장선으로 개노무 (욕을 연상하게 하는 개놈의)로 이해하길 바라였고, 한편으로는 노무의 원래 의미인 일하여 임금을 벌다라는 <18개 일하기 시작>으로 이해하길 바라는 언어 유희적 효과도 생각했습니다.
평소 워크맨의 편집 작업은 3명의 편집피디가 각각의 회차를 돌아가면서 개별 편집을 하고 제가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자막 작업 또한 피디 들이 각자의 편집영상에 개별 자막 작업 후 제가 최종 검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18개 노무 시작>라는 단어는 이전에 후배가 썼던 <업무 re 시작 >라는 평이한 자막을 좀더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저와 같이 자막작업을 하던 후배 PD와 뭐가 더 웃길지 한참을 의논하였고, 저는 18개라는 욕같은 자막을 영상 속 상황과 연결시켜 노무(노역)라는 언어를 추가하여 18개노무로 쓰자고 구두로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담당 후배는 추후 자막 수정시 18개_노무로 해당 표현을 띄어쓰기 하였고, 담당 후배가 이것이 너무 욕 같아 보여서 좀 그렇다고 하여 한자도 추가하자라고 제가 제안했습니다.
다만 저는 당시는 물론이고, 이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도 해당 표현이 특정 극우 사이트에서 사용중인 비하표현으로 오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후배 또한 동일하게 의미로 이해하였기에 해당표현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 질거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지적하셨던 이하 다른 자막과 이미지들도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마치며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워크맨’을 아껴주셨고 덕분에 제작진인 저까지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제게는 너무나 과분하고 기적과 같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워크맨’을 즐겨주시는 시청자 분들의 모습을 보며 저 역시 한 장면, 한 장면 더 재미 있을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했고, ‘워크맨’을 즐겁게 봐주시는 시청자 여러분의 반응을 볼 때마다 너무나 힘이 났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발생한 자막 사태로 인하여 ‘워크맨’을 아껴주시고 저를 응원해주셨던 정말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기고 많은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이유와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불찰로 인하여 상처를 받으신 많은 시청자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의도를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치유제가 되어야 할 예능이 상처를 입혔다면 마땅히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직접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낌없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만큼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합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