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버린 딸 사망하자 “상속분 내놔” 요구한 친모,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해
지난해 11월 숨진 가수 겸 배우 구하라의 재산과 관련, 친오빠와 자녀를 버린 친모 간 상속 분쟁이 발생한 가운데 친오빠 측이 ‘구하라법’ 입법을 청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구 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에스의 노종언 변호사는 18일 국회에 구하라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을 했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현행 법체계는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오랫동안 다하지 못한 부모가 있다 하더라도 자녀가 사고 등으로 부모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보상금을 비롯한 자녀의 재산을 그 자녀를 버린 부모에게 상속된다”며 “자녀양육에 대한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도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그 부모가 취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한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이어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사건을 진행하며 ‘구하라법’(민법 상속법 일부 개정안) 제정을 청원하게 됐다. 어린 시절 친모에게 버림받고 고통받았던 구하라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구하라의 이름이 우리 사회를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부합하는 곳으로 바꿀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입법 청원을 하게 됐다”며 “입법청원이 국회에 정식 접수돼 심사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30일간 10만 명의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구하라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관심과 도움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구하라의 친모 송 아무개 씨는 구하라가 9세 때 가출해 20년 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 11월 구하라가 숨진 뒤, 친오빠 구 씨가 구하라의 부동산을 처분하면서의 일이다. 송 씨의 법률대리인을 주장한 변호사가 구 씨에게 부동산 매각대금 절반을 요구한 것.
구 씨는 “동생이 살아있는 동안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던 친모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지난 3일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친부에게도 구하라의 재산에 대한 50%의 상속 권한이 있었으나, 친부는 아들인 구 씨에게 이를 양도했다.
구하라의 친모는 그가 9세 때 가출해 20년 간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콘텐츠와이 제공
안녕하십니까, 구하라양 오빠의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입니다.
지난 3월 12일 저희는 하라양 오빠가 이 사건 소송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당시 말씀드렸던 부분 중 일명 ‘구하라법’ 관련 입법청원 진행 상황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2020년 3월 18일 국회에 ‘구하라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을 하였습니다. 현행 법체계에 따르면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오랫동안 다하지 못한 부모가 있다 하더라도, 자녀가 사고 등으로 부모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보상금을 비롯한 자녀의 재산은 그 자녀를 버린 부모에게 상속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자녀양육에 대한 자신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도 자녀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그 부모가 취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합니다.
이에 저희는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사건을 진행하면서 이와 함께 일명 ‘구하라법’(민법 상속편 일부 개정안)의 제정을 청원하게 되었습니다.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제도는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상속결격사유를 인정하고 있고, 민법 제1008조의2의 기여분 제도(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분 산정에 있어서 그 기여분을 가산하여 주는 제도)는 법원이 엄격한 요건 하에 특별한 기여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 결과 2010년 천안함 사건,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순국 장병과 어린 학생들에게 주어진 보상금이 실제로 그 장병과 학생들을 키운 분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수십년 전 해당 자녀들을 버리고 떠났던 직계존속에게 전달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민법상 상속결격사유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자”를 추가하고(민법 제1004조 제6호 신설), 기여분 제도의 문구를 기존의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에서 “공동상속인 중에 다른 공동상속인에 비하여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것으로 인정되거나 다른 공동상속인에 비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로 변경하여 기여의 개념을 단순한 “특별한 기여”라는 개념에서 다른 공동상속인과 비교하여 결정되는 상대적 개념으로 바꾸어 기여분의 인정범위를 넓히고자 합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1항 수정).
물론 구하라법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하라 양의 가족들이 진행하고 있는 본 사건에 개정된 법이 바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어린 시절 친모에게 버림받고 평생을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고통받았던 하라 양과 같은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양의 이름이 우리 사회를 보다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부합하는 곳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입법청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유사한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음에도 지난 10여년 간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답답함도 이번에 풀어보고 싶습니다.
저희의 입법청원을 통하여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가족제도와 상속제도의 변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금번 입법청원을 통하여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불러 일으켜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어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제안드립니다.
입법청원이 국회에 정식으로 접수되어 심사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30일간 10만명의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구하라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그 동안 하라양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어린 관심과 도움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입법청원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울러 향후 적절한 시기에 저희가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친모 측이 상속분을 포기할 경우 그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저희들의 입장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