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연임 확정한 신한·우리 ‘중장기 전략’ 마련 분주…코로나19 후폭풍·라임 사태 해결 공통 과제
신한금융은 최근 중장기 세부 경영전략을 세우는 데에 분주하다. 향후 공식화할 경영전략 명칭에는 ‘2023’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2023년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해다. 그가 2017년 3월 취임하면서 내놓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후속 전략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 역시 미리 세워둔 중장기 로드맵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었던 증권과 보험사 M&A(인수·합병) 계획이 중심이다. 지난해 보폭을 넓힌 비은행 부문 확대 전략이 공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결정해 본격적인 2기 체제에 돌입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두 금융그룹의 발걸음이 빨라진 건 불과 일주일 만이다. 올해 초 각각 ‘일류 신한’과 ‘1등 종합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세부 계획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룹 수장인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5일과 26일 주총에서 연임이 최종 결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세부 전략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게 두 금융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마련하는 경영 전략은 특히 예년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과 손 회장이 각각 채용비리 재판과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관련 중징계에 따른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고, 국민연금이 주총을 앞두고 두 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했다”며 연임 반대표를 던졌던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후폭풍도 겹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조 회장과 손 회장이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그룹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연임이 결정됐다”며 “이번 연임 성공은 회장 리스크와 각종 논란보다는 향후 실적을 끌어올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 결과다.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한 전략 수립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에 주가부양까지 남은 과제 산적
조용병 회장의 최대 과제는 앞선 1기 체제에서 마련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렌지라이프다. 신한금융은 2018년 9월 자산 32조 8400억 원 규모의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MBK파트너스로부터 인수했다. 이후 오렌지라이프 순이익이 일부 반영되면서 KB금융그룹에 내줬던 ‘1위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3조 4035억 원으로 KB금융과는 917억 원 차이에 불과했다. KB금융그룹은 최근 윤종규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을 이끌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1위 자리가 오렌지라이프 실적에서 갈렸던 만큼,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품을 경우 두 금융그룹의 자리가 다시 뒤바뀔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1월 오렌지라이프의 자사주 외 잔여 지분 40.9%를 취득해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고 오는 2021년 7월 1일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보험상품과 고객층, 영업 방식 및 구축해 둔 시스템 등에 차이가 있어 물리적 통합 뒤에도 협업체계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1년간 공동경영위원회를 통해 통합 논의를 해왔지만 최근까지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양쪽의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병 회장이 신한금융의 조직 체제를 일부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올해도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은 한동우 전 회장 재임 시절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다. 계열사별로 따로 운영하던 사업을 단위별로 묶어 지주사가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협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4대그룹 모두 이 체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신한금융은 매트릭스 조직 부문장과 계열사 사장단이 각각 다르다. 사업과 관련한 권한 행사와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는 대규모 손실 사태가 불거진 신한금융의 독일 헤리티지 DLS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도 꼽혔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비금융 부문 인수합병과 완전민영화를 위한 주가부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지주사 체제 전환 첫 해를 보냈다. 손 회장은 올해 초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외연 확대를 예고했다. 지난해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을 인수했고 올해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인수 마무리가 목표다. 그 밖에 증권, 보험부문에서도 구체적인 리스트를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수합병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어 당분간 ‘알짜 매물’ 찾는 일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주가부양은 종합금융그룹 구성과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2001년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를 목표로 설립된 이후 약 20년간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올해부터 2022년까지 보유 지분 17%를 매각해 ‘지체없는 민영화’를 예고했지만 우리금융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해 지주사 출범 이후 재상장 했을 당시 1만 6000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4월 2일 기준 7390원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사이 50% 넘게 급락했다. 같은 기간 4대금융 지주 주가 하락폭(30~48%)을 크게 웃돈다. 예금공사는 공적자금 원금을 손실 없이 모두 회수할 수 있는 주가는 1만 3800원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2022년까지 2년 사이 주가를 70%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주총을 앞두고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했다. 그동안은 손 회장이 겸임해왔다. 이 체제는 DLF 사태를 겪으면서 주가를 짓누르는 ‘지배구조 리스크’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앞으로 손 회장은 지주사 전반을 이끌고, 은행장은 은행 경영을 맡게 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으나 성공적인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을 이끌어 내야 시장이 응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후폭풍, DLF와 라임 사태 해결은 공통 숙제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의 공통 숙제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혼돈에 빠진 금융시장 대응 문제다. 특히 사상 첫 0%대 금리 시대가 열린 만큼 은행권 순이익 감소를 최소한으로 막아야 한다. 증권가에선 올해 4대 은행의 순이익이 1조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금융은 아직까지 은행 비중이 90%에 달해 경쟁 금융그룹보다 실적 악화 우려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두 금융그룹이 깊게 관여한 DLF 사태와 최근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라임 펀드 관련 의혹도 수습해야 한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두 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에 약점이 드러났던 만큼 이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두 회장은 올해 초와 주총 등에서 “고객 신뢰”를 강조하고 각각 소비자보호 정책을 내세웠다.
문상현 기자 moon@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