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촬영 마친 뒤 2년 간 표류…갈등 봉합 후 개봉 가능할까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개봉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 행을 택했던 영화 ‘사냥의 시간’이 또 한 번 공개가 연기됐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9일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을 존중해 4월 10일로 예정돼 있던 ‘사냥의 시간’ 콘텐츠 공개 및 관련 모든 행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한국을 포함 전세계에서 ‘사냥의 시간’을 기다려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추후 소식 전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사냥의 시간’은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현재 충무로에서 각광받는 젊은 배우들의 만남으로 영화 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아왔다. 당초 2월 29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해 극장 개봉이 밀린 바 있다.
이후 ‘사냥의 시간’의 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계 사정 등을 고려,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로 선회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냥의 시간’ 해외배급대행사인 콘텐츠판다와의 법적 분쟁이 불거졌다. 계약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선택한 뒤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게 콘텐츠판다 측의 주장이었다.
콘텐츠판다 측은 “‘사냥의 시간’은 이미 약 30여 개국에 선판매했으며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던 중이었다”라며 “리틀빅픽처스의 이중계약은 해외 영화사들이 콘텐츠판다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 계약과 적법한 권리를 무시한 행동이며 세계 각국의 영화사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리틀빅픽처스를 상대로 국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를 지난 8일 법원에서 받아들이면서 ‘사냥의 시간’의 개봉은 또 한 번 무기한 연기된 것.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부장판사 이승련)는 ‘사냥의 시간’에 대해 “극장·인터넷·텔레비전(지상파, 케이블, 위성 방송 포함)을 통해 상영·판매·배포하거나 비디오·DVD 등으로 제작·판매·배포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는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당초 재판은 국외 공개에 한정돼 이뤄졌으나 넷플릭스는 고심 끝에 국내 상영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냥의 시간’은 2018년 촬영을 마친 뒤 약 2년 간 공백을 두고 개봉일정을 조율해 왔다. 이런 가운데 두 차례에 걸친 개봉 연기로 인해 제작진은 물론 배우와 영화팬들 역시 기한 없는 기다림에 놓이게 됐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길고 심각한 침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첫 타자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모쪼록 긍정적인 결과로 종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