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후 청와대 발탁 임주헌 “이철과 악연, VIK에서 쫓겨나”…추천설 황희 의원 “전혀 사실 아냐”
2012년 보궐선거에 출마한 임주헌(개명 전 임희경) 씨의 선거공보물.
임주헌 씨 이름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VIK 경영기획팀에서 일했던 임 씨는 2017년 대선 직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6급 행정요원으로 발탁돼 2020년 2월까지 근무했다. 임 씨는 그만두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 점심 식사를 했다는 것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임 씨는 여권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황희 의원이 임 씨를 청와대에 추천했다는 얘기가 뒤늦게 돌았다.
이런 소문이 퍼지게 된 것은 임 씨의 과거 경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뒤 군산대에 입학, 남북청년학생 통일대회 방북단 등의 활동을 하다 제적된 임 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끌었던 국민참여당에서 활동했다. 그는 국민참여당 의정부 준비위원회 여성위원장과 의정부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을 거쳐 2010년 지방선거 때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했었다.
이후 임주헌 씨는 통합진보당으로 당적으로 옮겨 의정부 여성위원장으로 2012년 지방선거 의정부시의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다. 임 씨는 보궐 선거 경선에서 탈락하고 2013년 1월 VIK에 입사해 2015년 8월까지 소통네트워크실 경영기획팀 등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그는 2017년 대선 직전 문재인 캠프로 들어가 선거 후 청와대에 합류했다. 이를 두고 황 의원이 임 씨를 추천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주헌 씨는 “난 원래 그쪽에서 활동을 계속하던 사람이었다. 2017년 문재인 캠프에서 열심히 일을 했고 이를 인정을 받아 청와대를 들어가게 된 거였다. 황희 의원 이야기가 나온 건 사진 때문이다. 황희 의원 선거 캠프 사무장이었던 분과 내가 인연이 있어서 2016년 총선 앞두고 놀러 갔었다. 당시 후보였던 황희 의원과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는데 그게 오해가 된 거다. 사무장이었던 분과는 2012년 대선 캠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청와대는 의원 추천 없이 능력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임 씨는 “VIK에서 일한 거랑 청와대에서 근무한 거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나는 VIK에서 근무했을 때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 말단 직원이었다. 주요 임원 회의에 들어가긴 했지만 회의록 작성은 말단 직원의 몫이다. 임원이 회의록을 작성하진 않는다. 난 발언권도 없었다. 나만 한 게 아니라 같은 직급이었던 직원과 3개월에 한 번씩 돌아가며 했다. VIK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2015년 VIK 퇴직 이후 개인적인 일을 하다가 아는 사람과 인연으로 문재인 캠프에 들어간 거였다”고 했다.
임주헌 씨는 “검찰이 압수수색 들어오기 이전에 퇴직을 했었다. 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심하게 당해 이철 전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이가 벌어지는 계기가 있었다. VIK에서 성추행 등 사건이 있었는데 내가 여직원 편을 드니까 사이가 멀어졌다. 퇴직도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다. 그 여직원이랑 같이 쫓겨났다. 이철 전 대표가 나에 대한 악소문도 낼 정도였다. 이철 전 대표는 날 고소하기까지 했다. 이 전 대표는 날 업무방해, 모욕, 무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내가 이겼고 소송비까지 받아냈다. 난 VIK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게 다다. 청와대랑 상관없다”고 밝혔다.
개명과 관련해선 “이름을 바꾸고 청와대를 간 게 아니다. 원래 바꿀 생각이 있었다. 청와대 인사 검증 다 끝나고 이름을 바꾼 거다. 2017년 대선 뒤 청와대에 들어가 2018년 1월 새해가 돼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마음에 개명 신청을 해 같은 해 3월에 바뀌었다. 나는 정치를 계속하고 싶다. 이름이 여성스러워서 중성적인 이름으로 바꾸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황희 의원도 임 씨 추천설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전혀 아니다. 2016년 선거 때 우리 선배가 데리고 와 두 번 정도 캠프에서 얼굴을 본 게 다다. 나랑 연결돼서 이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임주헌 씨가 내 선거 캠프에서 일한 적도 없다. 인사만 했다”고 했다.
이어 황 의원은 “국회의원은 자기 보좌진 추천하기 바쁘다. 자기 보좌진 1명 넣기도 힘들다. 1명만 넣어도 많이 넣는 거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내 보좌진 2명이 청와대를 갔다. 그런데 왜 황희는 2명이나 추천했느냐는 말이 나와서 1명이 그만두고 장관 보좌진으로 갔다. 그 정도다. 정권 바뀌고 청와대를 갔는데 거기에 임주헌 씨가 있더라. 그래서 인사한 적은 있다. 그분을 소개해줬던 사람조차 임 씨가 어떻게 청와대 갔는지 모르더라”고 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임주헌 씨는 한마디를 더 남겼다.
“최경환 전 의원이 VIK에 투자했다는 VIK 직원 녹취록은 나도 가지고 있다. 당시 이철 전 대표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면서 팀장급이 신라젠을 팔 때 마케팅 용도로 썼다. 이걸 내놓지 않은 건 거짓말 같아서다. 최근에 이 전 대표가 또 자기가 뭐라도 된 것처럼 행동을 했다. VIK 투자자 카페가 있는데 자기가 대단한 일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건 아닌 거 같다. 최 전 의원 투자를 보도한 MBC 기자에게도 연락을 해서 ‘이철 전 대표가 영웅화 되면 안 된다’고 이미 전달했다. 이 전 대표는 사기꾼이 맞다. 이 전 대표가 이번 일로 재기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