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민병두 조직 인수인계 안 되는 등 ‘집안 싸움’…복당 불가 경고도 안 먹혀
민주당이 엄중 단속에 나섰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런 수뇌부의 불호령을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 청년으로 대부분 구성된 사단법인 ‘미래를함께하는사람들’이 무소속 후보 지지 선언 첫 테이프를 끊었다. 사진=민병두 의원실
3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는 “우리 당에서 4·15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시 영구 제명하겠다”고 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말을 전하며 “공천을 받지 못해 당을 떠난 분들이 무소속 출마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 복당하지 못한다는 취지”라며 “그래야 민주당 후보가 선거운동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최근 공천 배제 등에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두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무게를 얻는다.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로 경기 의정부갑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문석균 후보와 서울 동대문을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민병두 의원이다. 의정부갑과 동대문을엔 구조대원 출신 오영환 후보와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이 각각 공천됐다.
민주당이 집안 단속에 나선 이유는 두 지역에서 터줏대감과 공천자 사이의 조직 인수인계 작업이 원활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첫 잡음은 의정부에서 났다.
오영환 후보는 선거 운동에 착수하자마자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오 후보가 시·도의원들에게 간담회를 갖겠다고 통보했는데 이들 모두 ‘회기 중’이라며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오 후보는 “전원 의무 참석,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간담회에 불참한다면 민주당 선출직 의원으로서 기본 의무를 하지 않는 해당행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도의원들은 이에 대해 “정치 초짜가 점령군처럼 갑질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겉으론 오영환 후보의 갑질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다른 말들이 들린다. 기존 국회의원 세력의 텃세에 신참이 눌린 것 아니냐는 게 그 골자다. 지역 선거에선 무엇보다 지방의회 의원, 주민회, 직능단체 등으로 연결된 수직 구조의 집단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본청 입구 로텐더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의 지역구 세습 논란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통상 선거 때 공천을 받지 못하고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국회의원은 조직 전체를 후임에게 인계하는 게 관례였다. 이를 받지 못한 후보들은 거대 양당에 속해 있더라도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간혹 공천에서 탈락한 다선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희상 의장은 20년 넘게 이 지역에선 6선을 지낸 의원이다. 지역 조직 장악력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오영환 후보 공천 후 민주당 의정부갑 지역당원 400여 명이 “중앙당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지역 연고가 없는 영입 인사를 전략공천한 것은 폭거”라며 모두 당직을 사퇴한 것 역시 문 의장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서울 동대문구도 시끄러운 것은 비슷하다. 3선 민병두 의원은 지역 조직 관리도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미투 의혹이 불거지자 곧장 사퇴를 외쳤지만 지역에서 사퇴 만류 여론이 조성되며 거대한 미투의 파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지역 후보로 경선을 통과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장경태 후보는 공천 배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민병두 의원에게 3월 15일 오후 강한 도발을 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동안 민주당은 의원님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였습니다.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누렸으면 당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라며 “정부를 향한 국민적 지지와 응원이 커가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으며 개인적 마음을 채우려는 행동을 하면 동대문 주민도, 당원도 외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16년 20대 총선 이후 탈당 및 해당 행위 주도자는 단 한 명도 복당시킨 바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장경태 후보는 3월 16일 청년 당원 일부와 기자회견을 열어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문석균 불출마 및 오영환 후보 지원촉구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문희상 의장 쪽을 향해 “당의 결정으로 공천된 오영환 후보에게 조리돌림에 가까운 정치적 폭력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마타도어와 조직을 동원한 왕따로 갑질을 행사하고 있는 곳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려는 문석균 후보 쪽”이라며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공정한 세상 정의로운 민주당을 원합니다. 아빠찬스, 엄마찬스로 불공평한 세상을 민주당이 앞장서서 바꿔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마무리 지었다. 타깃은 문석균 후보였지만 간접적으로 민병두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문 의장과 민 의원은 지역구 조직을 민주당 후보에게 인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3월 17일 오 후보는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조직과 인맥을 문희상 의장 쪽에서 가지고 있어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문석균 후보 측과) 연락도 안 된다”고 했다. 동대문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김현지 전 비서관과 장경태 후보가 경선을 치를 때부터 지금껏 이 지역 민주당 후보와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선 이해찬 대표 등 수뇌부들이 무소속 출마자들에 대해 강경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기류가 감지된다. 여기엔 이 대표 본인의 과거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20대 총선 때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공천 배제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한 바 있다.
총선 위기론 역시 무소속 출마자 당선 시 복당 가능성을 더하는 부분이다. 한때 민주당은 200석도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반은커녕 1당 사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석이라도 아쉬운 판에 무소속 출마자들의 복당을 거절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을 비롯해 청년 민주당원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미래를함께하는사람들’은 3월 25일 민병두 의원 캠프를 찾아 지지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초반에 무소속 후보 캠프 지원을 나가려다 당의 불호령을 듣고 멈칫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나중에 어떤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당이 위기라는 명분 아래서 한 행동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