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희망자들 150명 모았지만 무한 대기 중…외교부 “한국인 귀국시킬 다른 방법 논의 중”
외교부가 비행기 좌석 수요를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외 파견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 소속 단원들을 귀국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진=코이카 홍보 브로슈어 캡처
코이카는 정부 차원의 대외무상협력사업을 전담하는 외교부 산하 기관이다.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 봉사단원을 파견해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한다.
모로코로 파견된 단원 일부는 2019년 12월 말부터 코이카 측에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제노포비아라고 불리는 외국인 혐오 사태가 모로코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던 탓이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부터 번지기 시작할 때쯤 한 단원이 모로코 중부 도시 마라케시에서 길을 걷다 “차이니즈 고 고(중국인 나가)”라는 말과 함께 현지인이 던진 돌에 맞은 사건이 시발점이었다.
2월 중순 중국을 넘어 한국에서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소식을 접한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종차별 행위가 시작됐다. 개발도상국과 오지로 파견된 단원들은 이런 인종차별 행위에 직접 노출됐다. 코이카는 중도 귀국할 단원에 한해 귀국시키는 것으로 1차 결론을 내렸다.
코이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모로코 파견 단원 총원 50여 명 가운데 10여 명이 조기 귀국을 원했다. 일부만 귀국 의사를 밝힌 건 국내정착지원금 때문으로 알려졌다. 코이카는 보통 2년 봉사를 마친 단원에게 귀국 시 수고비조로 국내정착지원금 약 120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중도 포기하면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귀국행 비행기 티켓 역시 개인이 확보해야 했다.
3월 초 코로나19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 코이카는 중도 포기 불이익 조항을 한시적으로 없앴다. 체류 시간을 일할로 계산해 있었던 기간만큼만 계산해서 준다는 조건부였다. 그 후 모로코 파견 단원 50여 명은 귀국 희망자 반과 체류 희망자 반으로 다시 나뉘었다.
모로코로 파견된 단원 일부는 2019년 12월 말부터 코이카 측에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모로코 국기 이미지.
하지만 이틀 뒤인 3월 15일 코이카는 귀국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알렸다. 동시에 모로코 라밧에서 3월 18일 출발해 카타르 도하를 경유, 인천으로 들어오는 카타르 항공을 예약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모로코의 모든 항공편은 취소됐다. 모로코 정부가 모든 국제선 항공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권한은 코이카에서 상위 기관인 외교부로 넘어갔다.
외교부는 다른 항공편을 찾기 시작했다. 카타르항공을 섭외하는 동시에 한국으로 귀국할 사람을 추가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우선 코이카 단원 중 체류 희망자들까지 모두 귀국하기로 하면서 단원들의 수는 5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을 포함해 귀국 희망자는 3월 25일 기준 97명이었다.
외교부는 50여 명을 더 모아 최종 150여 명이 모였다. 하지만 카타르항공 비행기 좌석수는 250석이었다. 150여 명으로 비행기를 띄울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한국행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100명 더 구하든가 100석 정도의 비용을 내는 방법이었다. 외교부는 100석 비용을 내는 대신 한국행을 원하는 외국인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4월 1일로 예정된 출국일까지 외교부는 외국인 섭외에 힘을 쏟았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현재 150여 명은 무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이카는 정부 차원의 대외무상협력사업을 전담하는 외교부 산하 기관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9년 10월 2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장면. 사진=박은숙 기자
외교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전세기를 띄우지만 모로코는 전세기를 띄울 계획은 없다. 임시 항공편을 알아봤는데 이것도 수요가 모아졌을 때나 띄우는 게 맞다. 귀국하려는 한국인 수요가 안 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무산된 경우가 많았다. 모로코 대사와 한국인을 귀국시킬 다른 방법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협력단원 50여 명은 3월 초쯤부터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호텔에서 각방을 쓰며 지내고 있다. 라바트 3성급 호텔은 하루에 7만 원 정도다. 하루에 350만 원이 드는 셈이다. 지금까지 20일 이상 머물렀다는 것을 감안하면 50여 명의 호텔 체류비만 최소 7000만 원을 넘게 소요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로코에서 한국행 비행기 삯은 1인당 150만 원 정도 든다. 채우지 못한 100명 좌석을 그냥 구매할 경우 1억 5000만 원가량이다. 단원들의 체류 기간이 더 길어질 경우 현지 호텔 체류비는 비행기 삯을 넘어설 수도 있다.
외교부와 코이카는 모로코의 국경 폐쇄 때문이 일이 커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현재까지 귀국 못한 단원이 남아 있는 국가는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카메룬, 중남미의 볼리비아 정도라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코이카는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요신문에 3월 말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 공개하겠다던 코이카는 입장을 바꿔 “대외공식채널이 외교부로 일원화됐으니 외교부나 현지 대사관으로 연락하라”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