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70%에 15만 원씩…“더 어려운 분에게 지급해야” 선별적 지원 나서
재난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의 일환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시그니처 정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지사는 경기지사 취임 이후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하고 준비해 왔다. 경기도 청년기본수당도 기본소득의 한 줄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자들에게도 돈을 줘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과 재원 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지사는 부동산 불로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국토보유세를 제안했지만 당과 청와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민생경제가 위축되자 재난기본소득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터져 나왔고 경기도는 ‘모든 도민에게’ 지급하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모두를 대상으로 한 이재명식 기본소득의 첫발이다.
모두에게 10만 원씩 지급하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의 방침이 나오자 지난달 24일 장덕천 부천시장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장 시장은 “기본소득을 주는 이유는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소비가 편중돼 있다”며 “부천 인구 87만 명에 10만 원씩 지급하면 870억 원이 소요된다. 이렇게 하는 것보다 부천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여 명에게 400만 원씩 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장 시장을 겨냥해 “재난기본소득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천시를 빼고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장 시장은 이틀 만인 26일 “제 글로 인해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 복지정책은 보편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모든 도민에게 일정액을 주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도 큰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며 자신의 불찰을 시인했고 이 지사는 “부천도 함께 가겠다”며 사태를 정리했다.
당시 부천 시민 상당수가 재난기본소득을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 장 시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경기도의회 부천 지역 도의원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도 부족할 때에 정치적 논란만 부추긴 셈”이라며 장 시장에게 공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듯 부천시를 재난기본소득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찾겠다던 이 지사의 직선적인 성격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천시 해프닝을 뒤로하고 경기도 31개 시군은 저마다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과 별도로 자체 재난기본소득을 준비했다. 안성이 도내에서 가장 많은 25만 원, 화성이 20만 원, 이천, 동두천이 15만 원, 과천, 성남, 용인 등이 10만 원, 부천, 의정부, 하남 등이 5만 원으로 해당 시군의 도민들은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10만 원과 시군 재난기본소득을 받게 됐다.
이재명 지사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에 동참한 이들 시군에 인센티브로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재정교부금은 인구 1명당 1만 원으로 모든 시군이 참여한다면 도가 각 시군에 약 1326억 원가량의 재정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런데 31개 시군 중 유일하게 남양주시가 ‘모든 시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눈길을 끌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
조 시장은 “처음 논의가 시작할 때 남양주시 재정 여력은 150억 원뿐으로 71만 시민에게 지급한다면 1인당 2만 원에 불과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절박함에 시의 미래를 위해 계획한 사업을 축소, 연기, 포기하며 800억 원의 재난긴급지원금을 마련했고 더 힘들고 어려운 시민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한 기준을 따랐다”고 밝혔다.
정부 지급 기준인 소득 하위 70%를 남양주시에 적용하면 총 26만 9000가구 중 80%인 21만 5700여 가구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가구원 수로 계산하면 1인당 15만 원꼴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남양주시는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참여하는 시군에 지급하기로 했던 1인당 1만 원의 특별재정교부금 인센티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약 71억 원의 교부금을 포기한 셈이다.
남양주시 언론팀장은 “조금 더 어려운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해 지급 대상을 정부 기준에 맞췄고 월세나 임대료를 내야 하는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역화폐는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효율성은 현금과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또한 남양주시는 공무원을 재난긴급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조금 더 많은 시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라고 시는 거듭 밝혔다.
남양주시의 재난긴급지원금은 일견 보편적 복지인 경기도형 기본재난소득의 반대편에 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 선별적의 차이를 나누기보다 지금은 국민에게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가가 개인에게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그 지원이 경기를 부양하는 선순환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