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기세 올리며 넷플릭스 위협하던 디즈니, 극장 개봉 줄줄이 꼬여…주가도 넷플릭스에 밀려
4월 15일(현지시간) 기준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1873억 달러로 1866억 달러의 디즈니를 넘어섰다. 사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한국 최초의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제작발표회 당시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넷플릭스 대항마 꿈꾼 디즈니, 주식 시장은 냉담
2019년 11월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넷플릭스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디즈니는 말 그대로 콘텐츠 왕국이다. 워낙 자체 콘텐츠가 탄탄한 데다 인수 합병한 픽사, 마블, 20세기폭스, 루카스필름 등을 통해 확보한 콘텐츠가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인기 TV 프로그램을 다수 보유한 폭스까지 인수했다.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OTT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계약이 종료되는 디즈니 콘텐츠들은 하나둘 넷플릭스를 떠나게 된다. 아무리 자체 제작 콘텐츠가 탄탄해졌다고 할지라도 디즈니 콘텐츠가 사라지는 것은 넷플릭스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OTT 사업에 뛰어드는 곳은 디즈니 하나뿐이 아니다. 워너브라더스를 운영하는 통신사 AT&T의 OTT 서비스 ‘HBO맥스’는 HBO 인기 드라마와 DC 필름스, 워너브라더스 등의 영화까지 제공한다. 여기에 NBC유니버셜의 OTT 서비스 ‘피코크’, 애플의 ‘애플TV+’ 등도 막강한 도전자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벌어졌다. 그나마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는 5개월 만에 가입자 5000만 명을 돌파하며 급부상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경쟁 OTT들은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시작하려 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주식시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시가총액에서 디즈니를 넘어서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15일(현지시간) 기준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1873억 달러로 1866억 달러의 디즈니를 넘어섰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주가가 3.2% 오른 데 반해 디즈니는 2.5% 하락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OTT 시장 자체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수혜는 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플러스’도 누리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5개월 만에 가입자가 5000만 명을 넘어 섰다는 사실이 알려진 4월 8일(현지 시간)에는 디즈니의 주가도 7%가량 급등했다.
#코로나19로 시작도 못한 마블 페이즈4, 복잡해진 개봉 일정
넷플릭스의 지속적 주가 상승과 달리 디즈니는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OTT 시장의 선전과 달리 오프라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디즈니랜드가 사실상 문을 닫았다. 디즈니랜드가 올리는 수익은 디즈니 전체 수익의 40% 정도로 알려졌다.
게다가 전 세계 극장가를 지배하고 있는 디즈니 영화도 코로나19 치명타를 맞았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급감하면서 개봉 예정 영화들이 줄줄이 일정을 연기하고 있는 것.
‘블랙 위도우’가 11월로 개봉을 연기하면서 자연스레 11월 개봉 예정이던 ‘이터널스’는 2021년 2월로 개봉을 미뤘다. 사진=‘블랙 위도우’ 포스터
그런데 ‘블랙 위도우’가 11월로 개봉을 연기하면서 자연스레 11월 개봉 예정이던 ‘이터널스’는 2021년 2월로 미뤄졌다. ‘상치와 10개 반지의 전설’,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등 다른 페이즈4 라인업 영화들도 순차적으로 개봉이 연기될 터라 페이즈4 라인업 발표 당시 마블이 밝힌 최적의 개봉 일정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마블 영화와 함께 디즈니 영화의 양대 산맥인 디즈니 실사영화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월 개봉 예정이던 ‘뮬란’은 7월로 개봉을 연기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역시 6월에서 11월로 개봉을 미뤘다. 이런 분위기는 ‘원더우먼1984’와 ‘탑건: 매버릭’의 개봉을 연기한 HBO맥스의 워너브라더스 등 다른 할리우드 영화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영화 제작을 기반으로 한 후발 OTT 서비스 업체들과 달리 애초부터 극장이 아닌 스마트폰과 TV, PC 등을 기반으로 한 사업구조에 집중해온 넷플릭스가 홀로 코로나19 수혜자가 되고 있다. 약점으로 여겨지던 오프라인 기반의 부재가 코로나19 상황에선 악재의 부재가 된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체제작 드라마 ‘킹덤2’ 돌풍에 힘입어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는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이 어려워진 한국 영화들의 단독 공개도 시도하고 있다. 막강한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OTT 사업 진출로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이던 넷플릭스는 이렇게 코로나19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최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