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과 2차전지 사업 껴 있어 눈길…업계 일각 보조금 노린 불법 경계 목소리
상상인저축은행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경찰은 현재 도피 중인 김봉현 전 회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뒤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9년 초 발생한 수원여객운수 자금 161억 원 횡령 사건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한 자신이 실소유했다고 알려진 스타모빌리티에서 2019년 중순 자금 571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동시에 받고 있다.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에서 발생한 횡령 금액 대부분 라임자산운용 투입 자금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스타모빌리티 주요 주주다. 라임자산운용은 스타모빌리티로부터 195억 원어치 전환사채를 구입하기도 했다. 전환사채란 주식을 담보로 한 투자금 유치로 보면 된다.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 따라 붙는다. 스타모빌리티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4월 1일 오전 경기 안산에 위치한 스타모빌리티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상상인그룹도 김봉현 전 회장 사건에 이름이 거론된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를 각각 인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상상인그룹은 2019년 한때 스타모빌리티의 주요 주주가 되기도 했다.
무리한 대출 집행 탓에 상상인그룹 역시 수사당국의 칼날 앞에 섰다. 4월 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상상인과 상상인저축은행 사무실 등 2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상상인그룹 지주회사 격인 상상인이 압수수색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상상인그룹 계열사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전환사채 등을 담보로 법정 한도를 넘는 개인 대출을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은행은 자기자본의 20% 범위 안에서만 대출을 해줄 수 있다. 검찰은 1월 상상인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46)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었다.
상상인그룹이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건 코링크PE와의 관계가 한몫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18년 7월 WFM이란 회사에 전환사채를 담보로 100억 원을 대출해 줬다. 2019년 6월 코링크PE에 20억 원을 대출해 줬다가 회수하기도 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역시 2019년 8월 WFM에 주식 110만 주를 담보로 20억 원을 대출해 줬다. WFM은 코링크PE가 인수한 회사였다. 코링크PE의 실소유주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38)였다.
재미있는 건 이 사태 전반에 2차 전지 업체가 껴있다는 점이다. 스타모빌리티는 2016년 중순 전기 오토바이라 불리는 전기 이륜차 관련 부품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조범동 씨가 코링크PE를 차리기 직전 심혈을 기울였던 회사는 DH모터스였다. 그는 주주이자 직원이었다. DH모터스는 우체국 수요를 염두에 두고 전기와 휘발유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오토바이 전문 회사를 꿈꿨다. 조 씨의 코링크PE가 인수했던 WFM 역시 2차 전지 관련 회사였다.
스타모빌리티는 2019년 8월 제주도의 카셰어링 업체인 제주스타렌탈 지분도 매입하려 했다. 당시 나온 사업 자료 등에 따르면 스타모빌리티는 사업 영역을 전기 버스와 2차 전지, 공유 모빌리티 등으로 확대하려 했었다.
이들이 2차 전지 시장에 이렇게 큰 관심을 보였던 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이 아니었냐는 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2차 전지 관련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과 저리 대출 등으로 저자본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 수원여객운수의 경우 지난해 1월 161억 원 횡령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당 3억~4억 원 정도 하는 전기 버스 100대를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구매 금액의 약 70%는 모두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으로 채워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금융사기를 잘 살펴보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세금이 이상한 곳으로 새어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 2차 전지나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에서 특정한 세력이 이득을 독점하는 것 아닌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2차 전지 관련 사업에 심혈을 쏟고 있다. 전국 주요 시내버스 회사가 차량을 전기 버스로 교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우체국은 올해 전기 오토바이 1만 5000대를 보급할 계획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