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당선자 ‘채널A 기자 명예훼손’ 피고발…‘정언유착’으로 수사 확대 가능성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사장과 채널A 사이 불거진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윤 총장의 전격적인 수사 개시 판단 배경에는 ‘큰 그림’을 이미 그려본 뒤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러한 윤 총장의 전격적인 수사 개시 판단 배경에는 ‘큰그림’을 이미 그려본 뒤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사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 아무개 채널A 기자가 MBC에 의혹을 제보한 지 아무개 씨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윤석열 총장 최측근 검사장이) 아니다’라며 관련성을 부인하는 대화들이 녹취록에 등장하고, 지 씨와 범여권 인사들 사이의 사전 폭로 협의 정황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가 채널A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되면서 직접 수사할 명분도 생겼다.
#일단 시작된 고발인 수사
윤석열 총장은 대검 인권부장에게 관련 중간보고를 받은 뒤 전격적인 검찰 수사를 지시했다. 대검 대변인은 4월 17일 늦은 저녁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에 채널A 사건 수사 지시’라는 입장 자료를 통해 “서울남부지검에 접수된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채널A 관련 고발 사건이 접수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해 형사1부에서 언론사 관계자, 불상의 검찰 관계자의 인권 침해와 위법 행위 유무를 심도 있게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21일 오전, 고발인에 대한 조사가 곧바로 시작됐다. 검찰은 민언련 김서중 상임대표를 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했는데 김 대표는 “채널A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며 “검찰이 간부 등 윗선 관여 여부 등까지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의혹이 제기된 것은 3월 31일 MBC 보도에서부터다. MBC는 채널A 기자가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대리인 등에 접촉한 뒤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인 현직 A 검사장과 통화한 녹취록 등을 읽어주며 취재 협조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채널A와 해당 검사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고, 윤 총장은 이를 토대로 ‘추가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추미애 장관은 추가 진상조사를, 대검 감찰부장은 감찰 필요성을 보고했고 윤 총장은 결국 ‘수사’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택했다. 정면승부를 선택한 셈이다.
#‘검언유착’ 의혹 사실무근 판단한 듯
MBC가 보도한 검언유착 의혹은 제보자의 진술을 토대로 했다. 하지만 보도 직후, 이 기자는 “해당 녹음 파일은 내 지인의 목소리”라고 이를 부인했다. A 검사장 역시 “통화한 적이 없다. 이 기자가 미안하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선을 그었다.
추가로 MBC가 보도한 녹취록에서는 이 기자가 제보자인 지 아무개 씨와의 대화에서 ‘관련성’을 부인하는 대화들도 등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유튜브 시사평론가 유재일 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3월 23일 이 기자는 지 씨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측근’ 검사장의 이름을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 기자는 “자꾸 특정인 얘기를 하는데 A가 됐든 누가 됐든 저는 그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라고 항변한다.
이에 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해당 부분을 언급한 뒤 “나쁘고 얼빠진 기자가 제보자한테 정신 못 차리고 농락당했더라”며 “녹취록만으로는 검사장급과 통화를 했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익명의 한 검사는 “A 검사장이 주변에 ‘절대 전화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를 하더라”며 “평소 스타일을 고려할 때 A 검사장이 아닐 확률이 높아 보인다. 결국 녹취 파일 속 실제 인물이 누구인지가 관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윤 총장이 ‘A 검사장’을 통한 유착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해 수사를 결정했다는 얘기다.
최강욱 당선자가 수사를 함께 받게 된 점도 윤 총장이 고려했을 사안이다. 최강욱 당선자는 4월 3일 공개한 ‘편지와 녹취록 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란 제목의 글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고발당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특히 이를 문제 삼았던 최강욱 당선자가 수사를 함께 받게 된 점도 윤 총장이 고려했을 사안이다. 최강욱 당선자는 4월 3일 ‘편지와 녹취록 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란 제목의 글에서 채널A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이 전 대표를 대리해 나온 지 씨와 채널A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간추려 설명한 글에서 “이 대표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해당 녹취록에는 이 같은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경 MBC 논설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언 유착 의혹이 제기된) 채널A 56쪽 녹취록을 다 읽었다”며 “최강욱이 ‘사실 아니라도 좋다’ 운운했다고 한 대목은 아예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최강욱 당선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앞선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최 당선자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 맥락이 있다면 수사는 물론, 처벌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허위 녹취파일을 들려주는 등 양쪽 모두 문제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윤 총장이 강제 수사라는, 가장 빠르고 논란이 없는 옵션을 고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 당선자뿐 아니라, 제보자(지 씨)와 다른 여권 인사가 미리 논의한 정황이 있다면 ‘검언유착’이 아니라 ‘정언유착’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수사의 시작은 이 기자가 지 씨에게 들려준 20초의 녹취파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검찰은 해당 녹취파일을 아직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선 익명의 검사는 “해당 파일의 목소리가 A 검사장이 아니면 끝나는, 아주 단순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수사 신속하게 끝낼 듯
수사는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바로 고발인 조사를 착수한 점도 이를 방증하는데, 5월 30일 전에 끝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21대 국회 개회 전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정치적인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및 운영이 올해 하반기에는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사건 전모를 털어놔야 발목을 잡힐 게 적다는 분석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최대한 빨리 확인해서 전말을 언론에 밝혀야만 하는 정치적인 사건”이라면 “공수처가 본격화될 때 검찰총장의 자격으로 입장을 내야 할 상황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때까지 검언유착 의혹이 남아 있으면 검찰의 목소리를 누가 신뢰하겠느냐”고 얘기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