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건모 비공개 소환 등 원점 재검토…‘박사방’ 수사와 일정 겹쳐 장기화 예상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를 다시 진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건모 성폭행 사건은 출발점에 서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CBS노컷뉴스와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가 두 차례나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려 했지만 검찰이 이를 반려했었다고 한다. 검찰이 경찰 수사 기록을 검토한 뒤 두 번이나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보완 수사를 지시한 것. 경찰이 세 번째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겠다는 의견을 밝히자 결국 검찰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때에도 검찰은 수사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경찰의 강력한 견해에 따라 기소의견 사건 송치를 받아들였다. 경찰 수사를 검찰이 3번이나 재지휘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관례도 감안해야 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는 얘기는 경찰 수사 과정에선 김건모의 혐의가 확인됐다는 의미다. 경찰 수사가 이뤄지는 동안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건이 무혐의로 결론이 날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결국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기소의견’을 밝히면서 김건모 성폭행 사건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 수사결과를 받아들여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건 송치 과정에서의 경찰과 검찰의 의견 차이를 감안하면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수사 결과를 밝힌 근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다는 점이다.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은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갖는다. 그렇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더 있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김건모 씨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 수년 전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수사상의 한계”라며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수사를 통해 확보된 다른 증거와 충돌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증거들이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줘야 한다. 이미 오래 전 사건이라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역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거듭해서 경찰에 수사 보완을 지시했다. 사건 송치 과정에서 보인 경찰과 검찰의 의견 차이를 놓고 볼 때 검찰은 경찰이 확보한 증거만으론 김건모의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김건모 성폭행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 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비공개로 김건모 씨를 소환 조사할 가능성도 높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기 때문에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역시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거쳐 증거가 확보되면 기소가 이뤄져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그 반대면 검찰이 불기소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김건모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현재 조주빈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유현정 부장검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장이다. 브리핑을 하고 있는 유현정 팀장. 사진=최준필 기자
이런 상황에서 변수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검거하면서 텔레그램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로 검찰이 바빠졌다는 점이다. 특히 김건모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조주빈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이끄는 유현정 부장검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장이기도 하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4월 13일 재판에 넘긴 곳이 바로 유현정 부장검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이다. 3월 중순 서울경찰청이 조주빈 검거에 성공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자 검찰은 3월 25일 검사 등 21명으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을 꾸려 관련 수사를 전담케 했다. 3월 25일은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김건모 사건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날이기도 하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려는 시점에 조주빈 등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관련 수사도 본격화한 것이다.
이처럼 김건모 성폭행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당장은 조주빈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108일이나 걸릴 만큼 길어진 경찰 수사에 이어 검찰 수사도 꽤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