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카카오·마카롱 등 ‘택시’ 기반 혁신 경쟁…개정안 통과로 불확실성 제거되며 투자 유치 활발
타다 베이직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이후 승차공유 업계는 택시 기반 서비스를 통해 혁신 경쟁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서비스를 종료한 다음날인 지난 4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주차장에 타다 택시가 대규모로 주차되어 있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재기 노리는 타다, 노조 분쟁 암초
지난 3월 5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한 달 뒤 VCNC와 모회사 쏘카는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했다. 쏘카는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에 집중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프리미엄의 경우 고급택시 호출 형태로, 택시면허를 보유한 택시법인이나 개인택시의 참여가 필요하다. 타다 베이직 종료 전후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택시기사들을 유인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2019년 7월 출시된 타다 프리미엄의 경우 현재 수도권에서만 100여 대가 운행 중이다.
하지만 재기를 노리는 타다가 암초를 만났다. 드라이버 노조와의 분쟁이다. 타다 베이직에서 일했던 드라이버로 구성된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서울시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증을 수령했다. 노조의 공식 명칭은 ‘서울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이다. 지난 3월 19일 출범한 타다 드라이버 비대위는 지난 4월 9일 이재웅 쏘카 전 대표와 박 대표를 파견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타다를 상대로 드라이버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법적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서비스 유예기간이 남았음에도 해당 서비스를 종료하고 차고지나 차량을 매각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모빌리티 전쟁 2막 키워드는 ‘택시’
타다가 주춤한 사이 다른 승차공유 업체들은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타다와 함께 여객운수법 국회 통과를 강력 반대했던 차차다. 차차크리에이션이 운영하는 차차는 렌터카를 기반으로 타다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해 ‘타다금지법’ 이후 사업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서비스를 신속히 종료한 타다와 달리 차차는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차차는 기존 렌터카 기반 서비스 지역 확장과 증차 계획을 세웠고 새로운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다. 차차크리에이션 관계자는 “상반기 중 차량을 기존 2배 규모로 증차할 계획”이라며 “사업을 존속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차 외 다른 승차 공유 서비스들은 택시면허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택시법인과 제휴하거나 개인택시를 흡수하는 등 정부 정책에 발맞춰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 타다가 지난 3월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위해 개인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타다의 라이벌로 꼽혔던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법인을 인수해 택시면허 900여 개를 확보하고 가맹택시 서비스 ‘카카오T블루’의 운행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4월 9일 울산광역시와 광주광역시, 경기도 의정부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시범서비스를 실시 중인 지역을 포함해 총 10개 지역에서 5000여 대의 ‘카카오T블루’를 운행하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여객운수법을 개정하며 가맹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중앙정부 기조에 맞춰 택시산업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T블루’를 여러 지역에서 선보이고 있다”며 “이미 지자체로부터 인가를 받은 지역의 택시법인과 제휴해 플랫폼과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또한 서비스 지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KST모빌리티 관계자는 “국회를 통과한 여객운수법은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KST모빌리티는 플랫폼가맹사업 구역확대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국토부에 제출하고, 운송가맹사업 구역을 10곳으로 늘리기 위해 가맹택시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는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KST모빌리티 제공
#불확실성 걷히자 투자 확대?
여객운수법 개정안 통과 전후로 모빌리티 업계에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KST모빌리티는 연초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지난 3월에도 30억 원을 추가 유치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대규모 투자를 포함하면 총 2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셈이다. 이에 따라 연내 목표 또한 전국 5000대 운행에서 2만 대 운행으로 늘렸다.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코나투스 또한 지난 4월 27일 3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반반택시는 같은 방향 승객의 자발적 동승을 중개하는 택시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서울에서만 1만 명 규모의 택시기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최근 반반택시에 투자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반반택시 서비스는 택시를 기반으로 택시업계와 상생하는 플랫폼이고 효율성도 높다”며 “투자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택시업계와 상생 차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여객운송법 통과 이후 투자 유치가 더 원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승차공유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되면서 규모가 큰 기업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 또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승차공유 업계 관계자 또한 “정부가 제도권에 승차공유 서비스를 유입하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일종의 새로운 시장이 생겨난 셈”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판을 깔아준 데다 불확실성까지 걷혔으니 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투자 유치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