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개정 의제강간 연령 만 13세서 16세로 상향…상대가 만 19세 미만일 땐 처벌 안해 ‘애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사건에서 교사에게 강간죄가 적용된다. 의제강간 연령이 만 16세 미만으로 상향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더 이상 교사와 중학생의 성관계는 사랑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강간’이라는 범죄로 규정된다.
영화 ‘제니, 주노’는 15세 중학생들이 성관계를 가져 임신을 하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진=영화 ‘제니, 주노’ 스틸 컷
4월 29일 국회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오랜 기간 논란을 빚어온 의제강간 관련 사안으로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기준연령을 현행 만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판단능력이 불완전한 미성년자의 성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이뤄진 법률 개정이다. 다만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대상자가 19세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제한을 뒀다. 따라서 19세 미만인 이가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상호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질 경우 처벌받지 않는다. 16세 미만일지라도 어느 정도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인정해주기 위함이다.
의제강간이란 강간과 동일하게 간주되는 성행위로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만 13세 미만의 아동과 성행위를 할 경우 형사 처분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는 상호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을지라도 13세 미만과의 성관계는 의제강간으로 봐 강간죄가 성립됐다. 그렇지만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16세 미만으로 그 연령이 상향된다. 이로 인해 다양한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이 됐던 중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교사가 형사 처분을 피해가는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한 중학교 교사와 제자의 성관계 사건이 대표적이다. 교사와 제자의 사랑이 고등학교에서는 형사 처분을 피할 수 있겠지만 중학교에서는 무조건 의제강간이 된다. 다만 고등학생일지라도 생일이 지나지 않은 고1은 아직 만 15세로 의제강간이 적용된다.
영화 ‘여교사’에서는 고등학생과 여교사의 관계가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사진=영화 ‘여교사’ 스틸 컷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2018년 6월 법률신문에 ‘미성년자 의제강간·강제추행 연령개정론’이라는 제목의 연구논단을 기고했다. 여기서 조 전 장관은 “원조교제가 아닌 미성년자 고교생과 성인 간의 ‘합의 성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고교생의 성적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성관계의 구체적 상황을 무시한 채 보호의 명분 아래 성적 금욕주의를 형법으로 강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사회문화·사회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같은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성적 자유 측면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달리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한 법의 입장도 차이가 나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미성년자의 성적 판단 능력은 인정하되 중학생과 고교생을 구분하자는 의견으로 의제강간 연령을 중학생인 만 16세 미만으로 상향한 이번 법률 개정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던 셈이다. 다만 고교생인 만 16세 이상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렇지만 법 개정을 통해 잣대를 바꾸는 것만으로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개정된 법률은 만 16세 미만일지라도 성관계의 대상이 19세 미만인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제한했다. 물론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에 한해서다. 다시 말해 중학생과 고교생의 서로 동의해서 갖는 성관계는 의제강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제강간 연령인 만 16세 미만의 중학생일지라도 어느 정도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인정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런 법적인 기준이 갖는 한계도 분명하다. 실제 발생한 일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3 여학생과 고3 남학생이 사귀기 시작하면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 이들의 성관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받아 처벌 대상이 아니다. 교제가 이어지며 해가 바뀌어 중3 여학생은 고등학생이 되고 고3 남학생은 대학생이 된다. 그런데 생일이 3월인 남학생은 대학 입학 직후 만 19세가 됐지만 생일이 11월 말인 여학생은 11월까지는 고1이지만 만 15세다. 따라서 그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이들의 성관계는 의제강간으로 처벌대상이 된다. 3월 이전에는 합법이었고 다시 11월이 지나면 합법이지만 이 기간 동안에는 형사처벌 대상, 그것도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한 성범죄자가 된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