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계 코로나19 지원에서 완전 배제…여유 있는 업소는 시설 투자, 그렇지 못한 곳은 음성 영업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 여성이 유흥업소에서 일할 당시에 감염력이 그리 높지 않았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며 서울 강남 일대 등 유흥업계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이처럼 최대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유독 유흥업계만 각종 지원에서 배제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관계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이 위기만 지나고 나면 유흥업계가 더욱 호황을 누릴 것이라 전망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역삼동 소재의 대형 유흥업소 ‘ㅋㅋ&트렌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접대여성이 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자칫 유흥업계가 새로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사진=고성준 기자
#“우리도 세금 내는 국민이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 누가 유흥업소에 가서 술을 마시겠습니까? 조금 분위기가 풀리나 싶었는데 유흥업소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난리를 겪으며 아예 영업 중단까지 당한 상황입니다. 영업중단이 풀릴지라도 누가 무서워서 오겠습니까? 코로나19 초기엔 동선공개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문제였는데 이젠 정말 감염될 수 있다는 실체적인 두려움이 덮쳤습니다. 다 망하게 생겼습니다.”
강남 소재의 한 유흥업소 사장의 하소연이다. 이 업소는 문제가 된 강남 대형 유흥업소 ‘ㅋㅋ&트렌드’처럼 4월 초부터 서울시 방역 당국의 권고에 따라 영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영업 부진이었다. ‘ㅋㅋ&트렌드’처럼 일부 대형 업소들은 3월 말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반대로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업소들은 단골 고객을 위주로 그나마 가게가 돌아가는 편이었다고 한다.
반면 이 사장이 운영하는 업소는 대로변에 있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평범한 룸살롱이었다. 손님의 발길이 거의 끊긴 지 이미 오래라고 한다.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연이은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방역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권고를 따를지라도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남의 대형 유흥업소 관계자의 설명, 아니 하소연이다.
“원래 유흥업소는 수해 등의 재해 상황에서도 아무론 지원을 받지 못해요. 재해자금 지원 대상에서 유흥업소는 늘 제외되기 때문이죠. 이번 코로나19에서도 아무런 지원이 없어요. 서울시에서 사실상 유흥업소의 영업을 중단시켰지만 이에 따른 손실 보전 대책은 전혀 없어요. 경기도는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들에 대해 ‘영업주·종사자 및 이용자 간 신체 접촉 금지’를 명령했는데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란 얘기죠. 이렇게 돌려서 조치를 취하니 자연스레 손실 보전 대책도 빠졌죠. 경기 활성화를 위해 풀리는 자금도 유흥업소와는 무관해요. 코로나19로 대구 지역에서 지급되는 긴급생계자금이나 경기도에서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이 모두 유흥업소에서는 사용이 제한됩니다. 우리 하는 일이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터라 매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만, 우리도 세금을 내는 국민이기는 매한가지라는 얘기 정도는 하고 싶어요.”
코로나19 상황이 지나간 뒤 유흥업계가 더 큰 호황을 누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손님들이 꾸준할 정도로 유흥업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가장 큰 근거다. 사진=일요신문DB
반면 지금은 피할 수 없는 위기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지나간 뒤 유흥업계가 더 큰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흥업계에 엄청난 위기를 몰고 온 ‘ㅋㅋ&트렌드’ 상황이 그 반증이라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식당과 주점 등에 손님들이 급감해 자영업자들이 힘겨워하고 있었지만 그날 밤 ‘ㅋㅋ&트렌드’에는 수백 명의 손님이 방문했다. 그만큼 유흥업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게다가 위기는 변화의 기회라고 얘기하는 유흥업계 관계자들도 많다. 유흥업계에서 큰손으로 분류되는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의 분석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지나고 나면 우선 접대여성들이 크게 물갈이될 것으로 보여요. 지금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일이 끊기면서 돈이 급한 이들은 변두리나 지방, 내지는 윤락업소 등으로 자리를 옮길 겁니다. 그렇게 한 번 강남 바닥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죠. 그 자리를 새로운 접대여성들이 대거 채울 겁니다. 또 한 번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셈이죠. 이런 흐름 속에서 유흥업계가 더욱 고급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2차 성매매가 가능한 저렴한 룸살롱들이 이번 위기로 휘청거릴 때 텐프로, 텐카페 등으로 부르는 2차가 안 되는 고급 유흥업소들은 더 늘어날 겁니다. 이런 변화는 접대여성들이 대거 바뀌는 계기가 필요한데 코로나19가 그걸 해주는 거죠. 이미 유흥업계는 불법적이고 음성화된 룸살롱과 더 고급스럽고 합법적인 룸살롱으로 양분돼 있었지만 이런 분위기가 더 심화될 겁니다.”
문제는 자금이다. 투자 여력이 있는 유흥업소들은 영업이 중단된 요즘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인테리어 등 내부 수리에 들어갔다. 동시에 더 경쟁력 있는 접대여성들을 새로 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됐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반면 당장 여력이 없는 업소들은 문을 잠그고 불법 영업을 하는 등 당장의 상황을 견뎌내는 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합법적으로 운영되던 룸살롱까지 2차 등 불법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렇게 유흥업계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양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업소는 업소대로 자금이 없는 업소는 업소대로 정부와 지자체가 영업중단에 따른 손실 보전을 해줘야 한다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그 속사정은 정반대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