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로 노모 이어 혼자 남을 아들까지 살해…며칠간 현장서 여성과 함께 지내
4월 27일 오후 1시쯤 경찰이 서울 상도동의 한 빌라 장롱에서 비닐에 싸여 숨진 채 발견된 할머니 A씨(70)와 초등학생 손자 B 군(12)을 발견했다. 사진=연합뉴스
4월 27일 오후 1시쯤 경찰은 서울 상도동의 한 빌라 장롱에서 비닐에 싸여 숨진 채 발견된 할머니 A 씨와 초등학생 손자 B 군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A 씨 첫째 며느리의 실종 신고를 받고 이 빌라로 출동했다. 4월 16일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지만 B 군이 계속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않자 학교는 그 사실을 동작구에 알렸고 담당 공무원이 B 군의 집에 방문했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공무원은 첫째 며느리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가 B 군의 부친이자 A 씨의 둘째 아들인 C 씨(41)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며느리가 실종 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 28일 현장 감식을 벌였고 두 사람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망 시점은 약 2개월 전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사망 시점과 사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그리고 경찰은 현장 감식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 바로 시신을 싸고 있던 비닐에서 발견된 지문이다. 지문의 주인공은 사건 발생과 함께 용의 선상에 오른 C 씨였다. 그렇지만 C 씨는 A 씨에 대한 실종 신고 접수 소식을 들은 직후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한 뒤였다.
A 씨와 B 군이 사망하고 두 달가량이 지났지만 아무도 몰랐다. 인근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신이 발견된 빌라 인근의 한 상인은 “실종 신고를 한 며느리가 첫째 며느리고 둘째 며느리는 못 봤다. 아들과의 교류도 그다지 없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상인들도 어제 경찰차가 와서 사건을 알았지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고 말했다.
C 씨는 강력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지난해 12월 출소했다. 최근까지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던 C 씨는 A 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바로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오토바이가 경찰 추적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후 오토바이까지 버리고 성동구 소재의 한 모텔에 숨어 지냈다.
이처럼 완벽한 도주를 시도했지만 허점이 있었다.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지만 종종 전원을 켰다가 다시 끈 것. 이를 통해 C 씨의 위치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경찰은 그 인근 CCTV 영상을 분석해 숨어 있는 모텔을 파악해 검거에 돌입했다. 그렇게 경찰에 검거된 C 씨는 별다른 저항이 없었으며 경찰서에 온 뒤 바로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C 씨는 모친 A 씨와 아들 B 군을 살해(살인·존속살해)한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살인 동기는 역시 돈이었다. C 씨는 독립하겠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돈을 요구하며 모친 A 씨와 다투다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게 A 씨를 살해한 뒤 아들 B 군이 혼자 살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해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
용의자 C 씨는 돈 문제로 모친 A 씨와 다투다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아들 B 군이 혼자 살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해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 사진은 MBC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 스틸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이처럼 자신의 모친과 아들을 연이어 살해한 뒤 C 씨의 행보가 더욱 충격적이다. 우선 이들의 시신을 비닐에 싸서 장롱에 넣은 뒤 아무렇지 않게 그 집에서 기거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지냈지만 장롱 속 시신은 점차 부패하기 시작했다. 시체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그제야 C 씨는 빌라를 떠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한편 C 씨가 성동구 소재의 한 모텔에서 검거될 당시 여성 D 씨도 함께 있었다. D 씨는 C 씨의 살인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C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같이 조사 중이다. D 씨는 C 씨가 모친과 아들을 살해해 장롱 속에 시신을 방치한 뒤 며칠 동안 그 빌라에서 지날 때에도 함께 있었다고 알려졌다.
A 씨와 B 군이 사망하고도 두 달가량 방치된 것은 그만큼 주위와 교류가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A 씨는 아들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C 씨의 아들 B 군을 홀로 키우고 있었다. C 씨가 이혼한 데다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기 때문이다. 실종 신고를 한 큰아들네와도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사라진 것을 최초로 감지한 곳은 가족이나 이웃이 아닌 B 군의 학교였다.
A 씨와 B 군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시점은 두 달 전인 2월 말이나 3월 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보다 빨리 이들의 사망 사실이 알려졌을 수도 있다. 교육부는 2016년 1월 발생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직후 전국 5900여 개 초등학교의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이나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2016년 10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17년부터는 취학아동에 대한 소재 파악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됐고 4월에서야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서 아동학대 보호에 사각지대가 생길 위험성이 제기됐었는데 결국 이런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그나마 온라인 개학 이후 장기결석 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관리가 이뤄져 뒤늦게나마 살인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