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주력’ 처방약 판매 부진…타사 비해 R&D 투자 적다는 비판도
처방약 판매 매출 비중이 높은 유한양행이 ‘코로나19’가 심화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어두운 성적을 거뒀다. 사진은 국내 최대 보건산업 국제 컨벤션인 ‘바이오코리아 2019’에 마련된 유한양행 부스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유한양행의 올해 1분기 잠정 연결기준 매출액은 3133억 원, 영업이익은 1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9.2%, 82.4% 감소할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업계에서 유한양행의 실적 감소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각 제약사의 연결기준 매출 규모는 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순이다. 녹십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078억 원, 영업이익 6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2.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한미약품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882억 원, 영업이익 28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9%, 3.8% 감소했지만 유한양행에 비하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약업계는 유한양행의 올해 1분기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처방약(ETC) 판매 부진을 꼽는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병원 내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제약사의 영업활동이 위축됐고, 종합·대학병원 내원 환자 수가 줄면서 이쪽의 처방약 매출 비중이 높은 유한양행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유한양행의 매출 중 처방약 비중은 지난해 기준 64.1%다. 그러나 한미약품과 GC녹십자의 처방약 비중이 2019년 기준 각각 94.3%, 89.4%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부진 이유는 종합‧대학병원 영업 비중이 높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동안 개인병원보다 종합·대학병원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여기에 주력해왔던 유한양행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반면 다른 제약사들은 종합·대학병원의 영업 비율이 유한양행만큼 높진 않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올해 1분기 비처방약(OTC) 매출은 29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7% 증가했으나 처방약 매출은 1937억 원으로 13.3% 감소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처방약 부문이 회복되지 못한 채 매출 역성장의 주요 원인이 됐다”면서도 “처방약 사업부문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병원 환자 감소세가 4월 말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2분기 실적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유한양행의 1분기 별도 실적은 매출액 3033억 원, 영업이익 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3%, 37% 감소했다. 별도 실적도 부진했지만, 연결기준 실적이 더욱 심했던 것은 자회사들의 실적 하락 탓이 크다. 특히 유한양행이 지분 100%를 보유한 유한화학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외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유한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1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44.1% 감소한 수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 입구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제약시장 구조 변화도 유한양행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C형간염 치료제인 소발디와 하보니, B형간염 치료제인 비리어드를 주요 판매 상품으로 삼고 있다. 소발디와 하보니는 2017년 국내 처방이 시작되며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을 장악했지만 수요가 줄어들면서 판매 실적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약학대학 교수는 “C형간염이 100% 완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 효과가 굉장히 좋은 편으로 새로운 감염자 증가 수가 최근 몇 년 전부터 현저히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약 개발의 역설인데, 유한양행에서 판매하는 약의 효능이 워낙 좋아 C형간염 환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의약품 우수성 평가에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유한양행 입장에선 매출 부문에서 아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원가 상승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 영업이익 감소에는 이들이 사용하는 원가의 가격 상승이 크게 작용했다”며 “유한양행은 다른 회사 대비 (직접 개발한 제품보다) 상품 매출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원가도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유한양행이 판매하는 약품이 우수한 효과·효능을 보인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사이니만큼 연구·개발(R&D)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유한양행의 R&D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기준 유한양행의 R&D 비율은 9.3%로 녹십자 11%, 한미약품 18.8%, 대웅제약 13.89%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 측은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1분기에 직접적으로 받았고 (B형간염 치료제인) 비리어드 단가 인하로 매출 감소가 있었다”며 “2분기에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 매출이 증가할 것이고 자체개발 개량 신약의 매출 증가와 기술료 수익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향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파이프라인 개발에 힘써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