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까지 이태원 게이클럽 관련 확진자 14명…당시 클럽 등에 1500여 명 방문 ‘초긴장’
5월 7일에 발표된 지역 내 감염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고 여기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자칫 클럽이 ‘제2의 신천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용인시 66번째 확진자가 방문했던 이태원의 킹클럽은 문을 닫고 폐쇄돼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5월 6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지역 내 감염 확진자가 발생했다.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용인시 66번째 확진자 A 씨다. 그리고 다음날인 7일에는 경기도 안양시에서도 지역 내 감염 확진자가 나왔다. 안양시 23번째 확진자 B 씨로 그는 용인시 66번째 확진자 A 씨의 친구다. 먼저 발열과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인 A 씨가 B 씨를 감염시킨 것으로 보인다.
8일에는 A 씨가 다니는 회사인 분당구 한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A 씨가 회사에서 감염됐을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회사 동료가 감염됐을 수도 있다. A 씨가 회사에 마지막으로 출근한 것은 4월 29일이며 증상은 5월 2일 발현됐다. 만약 A 씨로 인해 회사 동료가 감염된 것이라면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연휴 기간 동안 A 씨의 동선이 중요해진다.
A 씨는 연휴가 시작된 4월 30일 친구 3명과 함께 서울 송파, 경기 가평, 강원 춘천과 홍천 등을 돌아다녔다. 30일 오전에는 송파구 장지동 소재의 이디야 송파파인타운점을 들렀다가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춘천·홍천 등으로 여행을 떠났다. 다음 날인 5월 1일 오후 다시 송파파인타운 지하주차장에 들러 장지역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후 귀가했다가 용인시 수지구 황재코다리냉면과 기흥구 레스프리 드 분당 주류점에 들렀다. 그리고 이날 밤 문제의 이태원 방문이 이뤄졌다.
A 씨는 친구인 B 씨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이들은 하루 전 강원도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둘은 버스를 타고 이태원에 도착해 밤 10시 57분부터 2일 0시 19분까지 주점 ‘술판’에 머물렀고 이후 3분가량 인근 편의점에 들렀다.
A 씨와 B 씨는 0시 24분부터 36분 동안 클럽 ‘킹클럽’에 머물렀고 새벽 1시 6분부터 25분 동안 주점 ‘트렁크’에 들렀다. 그리고 1시 40분부터 10분 동안 또 다른 클럽에 들렀으며, 2시 무렵 다시 킹클럽에 가서 1시간 10분 동안 있었다. 킹클럽에서 나온 시간은 새벽 3시 11분, 잠시 인근 편의점을 방문하고 새벽 3시 32분부터 15분간 주점 ‘퀸’에 들렀다 나와 택시를 타고 용인 자택으로 귀가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40분이다. 그리고 이날 오후 4시 성남시 분당구 소재의 막내쌈밥 정자점과 세븐일레븐 분당한솔마을점을 방문했으며 친구 차량으로 노브랜드 용인청덕점에 들렀다가 귀가했다. 그리고 이날 처음으로 발열과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
3일 수원시 연무동의 조은이비인후과와 인근 대학약국을 방문한 뒤 4일에는 외출하지 않고 자택에 머물렀다. 그리고 5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의 조은이비인후과를 재방문했지만 휴진이라 오전 11시 용인시 기흥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체채취를 받았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이어진 이태원 동선이다. 보건당국이 공개한 행보는 킹클럽과 트렁크, 그리고 퀸 등 3곳이다. 이곳 외에 업소명을 공개하지 않은 또 다른 클럽에도 들렀다. 킹클럽은 알려진 것처럼 게이클럽이며 트렁크와 퀸은 바 형태의 주점이다.
이들이 방문한 클럽과 주점 등 4곳에는 각각 수백 명의 손님들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를 합치면 1500명이 넘는다. 보건당국이 확보한 A 씨가 방문한 클럽 등 업소 3곳의 출입명부에 적힌 방문자수만 봐도 650명, 540명, 320명 등 총 1510명이다. 다른 주점에 있던 손님과 출입명부에서 누락된 손님 등을 더하면 그 수는 더 많아질 수 있다.
8일 0시 기준, 지역 감염 확진자는 B 씨 한 명뿐이지만 그 이후 속출했다. 8일 오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겸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오늘(8일) 0시 이후 확진환자의 직장 동료 1인과 클럽에서 접촉한 12명의 확진이 확인됐다”며 “이 가운데는 외국인 3명과 군인 1명도 포함돼 있다. 추가적으로 확진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A 씨로 인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는 모두 14명으로 이 가운데 직장 동료를 제외한 13명이 모두 이태원 클럽과 연관돼 있다.
보건당국이 공개한 행보는 킹클럽과 트렁크, 그리고 퀸 등 3곳이다. 이곳 외에도 업소 명을 공개하지 않은 또 다른 클럽에도 들렀다. 킹클럽은 알려진 것처럼 게이클럽이며 트렁크와 퀸은 바 형태의 주점이다. 사진=이종현 기자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면서 몇 차례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강남의 대형 유흥업소 여종업원이 전염력이 있던 것으로 보이는 기간에 업소에서 일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도쿄처럼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가 새로운 집단감염지가 될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또한 대구 확진자가 부산의 한 클럽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부산시 방역당국을 긴장케 하기도 했다.
유흥업소와 클럽은 밀폐된 공간이며 신체 접촉이 잦다. 특히 클럽은 비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특성상 개인 간 거리를 1~2m로 유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흥업소와 클럽 방문자의 마스크 착용률도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지만 다행히 확진자 동선에 포함됐던 강남 유흥업소와 부산 클럽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다.
이번에도 클럽이다. 게다가 게이클럽으로 알려진 곳으로 일반 클럽과는 사뭇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게이클럽은 그 이름처럼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게이클럽 방문자라고 모두 성소수자는 아니다.
문제는 시선이다. 게이클럽을 가보기는커녕 어떤 곳인지조차 잘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그 이름만으로 그곳에 대해 편견을 갖는 시선이 분명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게이클럽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외부에 밝히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성소수자라고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성소수자의 사생활을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아웃팅’ 논란도 거세다.
이런 분위기는 동선공개와 접촉자 추적이 중요한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될 수밖에 없다. A 씨와 B 씨가 방문했던 5월 1일 밤과 2일 새벽 사이 이태원 클럽을 찾았던 이들이 방역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탓에 교인의 신원 파악에 애를 먹었던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감염 때처럼 방역당국이 어려움을 겪게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들을 통해 또 다른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성남 127번째 확진자 역시 5월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 이태원에 있었던 것으로 동선이 밝혀졌다. 그런데 성남 127번째 확진자는 성남시의료원 격리병동 간호 인력이다. 다행히 병원 내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남시의료원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