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자기 욕심 채우려 국회 들어간 것 같아 배신감”…최봉태 변호사 “맏며느리 꾸지람 정도”
“회계 투명 공개 요구하는 이용수 할머니, 공지영 작가도 친일파로 만들었다.”(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
텍스트와 이를 쓰거나 올린 이가 잘 매칭이 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위해 활동해온 이들이 위안부 할머니를 공격하고 보수 계열의 야당이 위안부 할머니를 방어하고 나섰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복잡하고, 한편으로 기구하기도 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윤미향은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다. 30년 동안 같이했다”라며 “책임을 완수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 국회에 들어가는 것 같아 배신감이 들고 서럽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용수 할머니가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 방문 당시 모습. 사진=일요신문DB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 이후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후원금 불투명 운영 등 부실회계 관련 의혹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미리 알았는지 여부다. 이 과정에서 정의연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당선자 개인을 둘러싼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미 고발까지 이뤄진 회계문제는 수사기관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미리 알았는지 여부는 회계문제처럼 수사로 실체가 드러나기 모호한 사안이라 진실게임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의혹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왜’다. 오랜 기간 함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동지’ 이용수 할머니와 윤 당선자가 ‘왜’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남도 아닌 적에 가까운 관계가 된 것일까. 보다 근본적으로 ‘왜’ 이용수 할머니가 이런 문제제기를 하게 된 것일까.
이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앞서 소개한 윤 당선자의 남편 김삼석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수원시민신문’ 홈페이지에 올린 ‘아베가 가장 미워할 국회의원 윤미향 2’라는 글이다. 이 글은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김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매체에 올린 것이다.
이 글은 “이용수 할머니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후손들에게 목돈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에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의혹으로 시작해 “사회운동가와 피해자의 관점은 다를 수 있다. 그 빈틈을 이용수 할머니 옆에 붙어 있는 (반일을 반대하는) 수상한 괴뢰단체에서 파고든 것 같다”는 견해로 이어졌다. 김삼석 씨는 이 글의 끝부분에서 편집자가 자신임을 밝히며 “죽비 같은 글을 귀하게 써준 김두일 님의 글을 페이스북에서 받아 안고, 다시 힘을 내어 작은 언론에 올려봅니다. 작은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 번져나가 잔잔한 파장이 일기를 바라며…”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각종 매체에 인용 보도되며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수원시민신문’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가 5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 일본대사관 앞에서 1439차 정기 수요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기자회견을 통해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자 기자회견을 주선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되며 ‘최용상 대표 배후설’이 제기됐다. 더불어시민당 제윤경 대변인은 5월 10일 논평에서 “최 대표는 이번 더불어시민당 비례공천에 탈락한 것을 수긍하지 못하고 시민당에 대해 계속해서 불만을 표한 바 있으며, 신천지 및 미래통합당과의 활동 전력도 다수 있는 인물”이라며 “가짜뉴스 유포와 함께 여러 의혹제기를 미래한국당과 사전에 기획, 공모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가자평화인권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시민당 초기 구성에 참여한 소수정당이었던 터라 최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평소 수요집회 반대 활동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최 대표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하는 행태는 일본 아베보다도 더 나쁜 짓이다”는 등의 발언으로 민주당을 비판해왔다.
이에 대구 시민단체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관계자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할머니께서 ‘누가 사주해서 기자회견을 했다는 소문은 용납할 수 없고 오롯이 본인의 뜻’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용수 할머니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1년을 혼자 고민하고 결정한 거다. 최용상(가자평화인권당 대표)에겐 기자를 소개해 달라고 한 것뿐이지 다른 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가 한국일보 인터뷰 등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위안부 청구권에 소홀한 정부에 분노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데 대해서도 “그것도 그 사람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미향 당선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오전에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중에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라는 글을 올려 기억력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한편 윤 당선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오전에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중에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라는 글을 올려 기억력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기억에 오류가 있는 사람을 왜 30년 동안 데리고 다녔느냐”며 “정의연 행사에서 내가 증언하고 다녔는데 지금 와서 나를 그렇게 말하면 자기들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와 윤 당선자의 관계가 왜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일까. 최봉태 변호사는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할머니의 지적은 시어머니가 그동안 잘해왔던 맏며느리에게 꾸지람하는 정도”라며 “이 할머니 입장에선 이런 이유 등으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과 섭섭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각종 인터뷰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윤 당선자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윤미향이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 것은 안다”고 인정하면서도 “보니까 잘못한 게 많더라. 내가 몰랐던 것도. 위인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인터뷰에서도 “윤미향은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다. 30년 동안 같이했다”라며 “책임을 완수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 국회에 들어가는 것 같아 배신감이 들고 서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용수 할머니는 이 ‘왜?’라는 질문에 대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위안부 인권운동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