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빨간색’ 선동 효과, 오바마의 ‘푸른색’ 평화 이미지 전달, 아베 ‘노란색’으로 친근한 이미지 구축 노력
일본의 이미지 컨설턴트, 우하라 가요는 최근 ‘프레지던트’ 기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넥타이 전략”을 비교했다. 과연 두 사람이 어떤 의도로 넥타이를 선택하는지 짚어봤다.
중요한 순간에 아베 신조 총리가 노란색 넥타이를 매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붉은색 넥타이를 맨다. 2017년 2월 10일 두 정상의 백악관 기자회견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중요한 순간에 아베 총리는 노란색 넥타이를 맨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붉은색이다. 여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넥타이는 얼굴과 가깝기 때문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패션 아이템이다. 주로 색상과 모양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곤 하는데, 아베 총리가 즐겨 착용하는 노란색은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해준다. 즉, 친근감을 높이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어쩌면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에 노란색 타이가 어느 정도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미국 정치인의 경우 아예 ‘전담 컬러리스트’를 고용하고 있다. 색상이 지닌 저마다의 속성을 활용해 유권자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1960년 대선 후보였던 케네디와 닉슨의 대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닉슨 후보는 TV 토론에서 회색 정장에 비슷한 계열의 옅은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에 반해, 케네디는 짙은 남색 정장에 빨간색 혹은 파란색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고 나와 젊고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승자는 익히 알고 있는 대로다. 대선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던 케네디는 TV 토론으로 역전극을 이루며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이후 미국에서는 스트라이프 넥타이가 ‘승리의 넥타이’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 하면 빨간색 넥타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붉은색을 보면 불꽃이 연상되기 때문에 뇌 속 시상하부에서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촉진시킨다. 그 결과 혈압이 올라가고 체온이 상승하는 등 흥분으로 이어진다. 정도를 넘어서면 전투태세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매는 넥타이는 엑스트라라지 사이즈보다 5cm나 더 긴 특별 사이즈다. 연설 도중 특유의 ‘오버액션’까지 더하면, 그 모습은 마치 깃발을 펄럭이며 대중을 선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 것은 이러한 넥타이 퍼포먼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할 때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3월 11일 유럽발 입국 금지 발언, 4월 15일 “미국 내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났다”고 밝히는 자리에서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드물게도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이미지 컨설턴트 우하라는 “빨간색과 달리 파란색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면서 “국민에게 안심을 주는 동시에 사재기나 폭동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푸른 계열의 넥타이는 무난한 색깔로 꼽혀 즐겨 착용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파란색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파란색 넥타이를 즐겨 맸던 이유는 미국 민주당의 상징색이기도 하지만, “자유롭고 평화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어서가 컸다”고 한다. 결국 취임 중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니 파란색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언제부턴가 파란색 넥타이는 오바마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아베 총리는 미국에 대한 우호를 나타내고자 할 때 짙은 감색 바탕에 노란색 스트라이프 무늬의 넥타이를 맨다. 트럼프 대통령의 넥타이는 엑스트라라지보다 5cm 더 긴 ‘특별 사이즈’다. 2019년 9월 25일 유엔 총회 당시 회동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아베 총리는 노란색 이미지가 강하다. 그를 흉내 내는 개그맨들조차 노란색 타이를 매고 TV에 나온다. 색채 심리학적으로 노란색은 밝고 긍정적인 마음이 들게 한다. 일례로 2019년 아베 총리는 아이돌그룹 칸쟈니8 멤버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도 노란색 넥타이로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아베 총리는 다른 색 타이를 자주 착용하고 있다. 5월 4일 긴급사태 선언 연장 발표 회견에서는 하늘색 계열의 무늬 없는 솔리드 타입의 넥타이를 맸다. 차분한 색으로 국민의 고뇌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 컨설턴트 우하라는 “그러기엔 국민들의 분노가 너무 큰 상태로, 도리어 심각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차분한 색상이라 위화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넥타이 색상과 국민이 처한 어려움의 온도차가 너무 컸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사태에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을 키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이후에도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태다.
가장 중요한 순간 아베 총리가 즐겨 매는 짙은 감색 바탕에 노란색 스트라이프 넥타이는 미국 브랜드 브룩스브라더스의 제품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영국 군대 넥타이를 본떠 만들었는데, 사선 방향을 일부러 역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래서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이어지는 사선은 ‘미국식’이라 불린다. 아베 총리가 착용하는 스트라이프 넥타이는 거의 이쪽이 많다. 우하라 컨설턴트에 의하면 “특별히 미국에 대한 우호를 나타내고자 할 경우 아베 총리는 한눈에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임을 알 수 있는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색깔별 넥타이 선택 주의점 #푸른색, 감색 흥분을 가라앉히고 기분을 침착하게 만든다. 예의바르고 성실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유머가 필요한 상황,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을 때는 적합하지 않다. 또 너무 어두운 감색은 자칫 딱딱한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 반면 신뢰성을 어필하고 싶다면 적합한 넥타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연설 때 매는 정통 넥타이로 알려져 있다. #붉은색 열정을 나타내는 색이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인상을 줄 뿐 아니라 스스로의 기분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공격적인 면도 있어 사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고 싶을 때 혹은 상대방에게 얕보이고 싶지 않을 때 추천한다. #노란색 노란색은 밝고 건강한 이미지다. 다만 지나치게 화려한 노랑이나 골드 계열은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NG. 또 연한 노랑은 인상이 옅어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사람에겐 권하지 않는다. 초면일 때,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쌓고 싶을 때 매면 좋다.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잘 어울리며, 화려한 골드 계열은 파티 넥타이로 안성맞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