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강력 접착제 개발 실패로 탄생…‘인스타그램’ 사진공유에 초점 맞춰 대박…‘게맛살’ 해파리 대체품 만들다 우연히 개발
최근 일본 경제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실패에서 태어난 전설의 상품’들을 소개했다. 지금 실패의 한복판에 서있는 사람, 미래의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실패와 성공에 얽힌 에피소드를 요약해봤다.
#코카콜라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음료, 코카콜라는 사소한 실수로 탄생했다. 미국의 가난한 약사 존 펨버턴은 설탕과 캐러멜을 주원료로 하여 여러 가지 약제들을 조합해보는 것이 취미였다. 기왕이면 약효도 있고, 맛도 좋은 음료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수로 물 대신 탄산수를 섞고 말았다. 의외로 이 실패작은 맛이 훌륭했다.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묘하게 어우러졌던 것.
그는 이웃의 제이콥약국으로 혼합액을 들고 갔고, 그곳에서 탄산수를 더해 약국 손님들에게 맛을 보게 했다. 손님들은 이구동성으로 “특별한 맛”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펨버턴은 이 음료를 한 잔에 5센트에 팔기로 했다.
1886년 5월 8일, 코카콜라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당초 판매량은 하루 평균 9잔이었지만, 콜라를 마셔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무료시음 쿠폰을 배포하는 등의 홍보 전략이 주효했다. 현재는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에서 코카콜라가 판매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포스트잇은 ‘실패의 산물’이다.
#포스트잇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포스트잇도 ‘실패의 산물’이다. 1968년 미국 3M의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기존 접착제보다 훨씬 강력한 성능의 접착제를 개발하려 했다. 하지만 완성된 시제품은 기대에 못 미쳤다.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거리지도 않는 이상한 접착제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접착제로서는 실패였다. 그러나 실버는 이를 사장시키지 않고 사내 기술 세미나에 보고했다.
1974년 같은 연구소 직원인 아서 프라이는 좋은 영감이 떠올랐다.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던 중 책에 끼워둔 책갈피가 자꾸 떨어지자 ‘그래! 그 접착제를 책갈피에 붙이면 떨어지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던 것이다. 실패 같았던 실버의 발명은 프라이의 통찰력과 만나 ‘포스트잇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이후 포스트잇은 최고의 히트상품이 되었다.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의 공동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는 원래 ‘버븐(Burbn)’이라는 앱을 선보였다. 일종의 위치기반 서비스로 사용자가 특정 장소와 스케줄, 사진, 북마크, 게임 등을 친구와 공유하는 SNS였다. 하지만 악평을 들어야만 했다. 온갖 기능을 담다 보니 어수선했고, 사용자들은 “복잡하다”며 버븐을 외면했다.
실패로 끝나나 싶었던 버븐. 그러나 시스트롬과 크리거는 많은 사용자들이 버븐을 ‘사진 공유앱’으로 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거기서 방향을 완전히 전환했다. 잡다한 기능을 정리하고 잘하는 것 하나에만 집중키로 한 것이다. 사진을 예쁘게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으며, 철저히 사진 공유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인스타그램이다. 2010년 애플 앱스토어에 등장한 이래, 인스타그램은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상승. 지금은 하루 5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초인기 앱이 되었다.
일본의 3대 식품 발명품으로 꼽히는 스기요 게맛살. 당초에는 해파리 대체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게맛살
게맛살은 1972년 일본 수산가공업체 스기요가 개발했다. 인스턴트라면, 레토르트 카레와 더불어 일본에서는 3대 식품 발명품으로 꼽힌다. 원래는 “다시마의 끈끈한 성분인 알긴산을 이용해 해파리 대체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당시 일본과 중국은 관계가 악화돼 중국산 해파리의 수입량이 급감했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스기요는 알긴산과 달걀흰자 등을 넣어 진짜 해파리와 흡사한 대체품 개발에 매달렸다. 그러나 웬일인지 양념만 하면 전혀 다른 식감이 됐다. 양념을 할 수 없다면 당연히 상품화가 어렵다. 애써 만들어낸 성과가 물거품이 되는 것도 아쉬워 응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가 계속되던 중, 우연히 시제품을 다져 먹었는데 어디선가 먹어본 맛이 났다. 바로 게살이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가 영락없이, 게의 통통한 살을 떠올리게 했다.
스기요는 프로젝트 방향을 게살로 전환했다. 외형도 게살처럼 보이도록 착색해 상품으로 선보였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어느 요리에도 잘 어울려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실패를 단지 실패로 끝내지 않은 열정이 히트상품으로 연결된 것이다.
#비아그라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 비아그라도 실패에서 부활한 약이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비아그라를 개발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심장질환에 도움이 되는 혈관확장제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고혈압 치료제로서는 효과가 미미했던 탓이다.
그렇게 실패한 약물로 묻힐 뻔했지만, 일부 시험자 중에서 발기가 계속되는 부작용이 발견됐다. 화이자는 막대한 연구비를 포기할 수 없어 연구방향을 ‘발기부전 치료제’로 틀었다. 오랜 임상시험을 거쳐, 1998년 마침내 화이자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신약허가를 받게 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비아그라는 연매출 14억 달러(1조 7000억 원)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구운 타르트를 가지런히 진열하는 ‘베이크 치즈 타르트’의 판매 스타일 또한 “실수로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베이크 치즈 타르트
한국 시장에도 진출한 ‘베이크 치즈 타르트(BAKE CHEESE TART)’는 줄 서서 먹는 디저트로 유명하다. 2014년 일본 도쿄 신주쿠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노릇노릇하게 구운 타르트를 가지런히 진열하는 방식이 인상적인데, 이 독특한 판매 스타일 또한 “실수로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홋카이도 양과자점의 장남이었던 나가누마 신타로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홋카이도 특산물 전에 출점했다. 여느 때처럼 치즈 타르트를 상자에 넣어 냉장 진열로 팔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상자 주문 수량을 잘못 적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갓 구운 치즈 타르트를 철판째로 나란히 진열했다.
그러자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매장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놀랍게도 하루 매출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어났다. 여기서 ‘성공의 팁’을 발견한 신타로는 치즈 타르트 가게를 창업했다. 맛은 물론 매장 디자인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1초에 하나씩 타르트가 팔리고 있다니, 전략은 적중한 셈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