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국민의당 연합전선 대대적 공세…민주당, 체포동의안 가능성 염두 방어 태세 관측
6월 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끊이지 않는 의혹
5월 25일 첫발을 뗀 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윤 의원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들을 연이어 제기했다. TF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회의 첫날부터 윤 의원 소유 부동산을 겨냥했다. 곽 의원은 재산신고 자료를 바탕으로 “윤 의원이 1995년 수원 송죽동 빌라를 샀고, 1999년 수원 매탄동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했다. 곽 의원은 “등기부등본상 근저당으로 설정된 기록이 없어 전액 현금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6월 2일 곽 의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공개했다. 2020년 4월 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연 전신)가 안성 쉼터(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를 매각할 당시의 계약서다. 이에 따르면 2020년 4월 이뤄진 안성 쉼터 매각 계약매매 대금은 4억 2000만 원이었다. 안성 쉼터 매수자는 4월 23일 계약금 1000만 원과 중도금 1000만 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잔금 4억 원은 8월 17일에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정대협이 안성 쉼터를 매입한 건 2013년 10월이다. 당시 정대협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0억 원을 기부 받아 7억 5000만 원에 안성 쉼터를 매입했다. 정대협은 7년 만에 안성 쉼터를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매입 당시보다 3억 2000만 원 하락한 4억 2000만 원이었다. 안성 쉼터 헐값 매각 논란이 벌어진 배경이다.
곽 의원은 안성 쉼터 매매계약서를 공개하며 곽 의원은 “통상 일정 기간을 두고 치르는 계약금과 중도금이 같은 날 지급됐다”면서 “액수도 각각 1000만 원으로 전체 매매대금(4억 2000만 원)의 5%에 지나지 않아 석연치 않다”고 했다. 곽 의원은 해당 계약서를 “쪼개기식 급조계약서”라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의 한 당직자는 “정대협이 안성 쉼터 계약을 4월 23일 진행했는데, 이날은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 일본군 위안부 역사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의원 국회 진출을 반대한 다음 날”이라면서 “부동산을 급하게 매각한 정황과 이 할머니가 입을 열기 시작한 상황적 배경이 맞물린다”고 주장했다.
6월 5일엔 윤 의원이 경상남도 함양 소재 빌라를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누이 명의 부동산 실소유자가 윤 의원이 아니냐는 내용이다. 윤 의원 시누이 부부는 2013년 9월 5000만 원을 지불하고 경남 함양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시누이 부부는 2017년 6월 이 주택을 매각하고, 대금 1억 1500만 원을 윤 의원 부부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곽상도 의원은 “시누이 부부의 경제 사정, 매각 대금이 윤 의원 부부에게 넘어간 비정상적인 과정을 고려하면 윤 의원 부부가 주택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의혹이 짙어진다”면서 “(윤 의원이) 본인과 가족 명의 주택을 전부 현금으로 매입했는데, 자금 출처를 하루빨리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야당 연합전선 구축
6월 5일 임시국회가 열렸다. 이날부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체포특권을 갖는다.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에 명시된 국회의원 권리다.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국회의원은 회기 중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될 수 없다. 임시국회 기간은 최소 30일이다. 이 기간 동안 윤 의원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 검찰은 윤 의원을 불러 조사할 방법이 없다.
검찰이 윤 의원을 소환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 과반 출석에 과반 득표를 얻어야 통과된다. 177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에 반대할 경우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변수는 민주당이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윤미향 의원을 지키느냐 여부다.
윤 의원은 5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며 “자세한 내용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 말할 수 없는 점을 양해바란다”면서 “(검찰 조사를) 피할 생각은 없으며 앞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파상공세를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연합전선까지 구축했다. 두 당은 윤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공동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한 발 더 나아가 국회 입법조사처에 윤리특위 산하 윤리조사소위원회를 신설하는 국회법 개정안 시행 법적 자문을 의뢰했다. 국민의당은 국회 입법조사처 자문 결과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해 ‘윤미향 윤리특위’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윤미향 방지법’ 또한 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윤미향 방지법’은 3종 패키지 법안이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등 세 가지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 골자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한 법안으로 풀이된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 금태섭 징계로 이탈표 방지
더불어민주당은 윤미향 의원 엄호에 나섰다. 당 내부에선 금태섭 전 의원 징계가 윤미향 사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5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2019년 12월 공수처법 처리 과정서 금 전 의원이 기권 표를 던진 것에 대한 징계였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 심판 결정문엔 “공수처법 찬성은 우리 당 당론이었다”면서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표결 당시 기권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당규 제7호 14조에 따라 (금 전 의원 기권 표결을) ‘당론 위배 행위’로 보고 징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응천 의원과 김해영 최고위원 등은 금 전 의원 징계가 국회의원 표결 자유를 명시한 국회법과 충돌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월 5일 “일부에서 우리 당이 지나치게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민주당은) 단 한 번도 비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당 내부 반발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6월 2일 금 전 의원 징계와 관련해 “강제 당론을 (금 전 의원이) 안 지켰는데, (당이) 아무것도 안 하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21대 국회가 문을 연 상황에서 초선을 비롯한 우리 당 의원들에게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준 것이란 반응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당직자도 “당 지도부가 민주당 의원들의 자유 의지를 무시한 채 ‘당론을 잘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의 한 원로급 인사도 금 전 의원 징계를 윤미향 의원과 연관 지어 바라봤다. 그는 “앞으로 윤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발의될 수도 있다. 지금의 당 스탠스는 국민 여론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따라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을 대비해 민주당 의원들의 일탈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금 전 의원 징계에)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