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업무 보며 의정 공부 중…언론 접촉 피하지만 소셜미디어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최준필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을 둘러싼 ‘회계 부정 의혹’에 휩싸였다.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연 관련 의혹을 폭로했고, 윤 의원은 국회 개원 전부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회 개원 하루 전인 5월 29일 윤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연)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튿날 21대 국회는 문을 열었고, 윤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이 됐다.
6월 3일 오전 윤미향 의원을 만나기 위해 의원회관을 찾았다. 530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안에서는 참모들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른 의원들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의원실 문이 닫혀 있더라도 안에서 걸어 잠그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10년 이상 경력의 한 보좌관은 “의원이 별도로 지시하지 않는 이상, 의원실 문을 잠근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간혹 문이 열리기도 했다. 동료 의원들과 국회 직원들이 방문했을 때다. 윤 의원이 출근한 6월 1일부터 사흘간 정청래, 양이원영 등 더불어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530호를 찾았다. 국회 직원들도 가끔 방문했다. 물론 이들도 530호 앞에선 노크를 하거나 전화를 해야만 했다.
6월 3일 문이 굳게 닫힌 윤미향 의원실. 다른 의원실들의 문이 활짝 열린 것과 대조적이다. 사진=이동섭 기자
문이 열릴 때마자 취재진은 바빠진다. 문 틈 장면을 포착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취재 열기도 뜨겁지만 윤 의원을 직접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윤 의원 사무실 앞에는 많은 취재진이 상주하고 있다. 윤 의원 측에 따르면 윤 의원은 의원실에서 개인 업무를 보며 의정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일 오후엔 윤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이날 윤 의원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장시간 면담을 했다. 윤 의원을 비롯해 면담에 참여한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면담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면담을 마친 뒤 이해찬 대표는 오후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윤 의원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윤 의원이 5월 29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법적 수사과정이 있기 때문에 소명이 충분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내 시민단체 경험에 따르면 시민단체가 회계처리 전문성이 있는 게 아니라서 미숙하고 소홀한 점이 혼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윤 의원 논란과 관련한) 1차적인 소명은 어느 정도 된 것 같다”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그때 소명하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은 결론을 지켜보고 판단하자는 입장을 견지 중”이라는 말로 ‘신중론’을 강조했다.
6월 1일 북새통을 이룬 윤미향 의원실 앞. 사진=박은숙 기자
이처럼 윤 의원은 외부 활동과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치 활동은 활발하다. 윤 의원은 6월 2일 ‘국회의원회관 530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윤 의원은 권리당원들의 응원 편지를 소개했다. 윤 의원 응원 편지 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구절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설 연휴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개한 글귀로 잘 알려져 있다.
윤 의원은 응원 편지 사진을 게시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이 쉽지 않지만, 의원회관 530호 윤미향 의원실은 현재 상황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의무를 다하려 분주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노력하려 한다”면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월 30일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된 뒤 윤 의원은 세 차례에 걸쳐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5월 30일 의원 신분으로 처음 게시한 소셜미디어 글은 조선일보가 제기한 ‘김복동 장학금 사적 유용 논란’에 대한 반박이었다. 6월 1일엔 “나비 기금 모금 명목으로 활용한 개인 계좌는 혼용 계좌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6월 2일엔 자신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소개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 의원을 두고 정치권에선 쓴소리도 들린다. “의혹이 막 불거질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한 해명이 역효과를 낳자 대응 방식을 바꾼 것 아니냐”는 반응도 그중 하나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초선 의원 신분으로 임기 초부터 사실상 ‘식물 국회의원’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채 연구위원은 “윤 의원이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출근은 하되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두문불출 행보를 이어갈 거라 본다”면서 “외부 활동과 언론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건 당을 위해서건 최선의 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채 연구위원은 “윤 의원이 일종의 ‘버티기 전략’을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의원으로서 정상적으로 해야 할 민의 수렴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온라인에서의 정치 활동이 지지자 결집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오프라인 소통창이 굳게 닫힌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정활동을 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