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정부가 추진해 시행 유력…전세가 폭등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4억 8656만 원으로 지난해 5월(4억 6241만원)보다 2414만 원(5.2%) 상승했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임대차 3법은 △세입자가 원하면 임대차계약을 연장(2+2년)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2년에 5% 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 없는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 계약 후 보증금과 임대료 등을 지자체에 신고하는 전월세 신고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차인 선택권이 박탈되고, 가격 결정력이 제한되며 임대수입 세원이 노출되는 불리한 제도들이다.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에 육박하는 거대 여당이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법안들이어서 시행이 유력하다.
가장 큰 우려는 전세가 폭등이다. 임대료 상한을 두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제도 시행 전 전월세가를 최대한 높여놓는 것이 유리하다. 전세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면 아무리 집 주인이라도 갑자기 전월세가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반대다. 아직 칼자루를 쥔 쪽은 집주인이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무려 48주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6월 첫째 주 서울 전세가는 0.04% 상승해 전주(0.02%)와 비교해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송파구(0.02%→0.11%)를 비롯해 서초구(0.01%→0.04%), 강남구(0.01%→0.04%) 등 강남3구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봐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4억 8656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억 6241만 원)보다 2415만 원(5.2%) 올랐다.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0년이다. 이보다 앞선 1989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9.65% 급등했다. 2년으로 기한이 늘어난 첫 해인 1990년에도 23.65% 급상승했다. 5000만 원짜리 전세가 2년 만에 8000만 원 이상이 된 셈이다. 문제는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전년말 대비 증감률을 보면 1987년 5.56%에서 1988년과 1989년 18%대로 급등하더니 1990년 38.85%로 치솟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서울 주택이 부족하던 때다. 그나마 30년 전에는 1기 신도시라는 공급이 있었지만, 지금은 새로 공급할 주택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행이 10일 공개한 4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18조 6000억 원으로, 3월보다 34조 원(1.1%) 늘었다. 4월 증가액은 2001년 12월 M2 관련 통계 기준이 마련된 이후 월간 최대로, 사실상 역대 최대다. M2가 3000조 원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피가 2200선에 다다르면서 추가상승 여력도 현저히 낮아졌다. 하반기에는 증시의 유동성 흡수 효과도 현저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계속되고 있는데, 증시마저 부담스럽다면 돈이 갈 곳은 부동산뿐이다.
6월 말까지는 양도소득세 일시 완화조치가 적용돼 일부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보유세 부담을 느낀 이들도 이미 상반기에 잉여 주택을 처분했다고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나마 아직 덜 오른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며, 부동산 규제를 피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자금이 움직일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부동산 열풍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집값 움직임도 그렇다.
11일 한국감정원 6월 2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12% 상승했다. 수도권(0.12%→0.14%)과 지방(0.07%→0.09%)은 상승폭 확대, 서울(0.00%→0.02%)은 상승 전환했다. 특히 수도권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인천(0.21%)은 서구(0.31%)와 부평구(0.24%)가, 경기(0.19%)는 안산시(0.51%), 특히 단원구(0.55%)가 가장 많이 올랐다. 하남시(0.39%), 평택시(0.37%), 용인 기흥구(0.56%) 수원 팔달(0.31%)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6월 1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흐름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방 주택가격에 불안 조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차관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지역을 지정할 수도 있고 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고 세제에 미비점이 있으면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추가 대책 여부나 시기, 방법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