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 ‘풍선효과’로 빌라·다세대 몸값 상승…시장 급랭 시 ‘깡통전세’ 위험
신한은행이 비 아파트 전세자금 대출 중단 결정을 번복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본점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하지만 금융권은 이를 일종의 위험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신한은행이 대출 중단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위험 신호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해석이다. 금융당국이 서둘러 신한은행을 설득한 것도 다른 은행들까지 동참할 경우 비 아파트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점을 경계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해프닝’의 배경에는 아파트에 집중된 부동산 규제가 있다.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을 막고, 대출로 수요마저 제한하면서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나마 오는 6월까지 양도세 중과세 한시 면제 조치가 이뤄져 그나마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이 나오며 일부 시세가 하락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다시 6월이 지나면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기 더욱 어려워진다. 최근 아파트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다. 실수요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6월 이후에도 아파트값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가장 비싼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규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 아파트에서 풍선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좀처럼 시세가 오르지 않던 주상복합 가격이 들썩이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빌라와 다세대 주택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까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매뿐 아니라 빌라와 다세대 주택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4월 1만 3957건으로 전년 동기 4783건 대비 2.9배 급증했다. 비 아파트는 1만 4949건의 매매가 이뤄져 전년 동기 1만 490건 대비 42.5% 급증했다. 아파트만은 못하지만 상당한 증가세다.
매매가격 등락률을 보면 아파트가 지난해 12월 1.24%를 정점으로 올 1월 0.45%, 2월 0.12%, 3월 0.1%로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비 아파트는 단독이 지난해 0.48%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올 1월 0.38%, 2월 0.36%, 3월 0.35%로 견조하다. 연립의 경우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는 각각 0.36%와 0.13% 올라 아파트에 못 미쳤지만, 2월과 3월에는 0.12%, 0.1%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 아파트의 인기는 전세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 3월 1만 4483건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1만 3190건 대비 9.8% 늘었다. 같은 기간 연립·다세대는 9841건으로 18% 급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니까 아파트 구매하려고 했던 이들이 대체재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옮겨간 것”이라면서 “단독 주택은 땅과 주택을 함께 소유하는 형태로 지가 상승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파트보다 덜 올랐다는 기대 심리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수치상 신한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연말부터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 4월 말 기준 이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2조 500여억 원. 전체 원화대출에서 9.4%를 차지하는데 시중은행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크다. 신한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 지난해 9월까지 8.1~8.2%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12월엔 8.6%로 오르더니 올해 2월 들어서는 9.0%를 넘어섰다. 신한은행의 전체 전세자금대출 중 비 아파트 비중은 15% 수준이다.
물론 비 아파트 전세대출도 보증서 담보로 실행된다. 하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보증은 대출금의 90%까지만 보증되고 나머지 10%는 차주의 신용으로 대출이 실행된다. 서울보증보험(SGI) 보증은 최대 100%까지 보장하지만 일부 보증금에 질권설정을 해야 한다.
주금공 보증 기준이면 보증금 2억 원인 전세의 경우 신용대출이 2000만 원에 달한다. 서민에겐 상당한 액수일 수 있다. 특히 최근 비 아파트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세가도 덩달아 올랐다. 비 아파트는 아파트에 비해서 유동성이 떨어진다. 경제 충격시 변동성이 클 수 있다. 전세가가 치솟는 등 과열된 시장이 급랭해 매매가가 급락한다면 집값이 전세 보증금을 밑도는 ‘깡통전세’ 위험도 있다.
실제 서울 일부 지역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에 육박하면서 갭투자 수요가 빌라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지역 전용면적 50㎡ 투룸 기준 시세는 전세 4억 원, 매매 5억 원선에 형성돼 있다. 전세가율이 80%에 달한다.
통상 전세 계약은 2년 단위로 갱신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한 전세 계약의 갱신시점인 2021년 하반기까지는 큰 부실이 드러나기 어렵다. 아파트 신규 공급이 계속 제한된다면 보완재인 빌라와 다세대 수요와 시세도 견조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속적인 대출 공급이 전제다. 대출 규제 등으로 빌라와 다세대 수요자의 자금 마련 길이 막힌다면 시세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