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포천·파주·김포·고양 위험지역 설정…대북전단 살포자 출입금지 행정명령 발동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6월 17일 대북전단 살포자에 대해 첫 행정명령을 집행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대북전단 살포를 특별법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연천, 포천, 파주, 김포, 고양 등 5개 시군 전역을 위험지역으로 설정하고 대북전단 살포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주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는 6월 17일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올해 11월 30일까지 5개 시군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위험구역 내에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대북전단 등 관련 물품의 준비, 운반, 살포, 사용 등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소지가 있는 대북전단 살포자에 대해서도 첫 행정명령을 집행했다. 포천시 소흘읍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준비 중인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이민복 대표의 집을 적발해 위험구역 및 행위금지 행정명령을 고지하고 공고문을 전달했다. 현장에서 대북전단 살포용 고압가스를 발견하고 포천시와 함께 이에 대한 사용금지를 안내하는 계고장을 붙였다.
이 같은 경기도의 발 빠른 행정조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15일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에서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고,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한 역대 남북 합의들도 여러 차례 같은 뜻을 거듭 천명해왔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준수해야 하는 합의”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민들께서 이 합의가 지켜지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정부도 11일 “남북 합의와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 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남북교류협력법, 공유수면법, 항공안전법 등 국내 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남북 합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는 2018년 ‘판문점선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발표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 및 2004년 ‘6·4 합의서’ 등 남북간 합의에 따라 중지키로 한 행위라는 게 문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현재 대북전단 살포가 빈번했던 김포, 파주, 연천 등 시군과 경기남부·북부경찰청을 잇는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전단살포 행위 발생 시 즉시 보고와 대응에 나선 상태다. 대북전단 살포를 경기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일부 접경지역에 대한 위험구역 지정과 대북전단 살포자 출입금지 △차량이동, 가스주입 등 대북 전단 살포 전 준비행위에 대한 제지와 불법행위 사전 차단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을 통한 단속과 수사, 고발 등 강력 조치 등 3가지 대응방안을 수립,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사전신고 없는 대북전단지를 불법 광고물로 간주해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중 살포된 전단지를 폐기물로 간주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폐기물 수거조치 및 복구비용을 부담시키며, 대북전단이나 쌀이 들어 있는 페트병을 해양에 살포할 경우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단속과 수사를 진행하는 등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경기도의 조치에 대해 “막무가내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는 것은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고 한반도에 긴장을 높이겠다는 위험천만한 ‘위기조장’ 행위이자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재난’ 유발행위”라며 “경기도는 평화를 해치고 목숨을 위협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접경을 품은 경기도는 남북관계에 따른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사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칭)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문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을 이 지사와 경기도가 어떻게 행정조치로 뒷받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시권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