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게임즈 무자본M&A 2막…‘구본현-박 변호사-상상인’ 밀접한 관계 각종 지분 거래에서 확인
상상인그룹의 불법대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지난 6월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더블유에프엠 특혜 대출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지만, 이들의 유착 의혹은 코스닥상장사 모다와 파티게임즈의 무자본 M&A(인수·합병) 사건에서 가장 먼저 제기됐다. 이 사건은 범LG가 3세 구본현 씨가 통신업체 모다를 무자본 인수해 주가를 조작하고 배임 및 횡령을 저질러, 모다가 지분 48.54%를 보유 중인 자회사인 게임 개발 업체 파티게임즈 등을 상장폐지 위기로 몰아넣은 사건이다. 구 씨는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 중이던 2018년 10월 출국해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구 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황이다.
구본현 씨의 모다 무자본 인수 사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다와 파티게임즈 투자자들은 구 씨와 유준원 대표, 전관 변호사 박 아무개 씨 간 삼각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구 씨가 무자본 인수를 하는 과정에서 상상인그룹 계열사의 지원이 있었으며, 구 씨 일당이 떠난 뒤 회사를 넘겨받은 박 변호사 또한 회사를 회생시키지 않고 고의 상장폐지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투자자들은 박 변호사가 모다의 자회사 파티게임즈의 상장폐지를 통해 파티게임즈 자회사 비엔엠홀딩스 등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파티게임즈 한 투자자는 “구본현의 무자본 인수와 배임‧횡령이 1막이라면, 구 씨 일당이 떠나고 박 변호사가 회사를 넘겨받으며 2막이 시작됐다”며 “박 변호사는 구 씨의 채무를 대납하고 모다의 최대주주가 됐으나 회사를 살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파티게임즈는 다다소프트와 비엔엠홀딩스, 비엔엠홀딩스 등 14개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파티게임즈가 지분 39.64%를 보유 중인 비엔엠홀딩스의 경우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및 정보제공 서비스 업체 아이엠아이와 아이템베이 지분 100%를 보유해 국내 온라인 게임 거래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비엔엠홀딩스는 2017년 당기순이익 123억 6359만 원, 2018년 당기순이익 112억 2857만 원을 기록했으나 2019년 당기순손실 263억 3003만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박 변호사의 이름은 공시와 법인등기부 등의 문건에 기록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요신문이 입수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파티게임즈 포렌식 조사보고서에 ‘2018년 교체된 신규 경영진 측 인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구 씨 측 ‘모다 회장단’이 133억 원을 대여했다고 밝힌 ‘디에네케스파트너스’의 등기부에는 박 변호사의 아내 정 아무개 씨가 2018년 8월 31일부터 2019년 2월 28일까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 씨는 2018년 6월 기준 디에네케스파트너스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구 씨 측은 의견거절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박 변호사 등을 포함한 새로운 투자자로부터 120억 원을 대여받았고, 대여 조건으로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모두 이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구 씨 측은 2018년 4월 12일 디에네케스파트너스와 대여계약서 및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체결하고 경영권을 넘겼다. 구 씨 측 페이퍼컴퍼니 (주)대신에셋파트너스는 모다 지분 8.0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나, 2018년 10월 5일 지분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유준원 대표가 이끄는 상상인그룹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주가 방어를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 출신 박 아무개 변호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투자자들은 구 씨 측 경영진이 박 변호사에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유준원 대표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구 씨와 모다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상상인이 기존 대주주인 구 씨 측의 채권자로 있었고, 박 변호사는 구주 인수대금을 전혀 내지 않고 모다를 인수했다”며 “박 변호사가 대가를 치르지 않고 모다 대주주로 오를 수 있었던 과정에서 유 대표와 상상인이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구 씨 측 경영진-박 변호사-상상인’의 밀접한 관계는 각종 지분 거래 등을 통해서 확인된다. 앞서 2017년 8월 모다 공시에 따르면 세종상호저축은행(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공평저축은행(현 상상인저축은행)이 각각 모다 지분 6.87%, 5.37%를 보유하고 있었다. 두 저축은행은 이후 2018년 9월 28일부터 2018년 10월 5일까지 지분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구 씨 측과 상상인이 모두 같은 시기 모다 지분을 정리한 것이다. 박 변호사에게 결론적으로 파티게임즈를 몰아주는 방식이 됐다.
특히 상상인과 박 변호사의 특별한 관계는 박 변호사가 파티게임즈를 장악한 이후 두드러진다. 파티게임즈의 2018년 8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파티게임즈는 2018년 상반기 70억 원 규모의 상상인 지분증권을 사들였다. 같은 해 3월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고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돼 재감사를 진행하던 시기다. 같은 시기 파티게임즈 자회사 아이엠아이 또한 72억 규모의 상상인 주식을 사들였다.
검찰 또한 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유 대표가 골든브릿지증권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상상인그룹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시기 박 변호사가 차명법인 자금 등을 활용해 상상인그룹 주식을 사들여 주가 방어를 도왔다고 보고 있다. 앞서의 법무법인 관계자는 “당시 모다와 파티게임즈 주주들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박 변호사가 상상인그룹 주식을 매입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며 “최근 검찰 조사로 파티게임즈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