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그알 캡처
지난 6월 4일 울산 지방법원 앞 비명과 고함이 섞인 시끄러운 언쟁이 오갔다. 피해자 1000명, 피해금액 1000억 원대의 사기사건 재판이 있던 날. 보상 한 푼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사기 피의자 가족들과 마주했다.
엇갈린 주장들로 언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다름 아닌 피의자 일가의 며느리 박현주 씨(가명)다. 그런데 그녀가 서있는 곳이 이상하다.
그녀가 서있는 곳은 가족의 곁이 아닌 피해자들의 옆이었다. 늦었지만 양심선언을 하고자한다고 했다.
그녀의 세계는 완벽했다. 교수가 되기 위해 박사과정을 밟아가던 그녀는 남편의 사업지에 예고 없이 찾아간다.
그 곳에서 내연녀와 함께 있는 남편을 목격한 뒤 완벽했던 그녀의 세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은 비밀. 시댁이 운영하는 회사는 기획부동산 사기조직이었다.
모든 것이 드러나자 시댁에서 두 장의 계약서를 건넸다. 이 계약서에는 결혼 생활 중 알게 된 모든 것을 함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엄경천 변호사는 “제가하는 보통 이혼 사건에서는 저런 조건을 달고 한 경우는 없거든요. 다만 뭐 유명인이라든가, 연예인이거나 재벌가. 그 안에서 있었던 일이 드러났을 때에 안 좋은 효과가 있을 때 그런 걸 넣을 수는 있겠죠”라고 말했다.
날카로운 계약서에 베일까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던 그녀가 이제는 시댁을 고발하는 고소장을 작성한다. 사기 피해자들은 그녀의 내부고발을 되짚어가며 숨은 범죄 수익금을 찾아 나선다.
내부고발자인 박현주 씨(가명)와 함께 잃어버린 1000억 원의 행방을 추적하는 피해자들. 사기조직의 책임자들은 하나같이 수익금이 없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들은 은닉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수차례 고소고발을 이어오고 있다.
피의자들의 주장처럼 남은 범죄 수익금은 없는 것일까, 내부고발자의 주장처럼 현금으로 가득 채운 금고가 존재하는 것일까.
피해자 선우영 씨(가명)는 “저는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었어요. 저도 그렇고 동생도 그렇고 막내 동생도 그렇고. 막내 동생은 자기가 혼자 힘들게 번 돈인데 거의 1억 가까이 되는 돈을 투자하고”라고 말했다.
매입한 땅이 개발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피해자들은 시위를 벌이고 아직도 그 땅이 개발될 걸로 굳게 믿는 사람들은 지인들에게 소개하며 2차, 3차 피해를 낳고 있다.
이는 단연 범죄 조직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제주도 땅에 숨겨진 사기의 함정이 무엇일까.
잃어버린 1000억 원대의 범죄 수익금과 제주도 땅에 숨겨진 사기의 함정을 추적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