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알선 ‘불기소’ 해외 도박 ‘약식기소’…‘마약 제보자 협박’ 간접증거 수두룩, 결과는?
이제 남은 것은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사건’뿐이다. 이도 직접증거는 많지 않고 간접증거 위주인 사건으로 양 전 대표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과연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입건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할 당시의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결국 이 사건은 단순도박만 인정돼 약식기소됐다. 사진=최준필 기자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이재승 부장검사)가 5월 26일 양현석 전 대표를 약식기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재판부에 정식 재판 대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 혹은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약식기소도 기소의 일종으로 ‘혐의가 인정된다’는 검찰의 판단에 따른 조치다. 법원이 받아들이면 유죄가 확정된다. 법원이 약식기소 청구를 거부하고 정식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가리기도 하지만 흔치 않다. 피의자 역시 무죄를 주장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성매매 혐의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성현아가 정식 재판을 청구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0월 31일 양 전 대표와 승리의 상습도박 혐의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외국환거래법 위반(환치기)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지난 1월 30일 승리를 상습도박과 환치기 혐의 둘 다 인정해 기소했다.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환치기 의혹까지 검찰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 전 대표에 대한 수사는 관할권이 있는 서울서부지검으로 사건이 이송됐다. 그래서 승리보다 4개월가량 늦게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도 승리와 많이 다르다. 경찰이 인정한 상습도박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고 대신 단순도박 혐의만 인정됐다. 환치기 의혹은 경찰 수사 내용과 동일하게 불기소다. 상습도박이 아닌 단순도박 혐의만 인정돼 약식기소가 이뤄졌다.
상습도박이냐 단순도박이냐는 명확한 구분점이 없고 기존 판례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양 전 대표는 2015년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7회 출국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다른 일행 4명과 함께 4억 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인데 검찰은 도박 횟수와 금액 등을 고려해 상습도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상습도박이 인정되면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단순도박은 징역형이 없고 벌금형에 그친다.
반면 승리는 도박 금액이 10억 원을 넘는 데다 라스베이거스는 물론이고 마카오 등에서도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일요신문 단독보도(관련기사 [단독] 양현석 ‘환치기’ ‘해외 원정도박’ 포착…‘YG사단’ 수사 새 뇌관 부상 내막)를 통해 세간에 알려진 양 전 대표와 승리의 상습도박 및 환치기 의혹에 대한 경찰과 검찰 수사는 이렇게 모두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당시의 승리. 승리는 상습도박과 환치기 의혹이 모두 인정돼 기소됐다. 사진=일요신문DB
양현석 전 대표는 2014년 7월과 9월 서울의 한 고급식당에서 있었던 외국인 재력가 B 씨와의 만남에 유흥업소 여성들을 동원해 사실상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도 받았지만 지난해 9월 20일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유현정 부장검사) 역시 11월 25일 그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제 범인 도피 교사죄와 업무상배임, 그리고 협박죄 등이 얽힌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사건’만 남았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4월 27일 양 전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호삼)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익제보자 A 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하면서 불거진 이 사건은 2016년 4월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B.I, 본명 김한빈)의 환각제 LSD 대량 구입 요구에 A 씨가 LSD를 구매해 비아이에 넘겼다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는 비아이에게 LSD를 넘겼다던 A 씨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문제는 진술 번복 과정이다. A 씨는 당시 양 전 대표가 사건 무마를 위해 A 씨에게 진술 번복을 요구하고(범인 도피 교사죄), 이 과정에서 “너는 연예계에 있을 애인데, 내가 너 망하게 하는 거 진짜 쉽다”고 겁을 줬으며(협박죄), “변호사를 붙여주겠다”고 회유한 뒤 실제 YG엔터테인먼트 자금으로 A 씨 변호사 비용을 지불(업무상 배임 혐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인도피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단순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관건은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6월 23일 A 씨를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당시 양 전 대표와 관련 혐의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공익제보자의 국민권익위원회 제보로 시작된 사건인 만큼 A 씨의 진술은 상당한 위력을 갖고 있다. A 씨 진술을 중심으로 관련자 진술, A 씨가 YG 사옥에서 양 전 대표를 만났을 당시 찍은 사진의 포렌식 결과 등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인데 대부분 간접증거다. 반면 양 전 대표 측은 A 씨와의 만남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비아이 관련 소문의 진위 확인 목적이었을 뿐 진술 번복을 종용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해주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도 간접증거만 있을 뿐 직접증거는 많지 않은 사건이다.
공익제보와 진술이 핵심증거인 만큼 양 전 대표 측이 A 씨 진술의 증거능력을 무너트릴 수 있다면 검찰의 불기소 처분, 내지는 법원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반면 검찰 수사가 더 탄력을 받는다면 협박죄보다 더 형량이 높은 강요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로 기소와 판결이 이뤄질 수도 있다. 검찰의 기소 여부도 중요하지만 기소가 이뤄질지라도 치열한 법정 다툼이 불가피한, 말 그대로 ‘마지막 승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