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해결이 인수전 관건으로…이스타항공 요직 오너 일가·측근 포진 매각 수혜 논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가운데)이 지난 6월 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의정 활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이스타 ‘체불임금’ 폭탄 돌리기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6월 24일 서울남부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을 규탄하고 나섰다. 노조는 “노조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삭감 등 방안을 제시해 사측 동의로 4월 말 노사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석 달째 체불임금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고, 심지어 체불임금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임금의 40%만 지급했고, 3월부터 현재까지 4개월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배후 ‘이상직 당선자’ 거론 까닭).
노조에 따르면 이상직 의원 측과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항공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고용승계를 약속했으나, 지난 3월 2일 본계약을 체결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또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조차 신청하지 않고 제주항공의 요구에 따라 전면 운항중단을 실시해 적자를 가중시켰다. 노조는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 총 300여 명(40억 원)의 임금체불 진정서를 접수했고, 조만간 447명(50억 원)의 임금체불에 대한 3차 진정서 접수를 준비 중이다.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은 이스타항공에 대해 지난 6월 9일까지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리고, 지급명령 시한을 넘긴 지난 10일에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를 입건했다.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은 수사 이후 최 대표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지만, 대주주인 이 의원이나 인수주체인 제주항공에 대한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근로개선지도2과 담당자는 “법인의 경우 대표이사를 사용자로 보기 때문에 이 의원에 대한 조사계획은 없다”며 “제주항공은 임금이 체불된 사유에 관련되는 정도로만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항공 측은 “임금체불 문제는 이스타항공 경영진에서 책임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수 마무리 전 발생한 문제는 현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인수 의지는 여전하다”면서도 “해외결합심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계약에는 제도적 승인 외에도 양사가 합의한 선행조건이 포함됐다. 선행조건 가운데 상당수가 충족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항공이 언급하는 선행조건은 체불임금,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등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본계약을 통해 채권채무 관계를 인계했으며, 제주항공 측이 인수 이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임금이 체불된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했고, 제주항공은 본계약 당시 이미 이스타항공 상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이 인수에서 발을 빼거나 인수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임금체불 문제에 선을 긋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코로나19 피해를 고려해 당초 잠정 인수가보다 150억 원가량 적은 545억 원으로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맺었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는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가 실소유주로서 사재를 출연해 임금체불 무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스타항공 본사. 사진=박은숙 기자
#‘이상직 책임론’ 거세지는 까닭
양측의 줄다리기 속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는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가 실소유주로서 사재를 출연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경영에 7년째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말했지만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인수·합병(M&A)의 최대 수혜자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로 있는 이 의원 일가가 꼽힌다. 게다가 이 의원의 측근과 친인척 등이 경영진에 포진하고 있다.
이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종구 대표이사는 과거 이 의원이 회장으로 있던 KIC그룹에 경영기획 전무로 재임한 바 있다. 김유상 경영기획본부장 전무는 이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이 의원의 선거를 도왔다. 이 의원의 장녀 이수지 씨는 이스타항공 브랜드마케팅본부장 상무를 지냈으며 이 의원의 조카 이 아무개 씨도 재무팀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외에도 이 의원의 조카 두 명이 정비팀과 노무팀에 입사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유상 전무와 이 재무팀장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M&A를 담당하는 제주항공협력TFT에서 각각 총괄단장과 부단장을 맡고 있다. 이스타항공 한 직원은 “이스타항공 요직에 이 의원 친인척과 측근이 낙하산으로 포진해 있었다”며 “제주항공협력TFT에도 최측근이 투입돼 오너일가에 유리하게 매각작업을 진행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이스타항공 고위 관계자는 “제주항공협력TFT는 계약이 완료된 이후 투입돼 제주항공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등 기업결합을 지원하는 조직에 불과하다”며 “이 재무팀장은 회사가 필요에 의해 스카우트한 것이고, TFT에도 제주항공의 요구에 의해 포함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분담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아보고 있지만, 계약이 체결되던 시점에도 회사 잔고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중요한 점은 인수가 마무리돼 파산을 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 일가가 매각 대금만을 챙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먹튀’ 의혹까지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모회사 이스타홀딩스는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으로부터 이행보증금으로 받은 115억 원 가운데 100억 원으로 이스타항공 전환사채를 매입해 간접 지원했으나, 인수 계약 완료 이후 챙기게 되는 매각대금 400억 원에 대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부터 의혹투성이였던 이스타홀딩스의 실체는 밝혀진 바 없으나, 공시에 따르면 이 의원의 두 자녀가 이스타홀딩스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이스타홀딩스 설립 당시 26세였던 이 의원의 딸 이수지 씨는 이스타홀딩스의 유일한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관련기사 창업주 딸이 이런 곳에서 이스타항공을 ‘홀딩’ 했다고?).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