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관계 없다더니 지난해 지급보증…타이이스타젯 대표, 이스타항공 태국 총판권자와 동일인
이스타항공은 그간 태국의 항공사 ‘타이이스타젯’과의 관계를 부인했으나, 최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지원한 정황이 포착됐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 태국 현지 총판과 현지 기업 타이캐피털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자본금 약 2억 바트(76억 원)로 설립된 이 법인은 태국인 2명이 99.98%, 한국인 1명이 0.02%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의 사명과 기업 로고 등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에 대해 해외 자회사 혹은 합작회사라는 관측을 부인했다.
타이이스타젯이 처음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지난해 6월 곽상도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기한 특혜 취업 의혹 때문이다. 곽 의원은 태국 방콕에 위치한 타이이스타젯 사무실을 직접 방문, 박 아무개 타이이스타젯 한국인 대표이사와 만나 여권 관련 인사의 취업 여부를 확인했다. 곽 의원에 따르면 곽 의원 방문 당시 여권 관련 인사는 이미 퇴사한 이후였다.
당시 박 아무개 타이이스타젯 대표는 이스타항공과의 합작 건으로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과 몇 차례 미팅을 가졌으나, 이스타항공이 약속한 투자가 지연되면서 다른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타이이스타젯은 지난 4월 8일 발표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의 성명서에서 재등장한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 간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임차에 따른 채무에 상응하는 382억 원(약 3100만 달러)을 지급 보증했다는 것. 노조는 “명확한 근거가 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측은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공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렌트 업체인 ‘Sprite Aviation No.4 DAC’에 대해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B737-800 1대 임차에 따른 채무 및 책임을 지급 보증하고 있다. 보증기간은 임대차 계약 및 관련 계약에 따른 타이이스타젯의 제반의무가 모두 이행되는 날까지로 명시됐다. 재무상황이 악화 중이던 이스타항공이 관계사가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거래보증을 한 셈이다.
더욱이 이스타항공 공시에서는 지급 보증 이자를 받은 내역도 찾아볼 수 없다. 이스타항공 공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이자수익은 2018년 7728억 원에서 2019년 6759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관계 회사와의 거래내역에서도 이스타홀딩스로부터 받은 이자수익 5060만 원 외 다른 이자수익 내역은 없다. 관계가 없는 회사인 타이이스타젯이 이스타항공 상호과 기업 로고 등을 사용하면서도 상표권 사용료나 로열티를 지불한 내역도 확인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타항공 핵심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으로부터 로열티 개념으로 연 100만 원만을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이스타항공 직원은 “타이이스타젯에서 리스한 비행기를 한국 이스타항공 조종사가 리스사로부터 방콕까지 가져다 줬고, 이스타항공 승무원이 타이이스타젯 승무원에게 화장법 등을 교육하기도 했다”며 “이스타항공이 운영을 지원했는데, 누가 봐도 연관성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고 전했다.
타이이스타젯과 이스타항공 간 관계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은 ‘이스타젯타일랜드에어서비스’다. 이 회사 등기부에 따르면 이스타젯타일랜드에어서비스는 2013년 12월 자본금 3000만 원 규모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태국 내 이스타항공 총판매권을 맡기 위해 보증금 5억 원을 이스타항공의 태국 총판매대리점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지불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스타젯타일랜드에어서비스의 유일한 등기임원(이사)은 박 아무개 씨로, 그는 타이이스타젯 대표이사와 동일 인물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6월 이스타항공 태국 총판 박 아무개 이사가 타이이스타젯 대표와 동일인라는 의혹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타이이스타젯을 둘러싼 의혹은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제주항공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측에 잔금 납입 전까지 타이이스타젯과의 관계를 정리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실사 과정에서 타이이스타젯 관련 부실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정확히 어떤 내용을 언급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타이이스타젯 관련 부분은 이스타홀딩스에서 자체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타이이스타젯 관련 질문에 전부 답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타이이스타젯에 대해 아는 바도, 전달받은 바도 전혀 없고,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일관했다. 또 제주항공이 타이이스타젯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딜이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