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위원 “피지컬 밀리지 않고 당돌한 스타일 강점…장기간 살아남은 일본 요시다 참고할 만”
김민재는 A매치 등 큰경기를 통해 빅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시험해왔다. 사진은 브라질과의 A매치.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간 축구 본고장 유럽은 중앙수비 포지션에 한국 선수들을 선호하지 않았다. 박지성부터 설기현,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까지 그간 유럽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공격이나 미드필더 포지션이었다. 현재 유망주로 꼽히는 이강인과 정우영도 마찬가지다.
수비에서 빅리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영표 차두리 김동진 김진수 등이 수비수로서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지만 이들은 모두 측면 자원이었다. 홍정호가 중앙수비수로선 드물게 도전했지만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아시아 무대로 복귀했다.
한국 선수들의 유럽 무대 도전사에서 유독 중앙수비수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피지컬 문제를 가장 먼저 꼽는다. 현역 시절 프랑스 무대에서 유럽리그를 경험한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아무래도 중앙수비수는 피지컬적인 면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민재는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키 190cm에 86kg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다. 거구임에도 스피드, 유연성 등 남다른 운동능력도 보유했다. 유도선수 출신 아버지, 육상선수 출신 어머니라는 가족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상윤 위원은 “일본이 우리의 라이벌이지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며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를 일종의 ‘교재’로 추천했다. 이 위원은 “프리미어리그 진출 초기 요시다 마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본인만의 장점을 발휘하며 장기간 리그에서 살아남았다. 김민재가 참고할 만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J리그 나고야 그램퍼스에서 네덜란드를 통해 유럽 무대를 밟은 요시다는 2012년부터 프리미어리그 사우스햄튼 소속으로 8시즌간 활약했다. 2020년부터는 삼프도리아로 임대돼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김민재와 같은 동아시아 출신이면서도 190cm에 육박하는 장신 중앙수비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동양인 중앙수비로 드물게 빅리그에서 살아남은 요시다 마야(왼쪽)를 김민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성격도 빅리그 적응에 중요한 요소다. 이 위원은 “김민재는 큰 무대라고 해서 긴장하는 법이 없다. 프로 데뷔 직후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으며 자기 실력을 보여줬고 A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너무 착하다’는 평가를 내릴 때가 있다. 너무 소심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민재는 당돌한 면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점이 유럽 무대 적응에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재의 A매치 데뷔는 2017년 8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였다. 자칫 월드컵 본선에 실패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6만 50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찬 경기를 데뷔전으로 치른 것이다. 베테랑 선수들도 부담감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민재는 평정심을 지키며 무실점이라는 임무를 완수해냈다.
다만 이 위원은 김민재가 빅리그에 나선다면 고비는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등이 어떤 곳인가.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피에르 오바메양(아스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같은 괴물 공격수들이 득실대는 곳”이라며 “그간 만나지 못했던 정상급 선수들을 만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무엇보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