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합의된 관계, 배후 있을 것” vs 피해자 “합의라니, 그날 두 번째 봐”…또 다른 피해 증언자들 잇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제부이자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6월 26일 태극기 집회에서 알게된 A 씨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A 씨는 신동욱 총재와 2018년 12월 초 청와대 앞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서 처음 만났다. 평소 신 총재의 유튜브 채널 썰TV(지금의 게릴라TV) 구독자였던 A 씨는 신 총재에게 인사를 건넸고, A 씨를 알아본 신 총재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A 씨는 2018년 12월 11일 오전 신 총재로부터 경남의 한 사찰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A 씨는 사찰에서 주지스님 B 씨(비구니)와 신 총재 유튜브 구독자 C 씨와 함께 신 총재와 시간을 가졌다. A 씨는 이날 신 총재에게 유사강간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신 씨의 추행을 목격한 주지스님 B 씨는 “점심 때 신 총재가 더덕주를 한잔했다. 화담을 나눈 뒤 저녁을 먹으러 음식점으로 이동하려고 나왔는데, 신 총재가 경내에서 A 씨를 끌어안았다. 하지 말라고 팔을 잡아 떼어내도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A 씨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는 등 신 총재의 추행은 차 안과 음식점에서도 계속됐다. A 씨는 “신 총재가 음식점에서 강제로 입맞춤을 했고 가슴에 얼굴을 묻는 등 나를 가만두질 않았다”며 “음식점에서 절로 돌아오는 차 안 뒷자리에서 속옷에 손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유사강간까지 이뤄졌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신 총재는 행위 수위를 점차 높였다. 음식점에서 절로 돌아온 A 씨가 집으로 가겠다고 운전대를 잡자 신 총재는 “하룻밤만 집에서 재워 달라”며 조수석에 탔다. 당시 고등학생 아들 둘을 집에 둔 상황이 마음에 걸렸던 A 씨는 일단 차를 출발시켰다.
A 씨가 신 총재에게 절로 돌아가라고 권유하기 위해 차량을 멈춰 세우자 다시 신 총재의 추행이 시작됐는데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한 뒤 바지까지 벗기려 하자 A 씨가 강하게 항의했고 그제야 추행을 멈췄다고 한다. 이후 A 씨는 집으로 갔고, 신 총재는 사찰로 돌아갔다.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A 씨. A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를 지켜드려야 한다는 모순에 빠져있었다. 내가 싸울 상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괴감이 들어도 나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바지를 벗기려 했을 땐 욕정의 놀잇감이 되기 싫었고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였기에 그때서야 강하게 거부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A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를 지켜드려야 한다는 모순에 빠져있었다. 내가 싸울 상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괴감이 들어 나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바지를 벗기려 했을 땐 욕정의 놀잇감이 되기 싫었고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였기에 그제야 강하게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 8일 신동욱 총재는 차 안에서 A 씨와 단둘이 있을 때 A 씨 바지를 벗기려는 등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신 총재는 “청와대 앞에서 A 씨를 처음 봤을 때부터 호감을 느꼈다. A 씨와 좋은 감정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 합의 하에 관계를 가졌다는 게 내가 기억하는 부분”이라며 “공인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신 총재는 B 씨와 C 씨 등의 일행과 절에서 음식점을 오가는 가운데 있었던 유사강간과 강제추행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 총재는 “(음식점을 가기 위해 사찰을 나와) A 씨와 차량 뒷좌석에 함께 탄 건 기억난다. 미안하지만 (차 안과 음식점에서 추행한) 그런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난 그 절에 있던 술(더덕주)의 성분을 검사해보고 싶은 사람이다. (술에 약을 탔는지) 거기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날 일이 합의 하에 진행된 것이라는 신 총재의 주장에 대해 A 씨는 “청와대 앞에서 본 뒤에 그날 두 번째로 보는 거였다. 내가 미쳤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성폭력 피해자는 더 있었다. D 씨는 2018년 1월 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 앞 당시 농성 천막에서 신동욱 총재와 처음 만났다. D 씨는 매주 토요일 태극기집회에 참석했는데, 집회가 끝나면 회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간간이 신 총재가 합석하면서 그와 인연을 이어갔다.
2018년 11월 중순께 D 씨는 종로의 한 치킨집에서 다른 회원과 신 총재까지 셋이서 저녁 자리를 가진 뒤 밖을 나왔다. 신 총재가 숙박업소 앞에서 어깨를 잡더니 “쉬었다 갈래요?”라는 말을 했다고 D 씨는 주장했다. D 씨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그 뒤로 신 총재와 연락도 안 한다”고 답했다. D 씨는 성희롱으로 고소를 하는 등의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신 총재는 또 다른 유튜브 구독자 E 씨와 2018년 10월께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전화로 수위 높은 음담패설을 나누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E 씨에 따르면 신 총재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통방송’을 할 때 E 씨가 전화를 했지만 연결은 되지 않았고 2018년 10월 즈음 신 총재에게 처음 연락이 왔다. 그 이후 거의 매일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리고 네 번째 통화부터 음담패설이 시작됐다.
E 씨가 공개한 녹취파일에 당시의 부적절한 통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통화에서 신 총재의 음담패설 수위가 높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부인 박근령 전 이사장 관련 부분을 일부 소개한다.
전화 통화에서 신 총재는 E 씨에게 “따끈한 밥에 한 젓가락이라도 그런 거 먹고 싶지. 냉장고에 얼려진 거 녹여가지고 먹는 게 그게 개밥이다 개밥”이라며 박근령 전 이사장에게 푸대접받는다는 하소연을 했다. 또 신 총재는 E 씨에게 “오빠(신 총재)가 이 집이 만약 오빠 명의로 돼 있으면 데리고 들어갔다. 데리고 들어가면 바로 쫓겨난다”라면서도 “여보(박근령 전 이사장)! 이 친구(E 씨) 서재에서 나하고 같이 살게, 이러면 되는 거지 뭐”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 중인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린 생일 축하 집회에 참석한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신동욱 공화당 총재. 사진=연합뉴스
E 씨는 신 총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했는데 성희롱 등 성범죄가 아닌 명예훼손 혐의다. 문제는 만나자는 신 총재의 제안을 거절한 뒤에 불거졌다. 처음 통화가 이뤄질 때 E 씨는 자신을 29세의 휴학생이라고 밝혔는데 이즈음 자신을 40대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신 총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E 씨를 꽃뱀이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E 씨는 이로 인해 자신이 보수 진영에서 꽃뱀으로 알려져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며 경남 양산경찰서에 신 총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신동욱 총재는 E 씨와 음담패설을 나눈 사실에 대해 “맞다. 인정한다”면서도 “E 씨가 그 녹음 파일을 유튜브에 터트린 거다. 굉장히 고초를 겪었다. 내가 고소를 해야 하는 건데 거꾸로 E 씨가 날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총재는 “E 씨는 자신을 대학원생이고 피팅모델이라고 사칭하며 내게 접근했다”며 “지금 와선 A 씨, E 씨, 그리고 스님인 B 씨가 한 팀이 돼 나를 고소하고 있다. 배후 세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에서 날 해하려고 했던 그 세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 씨와 B 씨, 그리고 E 씨 등은 서로 전혀 모르던 사이였는데 신 총재의 유튜브 채널 댓글을 통해 서로의 피해 사실을 알게 돼 서로 돕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신 총재는 “차라리 이 사건을 키워줬으면 좋겠다”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받고 비난받겠다. 법적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지겠다. ‘사회악’인 그들에게 너무 오랜 시간 고초를 겪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
고진현 경인본부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