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등 예산 연속성 장담 어려워…박원순 시장 주도 ‘서울형 그린뉴딜’도 난관 예상
#서정협 행정1부시장…9개월 동안 서울시 운영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고로 시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7월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향후 계획 등을 포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2021년 4월 7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공직선거법 제35조 1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는 매년 4월 첫째 주 수요일에 진행된다’. 이날 선출된 차기 서울시장은 박 시장의 원래 임기인 2022년 6월 30일까지 시장직을 맡게 된다.
서울시는 당분간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의 지휘 아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서정현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1965년생으로 울산 학성고를 나와 1987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 합격, 1996년 서울시청으로 전입 후에는 줄곧 서울시에서 일했다. 서울시 청계천축제추진반 반장, DMC 담당관, 창의혁신담당관, 언론담당관, 행정과장, 시장비서실장, 시민소통기획관, 문화본부장, 기획조정실 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강태웅 전 행정1부시장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올 3월 행정1부시장으로 임명됐다. 20여 년간 서울시 행정 실무를 직접 해온 행정 전문가라는 것이 주변인들의 평가다.
서정현 권한대행은 7월 10일 오전 9시 서울시청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을 통해 “침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서울시정은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시장의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한다. 부시장단과 실국본부장을 중심으로 모든 서울시 공무원이 하나가 되어 시정업무를 차질 없이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시시각각 엄중하다. 시민 안전을 지키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흔들림 없는 시정을 위해 시민 여러분이 함께해 달라”고 부탁했다.
#역대 최대 예산 39조에서 잇단 추경에 44조로 늘어
40조 원이 넘는 서울시 살림살이를 어떻게 운영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통과된 2020년 서울시 예산은 39조 5282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을 편성할 때 1년 동안의 예산 계획을 수립한 뒤 국회 또는 시의회의 심의를 거친다. 다시 말해 이미 1년간의 예산 계획은 모두 짜여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 예산안대로만 가면 시정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올해 초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처음 계획이 틀어졌다는 데 있다. 서울시는 올해에만 벌써 세 번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서울시의회는 6월 30일 2조 2390억 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이미 확정된 서울시 예산에 1, 2, 3차 추경을 합한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약 44조 7188억 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에 전면에 나서 상황을 지휘했던 박 시장이 10일 사망하면서 추경예산을 얼마나 계획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실질적인 수장이 빈 상황에서 예산 집행의 연속성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 시장 주도로 진행된 ‘서울형 그린 뉴딜’도 실질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박 시장은 실종 하루 전인 8일 “2022년까지 2조 6000억 원을 투입해 서울 시내 수송, 건축물, 폐기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경제 사회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며 서울판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박 시장이 고집한 그린벨트 정책도 서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전과 같이 유지될지 의문이다. 박 시장은 6일 있었던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는 지금 쓸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힌 바 있다.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하자는 여당의 공세에 공무원 출신의 서 권한대행이 박 시장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만약 박 시장 의지대로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서울시가 매입할 경우 구체적인 예산 로드맵도 마련되어야 한다. 서울시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놨는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전 서울시 관계자는 10일 “일반 행정에 투입되는 예산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되겠으나 그동안 서울시장 주도로 진행되어 왔던 도시계획 및 주택정비, 환경 사업 등에 들어가는 돈은 그 연속성을 장담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서울형 그린 뉴딜의 경우 현재는 그대로 밀고 나간다고 해도 차기 서울시장의 의지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