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통제 후 ‘관리 소홀’ 피해 호소 빗발…최근 비접촉면회 허용, 지역별 시행 일정 달라
직장인 이 아무개 씨가 울먹거렸다. 3개월 만에 만난 어머니 몸 곳곳에는 이전보다 훨씬 큰 크기의 욕창이 있었다. 이 씨의 어머니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라는 퇴행성 신경성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다. 이 씨 가족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의왕시의 한 요양병원에 모셨다. 그 뒤로도 날마다 어머니를 찾아가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었다고 했다.
가족들의 발길이 끊긴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고위험군 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방문객 통제 대책을 시행할 것을 요청한 까닭이다. 2월에는 면회 제한, 3월부터는 면회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이 씨는 1월 말부터 병원이 제공하는 사진 몇 장과 10여 초 분량의 동영상으로만 어머니를 만났다.
이 씨는 나아가고 있던 어머니의 욕창이 3개월 사이 10cm 크기로 더욱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사진=이 씨 제공
이 씨는 당시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 뼈가 도드라졌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한 손은 오그라들어 마디마디에 각질이 가득했어요. 잘 낫고 있던 욕창은 10cm 크기로 커져 대학병원에서도 혀를 찬 수준이었죠”고 설명했다. 당시 요양급여 의뢰서에 따르면 이 씨의 어머니는 전원한 대학병원에서 빈혈과 요로감염, 욕창 등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 가족은 병원의 관리가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어머니의 증상이 악화돼 추가 치료가 진행됐는데도 정작 병원은 보호자들에게 “큰 이상이 없다”고만 대답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검사를 했다는 것도 병원의 착오였다. 퇴원 후 대학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요양병원 측에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요청하자 그제야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말이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요양병원의 부원장은 2일 일요신문에 서면 답변을 통해 “입원 당시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가 점진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회 금지 기간에도 전화로 한 차례 환자 상태를 알린 적이 있다. 관리가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한편 “코로나19 검사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주치의가 잘못 답변한 것이 맞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렇듯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된 사이 병원의 관리 소홀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면회가 금지된 기간 동안 요양병원에서 관리를 부실하게 해 입원환자의 상태가 악화됐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와 관심을 받기도 했다.
5월 게시글을 올린 한 청원인 역시 이 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청원인은 “면회금지 기간 동안 할머니가 병원에서 방치됐다”며 “코로나19 이후 면회가 금지되고 간병인이 바뀌었고 이후 요양병원으로부터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연락을 받았다. 병원에 가보니 할머니 몸에 욕창이 생겨 꼬리뼈까지 보이는 상황이었다”며 요양병원 내 CC(폐쇄회로)TV 설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한 요양병원에서 면회객이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입원환자인 가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양병원 내 눈먼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와 민원이 빗발치자 정부도 대책을 마련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7월 2일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면회를 제한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입소 어르신들의 고립감과 우울감을 고려해 생활 속 거리두기 기간에는 제한된 방법으로 비접촉면회를 허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지역 발생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 실제로 얼마나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확진자가 1명이라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 요양병원의 경우 지자체장 권한으로 면회를 금지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1일 경기도 안양의 일부 요양병원은 “아직까지는 면회를 허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가족들의 여전히 애타는 마음을 안고 있다. 이 씨는 “이제 대학병원 치료가 끝나 병원을 옮겨야 한다. 면회가 가능하다는 뉴스를 보고 병원을 찾고 있지만 실제로는 7월에도 면회가 불가하다는 병원이 많아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