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고소인 작성 편지 대독…“바뀌지 않는 현실에 위력 크기 느껴”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측이 그간의 심경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23일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일요신문DB
전 비서 측 변호인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인이 직접 작성한 편지를 대독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처음 그때(피해를 당했을 때) 소리 지르고 울부짖고 신고했어야 마땅했다”며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다”고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고소인은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서하고 싶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고소한 이유를 밝혔다.
고소인은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라며 “아직도 믿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며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