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육사·구리시·테니스협 공모 혐의 기소…보전부담금 미부과 청탁에 행정 절차 누락 의혹
육군사관학교에 위치한 테니스장.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6월 30일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양종수 전 육사 교장과 민주당 출신 박영순 전 구리시장,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 대한테니스협회 등을 개발제한구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양종수 전 교장, 박영순 전 시장, 주원홍 전 회장은 서로 공모해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육사 부지에 무허가로 실내 테니스장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실내 테니스장은 건축물로 분류돼 그린벨트 위에 지을 땐 허가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양종수 전 교장은 2014년 7월쯤 그린벨트 지역인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에 있는 육사 테니스장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린벨트로 묶인 부지에 실내 테니스장 등 건축물을 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과 예산 문제 등으로 양 전 교장은 테니스장 개선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양종수 전 교장은 2015년 1월 주원홍 당시 대한테니스협회장을 만났다. 둘은 이 자리에서 대한테니스협회가 비용을 부담한 뒤 육사에 기부하고, 대한테니스협회가 사용 및 관리해 그 수익을 갖는 방식을 구상했다. 둘은 테니스장 개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5년 4월 육사 측은 실내 테니스장 등을 건축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고 그린벨트 보전부담금으로 최소 28억 원에서 최대 124억 원이 부과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양종수 전 교장은 이 사실을 주원홍 전 회장에게 알렸다. 이에 주 전 회장은 테니스장 개선사업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양종수 전 교장은 박영순 당시 구리시장을 찾았다. 2015년 6월 29일 양 전 교장은 박 전 시장을 만나 “그린벨트 보전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게 해달라”고 청탁을 했다. 박 전 시장은 시 담당자에게 “육사에 테니스장을 건축하면 보전부담금이 얼마나 되는지, 또 보전부담금 해결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뒤 이튿날 양 전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생도 교육 목적으로 공사하는 것이니 국토교통부와 그린벨트 보전부담금 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 공사 시작해도 좋다”고 했다.
2015년 7월 1일 구리시 담당자는 박영순 전 시장에게 “실내 테니스장을 설치하면 개발행위허가 대상이다. 무단으로 설치했다가 항공사진으로 적발되면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라는 검토 의견을 보고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시장실에서 육사 관계자와 만나 행정 절차를 누락한 채 테니스장을 건축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시 담당자에겐 “테니스장 사업을 행정적으로 협조하고 도와라. 과도한 단속은 지양하라”고 했다.
육사는 개발행위허가 등을 받지 않고 2015년 7월 2일부터 테니스장 공사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9일 공사를 마쳤다. 이 테니스장은 전체 30면 규모로 기존 하드코트 16면은 인조 잔디로 교체됐고 실내코트 6면이 신축됐다.
양종수 전 교장은 “박영순 전 시장과 협조를 했다. 구두로 허락을 받고 공사를 시작한 거였다. 개발구역에 따라서 지자체와 협조하면 공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다 구리시장이 갑자기 바뀌었다. 선거법 위반으로 박 전 시장이 시장직을 박탈당한 까닭이었다. 그 뒤에 행정적인 처리가 잘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박 전 시장은 육사 테니스장 공사가 마무리된 다음 날인 2015년 12월 10일 시장직을 잃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시장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영순 전 시장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건 충족이 완료되었다는 단정적인 내용의 문구가 담긴 대형 현수막을 게시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4년 6월 2일부터 4일까지 자신의 이름, 선거기호와 함께 “2012. 12. 국토부 승인으로 그린벨트 해제 진행 중”이라고 기재된 현수막 3장을 게시한 혐의도 받았다.
대법원은 “‘박영순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요건 충족이 완료됐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선거 막바지 시점에 해제요건이 충족 완료됐다는 단정적 내용이 기재된 현수막을 게시했다. 또한 같은 내용의 문구가 자동 반복되는 전광판을 설치했다”며 허위사실 공표에 관한 박 전 시장의 고의성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테니스장 사건 재판은 박영순 전 시장 구두 허가로 시작된 그린벨트 내 건축물 설립의 절차적 정당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영순 전 시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이 박탈된 것 때문에 (테니스 사업이) 중단된 건 아니었다. 다만 오래된 일이고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하기 좀 어렵다”며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많다”고만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