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레이스 본격 시동...이재명표 정책, 사이다 발언 등 여론 공감대 형성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는 이낙연 의원(더불어민주당)이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린 지난 4·15 총선에서 승리하며 유력 대선주자 후보군에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의 이름을 지워버린 이 의원은 당 대표까지 도전하며 당 장악력은 물론 ‘대세론’ 굳히기에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족쇄를 푼 이재명 지사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자 여론은 李·李 양강체제 구축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발표되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나타난 이재명 지사의 추격은 매섭다. 지난 7월 8일 한길리서치와 쿠키뉴스가 공동 조사한 발표(신뢰수준 ±3.1%p,표본오차 95%)에 따르면 이낙연 의원은 28.8%, 이재명 지사는 20.0%로 나타났지만 이 수치를 한 달 전인 6월 2주차 조사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와 비교하면 이낙연 의원은 4.5% 하락한 반면 이재명 지사는 5.5%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명 지사의 가장 큰 장점은 여론이 공감할 수 있는 이재명표 정책과 소신 발언을 통한 이슈 몰이에 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천지 과천본부에 대한 강제조사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중앙정부보다 앞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늘 한 발 앞서는 정책과 뛰어난 정무감각으로 이슈를 선점해왔다. 대법원 판결 다음 날인 지난 17일에도 정부의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확대 재검토 결정과 국회의 부동산 백지신탁법안 발의에 대해 언급을 했고 18일에는 여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입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든 사안이 민감하고 자칫 잘못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지만 이 지사는 특유의 직설적이고 화끈한 화법으로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민선 7기 출범 2주년을 맞아 조사한 경기도정 평가에서 이 지사는 ‘잘했다’는 평가를 79%나 받았고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무려 90%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 ‘이슈메이커’뿐만 아니라 인구 1천300만의 전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의 수장으로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대외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톡톡히 입증한 이재명 지사의 다음 행보는 당권 세력 확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당내 세력 기반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2017년 대선 전 당내 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 지사는 ‘비문 연대’를 앞세워 문재인 후보를 집중 겨냥하며 소위 ‘친문’ 적극 지지층과 갈등을 빚은 경험이 있다. 당시 거대 친문 조직의 벽을 넘지 못한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경합해 당내 지지율 3위로 고배 마셨다. 때문에 대권으로 가는 길에 있어서 당내 반감을 줄이고 폭넓은 인적 기반과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은 이 지사에게 있어 큰 숙제다.
우선 민주당 내 친 이재명계 인사로 불리는 인사들은 4선 중진인 정성호(양주) 의원을 비롯해 김영진(수원병)·김병욱(성남분당을)의원, 이규민(안성) 의원, 임종성(광주을)·김한정(남양주을) 의원 등이 있고 원외에서는 이종걸, 유승희, 제윤경 전 의원 등이 이 지사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 아직 이렇다 할 차기 주자를 내세우지 못한 진문의 선택이 이 지사로 향한다면 당내 양강 구도를 넘어 유력한 대선후보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탄탄한 지지층에 비해 확장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이재명 지사가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약진하지 못하는 경쟁자들의 모습도 한몫하고 있다. 저평가 우량주로 불리는 정세균 총리는 당장 차기 주자로서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이 남은 상황이다. 당대표 선거에서 맞붙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결과에 따라 유력 주자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후 역할에 따른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재명 지사 역시 당내 세력 확장이라는 숙제가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경기도 수장의 역할을 잘 활용해 이슈를 몰고 다니며 분위기를 선점해가는 이 지사의 광폭 행보를 볼 때 이를 멈추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손시권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