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없이 급여에 위로금 추가…피해자모임 “김범석 대표 책임 인정·사과 촉구”…쿠팡 측 “추가 지급 실수”
쿠팡피해자모임(고건 대표)과 쿠팡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권영국 위원장)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범석 쿠팡 대표의 ‘쿠팡발 코로나19 사태’ 책임 인정과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앞서 고 대표가 언급한 전 씨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근무하다가 코로나19에 걸렸다. 남편과 딸까지 감염됐고, 남편은 이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현재 위급하다. 이런 전 씨에게 쿠팡은 6월 급여를 지급했는데, 전 씨가 통상 받던 230만 원가량보다 200만 원 많은 430만 6634원을 입금했다. 전 씨는 쿠팡에 200만 원이 더 들어온 이유를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전 씨는 200만 원을 반환하겠다며 쿠팡에 내용증명까지 보낸 상태다. 이날 전 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남편의 몸 상태가 악화돼 자리하지 못했다.
고 대표는 “결국 쿠팡은 아무런 설명도 사과도 없이 남편을 잃을 처지에 있는 전 씨에게 남편과 딸 몫으로 각각 100만 원씩 위로금을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라며 “또 한 번 가슴에 못 박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권영국 위원장은 “수백 명이 일하는 물류센터에 화장실이 2개, 세면대가 3개다. 어떻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겠느냐”며 쿠팡 김범석 대표는 쿠팡발 코로나19에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정식으로 면담 요청을 해도 모르쇠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쿠팡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수백 명이 일하는 물류센터에 화장실이 2개, 세면대가 3개다. 어떻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할 수 있겠느냐”며 쿠팡 김범석 대표는 쿠팡발 코로나19에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정식으로 면담 요청을 해도 모르쇠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이어 권 위원장은 “자신들의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고 불통을 앞세우는 쿠팡이 소비자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기이고 기만”이라며 “김범석 대표는 피해자에 관한 구체적인 피해 대책을 수립하는 것과 동시에 피해자의 정당한 면담 요구에 즉각적으로 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노동조합 설립을 의식한 쿠팡이 코로나19 이후 기존의 직원들을 솎아내려고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혜연 김용균재단 활동가는 “최근 쿠팡은 물류센터에서 물량이 잠시 멈췄을 때도 직원들을 앉아 있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줄을 세워 두기도 한다”며 “직원들은 이를 두고 체벌로 느낀다.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전했다.
조혜연 김용균재단 활동가는 “최근 쿠팡은 물류센터에서 물량이 잠시 멈췄을 때도 직원들을 앉아 있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줄을 세워 두기도 한다”며 “직원들은 이를 두고 체벌로 느낀다.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전했다. 사진=쿠팡피해자모임·쿠팡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제공
이어 조 활동가는 “기존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은 쿠팡이 쿠팡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내부 문제를 인식한 직원들을 솎아내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빗속에서 이어진 1시간여 기자회견이 끝난 뒤 권영국 위원장은 입장문을 쿠팡에 전달했다. 입장문엔 고의·과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 촉구, 재발방지를 위한 진상규명 및 대책마련,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행위를 즉각 중단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관계자는 전 씨에게 2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한 것을 두고 “전산 작업을 하던 가운데 생긴 실수”라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