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현대글로비스에 신선식품 배송 위탁…부족한 경험·인프라 대한 우려도
현대백화점은 새로 선보이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현대식품관 투 홈’의 물류를 현대글로비스에 위탁했으며 오는 8월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범현대가 손 맞잡고 새벽배송에 도전장
최근 현대백화점은 새로 선보이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현대식품관 투 홈’의 물류를 현대글로비스에 위탁했다. 이번 물류·배송 협력사는 공개 입찰을 통한 경쟁을 거쳐서 최종 선정됐지만, 기존 파트너이자 해당 분야 전문기업으로 꼽히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대신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현대글로비스는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물류센터를 직접 임차해 상품 입고와 보관, 포장, 배송 등 모든 것을 도맡는다.
지난 7월 14일 현대백화점은 현대식품관 투 홈의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선착순으로 임직원 100명에게 2만 원 한도의 50% 쿠폰과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했다. 임직원들은 해당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고 불편하거나 개선할 점을 회사에 제출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8월 출시 전까지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시스템을 보완·수정할 계획이다
이번 현대백화점의 새벽배송은 ‘e슈퍼마켓’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2018년 8월 현대백화점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비스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결국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7월부터 현대백화점은 70여 명의 직원을 투입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다시 준비해왔다. 우선 주문 마감시감을 기존 오후 4시에서 11시로 늦췄다. 배송 가능 신선식품도 2018년보다 3배 이상인 많은 약 50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수도권 내 백화점 식품관 식당가와 식음료 매장의 음식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대백화점이 재도전에 나선 이유로는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성이 꼽힌다. 2015년 100억 원이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8000억 원으로 80배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배송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새벽배송 시장 규모를 약 1조 5000억 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5000억 원이 늘어났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중 식품의 거래액은 새벽배송이 생겨난 2014년까지만 해도 3조 6109억 원이었다. 그해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의 7% 정도였다. 하지만 이듬해는 4조 8569억 원으로 뛰어올랐고 매년 증가 폭이 확대되며 2017년 1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6조 8088억 원이 거래되며 전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6%로 늘어났다.
현대백화점은 현대글로비스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꾀했으나 향후 당일배송 등의 사업 영역으로 확장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범현대가 동맹의 효과는?
현대백화점은 자체 배송 시스템 대신 외주를 통해 초기 투자 부담을 덜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경쟁업체인 롯데쇼핑, SSG닷컴, 마켓컬리, 쿠팡 등은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갖추기 위해서 막대한 투자를 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 서비스 운영비도 상당하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쿠팡 비용 중 인건비(53%)와 운반 및 임차료(13%) 부담이 가장 크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5년간 누적 지급된 인건비는 4조 680억 원에 달한다. 물류센터 투자도 쉬지 않았다. 전국 쿠팡의 물류센터는 2014년 27개에서 2019년 168개로 확대됐다. SSG닷컴이 직접 보유해 운영하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1~003) 3곳의 연면적은 약 11만 842㎡에 달한다. 마켓컬리는 2018년 3개에서 지난해 3개를 확충해 총 6개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티몬과 위메프는 신선식품 사업을 시도했다가 철수한 바 있다.
관건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글로비스의 ‘동맹’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느냐로 모아진다. 경쟁업체는 이미 새벽배송 시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당일배송으로 이미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롯데쇼핑은 마트와 백화점을 거점으로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온은 서울 잠실에서 1시간 배송을 선보이고 있다. SSG닷컴은 전국 이마트를 통해 10만여 종류의 상품을 당일배송 하고 있다. 지난 4월 쿠팡은 오전 10시 전에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당일 오후 6시까지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신세계나 롯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배송 거점이 제한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철강, 산업 자재 등을 주로 옮기는 회사다. 특히 다른 물류회사처럼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 마일’ 인프라를 도심에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물량을 커버하기 위해 협력업체의 기사와 차량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업 초기에 물량이 적겠지만 계속 성장해 사업을 확장할 때는 인프라의 한계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당일배송은 자사의 물류창고나 택배기사 등을 활용해서 유통 단계를 줄여야 가능한데, 현대글로비스가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나 인력을 뽑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 입장에서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26개사 중에 삼성물산 다음으로 현대글로비스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전체 매출 18조 2700억 원 중 21.6%가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2010년 49.5%에서 2016년 20.6% 크게 줄었지만, 2017년 20.7%, 2018년 21.2%로 매년 조금씩 증가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저희 회사를 자동차 물류만 하는 곳으로 알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현대백화점, SSG닷컴 등의 유통업계와 계약을 맺고 차질 없이 배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물류 회사가 모든 것을 자산으로 갖고 있지 않고 외주를 주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배송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으니 입찰에서 선정됐고 당일배송은 향후 현대백화점이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 관계자가 말한 ‘경험’은 물류센터를 직접 임차해 상품을 입고해 보관, 포장, 배송 등을 망라한 풀필먼트 서비스가 아니라 배송에 국한된다. 특히 신선식품은 식품 보관 온도 유지와 유통기한 준수 여부, 작업장 위생관리 등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지난해 6월 SSG닷컴이 새벽 배송을 시작했을 때 하루 물량이 3000건이었지만, 1년 만에 하루 2만 건으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이 초기에 처리해야 할 물량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