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윤석열 진중권 맹활약이 통합당 간판 가려…“‘적의 적’에 기대다 뒤통수 맞아” 대선 인재 발굴 필요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당 대표 출신도 출입금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채홍사’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내놓자 큰 논란이 일었다. 홍 의원은 7월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성추행 주범은 자진했고 유산이 없다고 해도 방조범들은 엄연히 살아 있고, 사용자인 서울시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는 이상 사자에 대해서만 공소권이 없을 뿐”이라며 “피해자가 한 명만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통합당 일부 의원도 홍 전 대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권영세 통합당 의원은 다음 날 SNS에 홍 의원 발언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러니 이 분의 입당에 거부감이 많다. 한때 보수정당의 대선주자까지 했던 사람이 단지 떠도는 소문을, 입에 담는 것을 넘어 글로 남기기까지 하다니. 이 분의 내심은 오히려 진상규명에 반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7월 15일 자신을 비판한 권 의원을 향해 “좀비의 특징, 아무런 생각이 없다. 죽은 것 같은데 영혼이 없어도 살아 있다”라고 썼다. 권 의원은 과거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됐는데, 이 부분을 들춰낸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대표는 계속해서 강한 이미지, 즉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같은 ‘스트롱맨’ 정치상을 좇고 있다. 이 부분이 통합당 내부 거부감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홍 전 대표는 6월 30일 흉악범죄나 반인륜범죄를 저질러 사형이 확정된 자에 대해 6개월 이내에 반드시 형을 우선 집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사형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사형을 집행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1997년 이후 23년 동안 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악당에게 철퇴를 가하는 강한 정치인’ 이미지를 심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통합당 한 재선 의원은 “통합당은 꼰대 이미지가 강해 부드럽고, 낮아지고,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자세로 바뀌어야 하는데 홍 전 대표의 어법이나 입법은 통합당의 변화와 다른 방향이라 아쉽다”며 “거침없는 언변은 홍 전 대표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당 내부에서 홍 전 대표의 복귀를 선뜻 반기지 않는 이유다. 당으로 돌아왔을 때 도저히 감당 못할 설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의 복당에 새로운 걸림돌도 생겼다. 홍 전 대표와 함께 일괄복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윤상현 의원이 최근 ‘함바왕’ 유상봉 씨 부자와 공모해 불법선거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러한 혐의에 대해 지난 총선 당시 경쟁후보였던 안상수 전 통합당 의원 측이 윤 의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통합당 한 핵심 관계자는 “윤 의원은 전면 부인하고 있어 사실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일단 사건이 돼 당 지도부로서는 복당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홍 전 대표 역시 단시일 내 복당이 힘들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이 통합당 대선후보?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직에 있지만 이미 정치인 반열에 올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당에 확실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다보니 여론조사를 하면 무조건 윤 총장이 1등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7월 17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14.3%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23.3%), 이재명 경기지사(18.7%)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6월 말 조사(10.1%)보다 4.2%포인트(p) 오른 수치다(리얼미터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1월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대검신년다짐회’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윤 총장이 보수야당 대선주자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부터였다.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신임을 얻어 지난해 7월 검찰총장으로 지명됐지만, 한 달 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치면서 정권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각종 비위 혐의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와 동생, 배우자를 차례로 구속해 청와대는 물론 여당이 깜짝 놀랄 만한 초강수를 뒀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은 감찰 무마 의혹으로 번졌고,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기소하는 등 ‘윤석열 검찰’은 앞만 보고 가는 수사 행보를 보였다.
당대표를 지낸 추미애 의원이 올해 1월 법무부 장관으로 온 뒤로는, 추 장관과 직접적으로 겨루는 모양새도 보였다. 추 장관은 수사·기소 판단 주체를 분리하는 안,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등을 두고 윤 총장과 끊임없이 충돌했으며, 최근 자신의 최측근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도 강한 대립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차기 야권의 유력 후보로 윤 총장을 점찍는 것이라고 정치권은 풀이하고 있다. 더욱이 윤 총장의 가족 및 살아온 이력도 정치적 주가를 높이고 있다. 윤 총장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충청 대망론과 연결되고, 1994년(대구지검 검사), 2009년(대구지검 특별수사부장), 2014년(대구고검 검사) 등 대구에서 여러 번 근무하면서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 우군이 많다는 점도 윤 총장의 정치적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윤 총장을 바라보는 통합당 내부의 시선이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다. 통합당 한 의원은 “윤 총장이 정치를 해도 손색이 없겠지만 정당이란 것은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윤 총장은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뤄졌던 이른바 적폐 수사의 지휘관이었고 통합당은 적폐 수사의 객체였다. 지금은 우리가 급해서 적과의 동침을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지만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정통성을 갖춘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이다’ 진중권에 대한 시각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임준선 기자
1963년생인 진 전 교수와 1965년생인 조 전 장관은 서울대 82학번 동기다. 두 사람은 1989년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등과 서울 사회과학연구소를 결성, ‘주체사상비판’을 출간하기도 하는 등 사상적으로도 통하는 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중권 전 교수는 인간적 의리를 앞세우지 않고 조 전 장관 사태 이후 조 전 장관은 물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통합당으로서는 여권을 타격하는 초강력 미사일 부대를 하나 얻은 셈이었다.
진 전 교수의 비판은 무미건조한 방식이 아닌 적절한 비유와 최적의 단어 선택이 잘 조합돼 ‘확’ 와 닿는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그만큼 전파력과 파괴력이 큰 셈이고, 파장이 크다보니 언론 노출이 많다.
진 전 교수는 7월 22일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무슨 국정운영을 락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애드리브 치듯이 하냐. (청와대 등 정부기관 세종 이전은) 부동산 대책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내놓은 얘기일 뿐, 공식적인 조사와 연구를 거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행정수도 이전은)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크 같은 것이고, 급락하는 지지율을 떠받치기 위한 응급조치다. 이 나라는 대통령 지지율 관리를 위해 수도 이전을 하는 나라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고 공격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추미애 장관의 입장문 가안을 입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경위에 대해서 진 전 교수는 ‘제2국정농단’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진중권 전 교수는 통합당이 실수를 하면 정부·여당과 똑같이 강하게 비판한다. 통합당의 한 비상대책위원이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섹스 스캔들’이라 지칭하자 진 전 교수는 SNS를 통해 “여당의 ‘똥볼’을 받아 자살골 넣는 XX들”이라며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좀 있으라”고 맹비난했다.
배현진 통합당 의원이 부친의 빈소를 지키기 위해 8년 만에 귀국한 박 전 시장의 아들 주신 씨를 향해 병역비리 의혹 해소를 촉구한 것을 두고서도 진 전 교수는 SNS에 글을 연달아 올려 “박주신 씨 병역비리 의혹은 이미 깨끗이 끝난 사안”이라며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어디서 꺼리도 안 되는 것을 주워 와서, 그것도 부친상 중인 사람을 때려대니. 도대체 머리에는 우동을 넣고 다니나. 야당이라고 하나 있는 게 늘 옆에서 똥볼이나 차고앉았으니, 하여튼 미래통합당은 답이 없다”고 몰아붙였다.
통합당 한 현역 의원은 “적의 적이 무조건 동지인가. 지금 윤 총장이나 진 전 교수를 보는 통합당 시각이 이러하다. 적의 적이라고 해서 동지로 본다면 나중에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지금 통합당이 몇 사람을 보는 시각에 혼선이 있는데 빨리 우리의 ‘대표 동지’를 찾아내 정체불명의 인사에게 도움을 얻으려는 황당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