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속 대형-중소기획사 양극화 심화…“음원 외 수익 모두 막혀” 음악방송 ‘유튜브 수익’ 배분 요구
6인조 보이그룹 스펙트럼은 지난 2월 말까지도 네 번째 싱글을 내고 활발한 활동을 해 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소속사의 경영악화로 끝내 해체했다. 사진=윈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6인조 보이그룹 스펙트럼이 소속사 경영 악화를 이유로 데뷔 3년 만에 해체했다. 지난 7월 10일 소속사인 윈엔터테인먼트는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회사의 상황이 악화돼 더 이상 스펙트럼 활동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멤버 6인의 계약을 모두 해지함을 알려드린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말 네 번째 싱글을 낸 뒤에도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만큼 팬덤과 대중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앞서 데뷔 4년차인 5인조 걸그룹 소녀주의보도 지난 4월 멤버들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소속사인 뿌리엔터테인먼트 측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앨범 제작이 미뤄졌고 멤버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첫 아이돌 계약해지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해체까지 이른 것은 아니지만 소속사가 직접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5인조 걸그룹 세러데이(SATURDAY)의 경우도 있다. 소속사 SD엔터테인먼트의 서영수 대표는 지난 7월 11일 새러데이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동안 해왔던 앨범들이 성과도 많이 안 나왔을 뿐더러 이번 코로나19 사태 등 정말 힘들게 싱글앨범을 준비했다”며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많이 부족하시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준비한 앨범이니 많은 사랑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걸그룹 세러데이의 활동과 관련, 소속사 SD엔터테인먼트의 서영수 대표가 직접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진=SD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나마 언론 보도나 공식 계정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알리는 것은 최소한의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그룹에나 가능한 일이다. 2017~2018년 우후죽순 데뷔했던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 가운데는 공식적인 해체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고 무기한 활동 중단한 그룹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아이돌그룹 매니저는 “우리 같은 중소 아이돌은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인지도가 있는 경우가 많아 해외 행사를 노려야 했는데 다 취소됐다. 전 세계적인 재난이라 위약금은커녕 미리 지불해 놨던 체류 비용조차 받지 못했다. 회사가 버틸 수 없을 지경”이라며 “올해 상반기 아예 활동이 없는 비인기 아이돌은 대부분 이런 사정으로, 사실상 해체를 앞두고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가요계는 통상적으로 1년을 크게 세 번으로 나눠 활동 기간을 조절해 왔다. 대학교 축제가 몰려 있는 5월(또는 10월), 여름철 행사가 이어지는 7~8월, 그리고 연말인 12월이다. 보통 이 같은 행사 기간 1~2개월 전에 컴백해 방송 활동을 한 후 여러 행사를 돌면서 수익을 내는 식이다. 특히 방송이나 음원 수입이 많지 않은 중소 기획사의 이른바 ‘행사형 아이돌’의 경우는 이 기간을 놓치면 수익은커녕 활동비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판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2월 말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음악방송 무대는 물론 외부 행사도 전면 올스톱 상태에 놓였다. 데뷔 고연차의 그룹들의 경우 5월 컴백을 강행해 ‘장미대전’을 치르면서 얼어붙은 가요계에 심폐 소생을 하는 듯했지만, 이 역시 5월 중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이 불거지면서 완전한 회복세로 이어지진 못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5~6월 코로나19로 인한 음악 행사의 연기 또는 취소로 전국적으로 약 268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앞선 2~4월분 피해 규모까지 합하면 2020년 상반기 업계의 총 손해금액은 약 876억 9000만 원이다.
방탄소년단(BTS)은 ‘방방콘’으로 최고 동시접속자 수 75만 명을 기록하는 한편, 22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같은 피해는 대부분 중소 기획사에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협회 측 주장이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는 막강한 국내외 팬덤을 상대로 음원 판매와 온라인 콘서트 등 유료 온택트(On-tact, 비대면 소비 마케팅 언택트에 연결을 뜻하는 On을 더한 신조어로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연결 방식) 행사 등으로 직접 활동만큼의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지만, 중소 기획사는 그럴 기회나 기반조차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6월 14일 개최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첫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는 총 107개 지역에서 시청돼 최고 동시 접속자 수 75만 6600여 명을 기록, 새로운 기네스 세계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유료 팬클럽 가입자는 2만 9000원, 미가입자는 3만 9000원에 제공돼 총 수익 220억 원을 올리는 등 성공을 거두었다. 걸그룹 트와이스도 오는 8월 9일부터 유료 온라인 공연 ‘비욘드 라이브-트와이스: 월드 인 어 데이’를 개최한다. 한·일 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트와이스 역시 첫 온라인 유료 콘서트로 적지 않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소 기획사들의 어려움이 심각해지면서 연예기획사들 사이에서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음악 방송의 유튜브 수익이라도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7월 1일부터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중문화예술인(가수) 출연 영상물 이용에 관한 표준계약서 제정’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방송사가 자사 음악방송에 출연한 가수들의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거나 미방송분 영상 또는 사전녹화 영상을 통신사에 판매하는 등 ‘방송이 아닌 목적’으로 영상을 사용할 경우 이에 대한 수익을 각 가수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와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소비돼 왔던 방송사의 유튜브 음악 방송에 매니지먼트사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기획사들도 올해 상반기엔 정말 곡소리가 나올 정도로 매출이 악화됐다. 외부 행사는 물론이고 팬미팅 등 음원 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모두 막힌 상황”이라며 “최소한도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상생하지 않으면 중소 기획사들은 줄도산 할 수밖에 없다.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