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과 미미, 주가 하락, 안전 문제 등 논란…자사주 1조 매입하면서 투자액은 줄여
포스코가 사상 첫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사진=일요신문DB
포스코는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철강 수요 급감과 제품 가격 하락,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상승 등을 꼽았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의 제품 판매량은 2019년 2분기 875만 톤(t)에서 올해 2분기 776만t으로 줄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기준 가격은 올해 초 1t 당 80~90달러(약 9만 5880~10만 7865원) 수준에서 6월에는 102.78달러(약 12만 3180원)까지 올랐다.
포스코 측은 지난 2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부터 실적 회복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실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하반기는 수요산업의 회복과 함께 원소재 가격 안정화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 개선 정도는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을 수요 업체들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수익성 개선은 더디게 나타날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사상 첫 적자라는 충격적인 실적의 이유를 코로나19 탓으로 돌렸지만 그것이 아니었더라도 실적 하락은 예상됐던 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철강의 수요 산업인 자동차·조선산업의 불황 등으로 철강업계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불황의 길을 걷고 있었다. 포스코는 2019년에도 매출 30조 3735억 원, 영업이익 2조 5684억 원을 거둬 2018년 매출 30조 6594억 원, 영업이익 3조 8094억 원에 비해 부진했다.
특히 포스코 공장에는 철광석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용광로만 있고 고철을 원재료로 쓰는 전기로가 없어 철광석 가격 상승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전기로를 운영하는 동국제강의 최근 영업이익이 상승세라는 것이 포스코와 대비되는 좋은 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로는 가동과 중단이 용이해 생산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아르셀로미탈 등 주요 글로벌 용광로 업체들은 2019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포스코가 최정우 회장을 선임한 이유 중 하나는 철강업계 불황에 대한 대응으로 비철강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투자 성과는 많지 않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입구. 사진=일요신문DB
포스코가 2018년 7월 최정우 회장을 선임한 이유 중 하나도 철강업계 불황에 대한 대응으로 비철강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최정우 회장을 추천할 당시 “비철강분야 그룹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정우 회장 본인도 2019년 신년사에서 “비철강 사업은 각 사별 사업모델 개혁과 특화 사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그룹의 수익성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2019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당시 2021년까지 24조 원을 미래성장 사업에 투자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투자 성과는 많지 않다. 최정우 회장이 집중하는 분야 중 하나는 2차전지 사업이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포스코의 2차전지 사업을 글로벌 시장점유율 20%, 매출액 17조 원 규모로 키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9년 4월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이 합병해 탄생한 포스코케미칼이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케미칼의 매출은 2019년 2분기 3581억 원에서 올해 2분기 3286억 원으로 하락했고, 영업이익도 162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줄었다.
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2차전지 소재 양극재와 음극재의 매출은 증가세에 있지만 큰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 포스코케미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소재부문은 1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미래를 생각해 2차전지에 투자 중이지만 양극재와 음극재는 이익이 잘 나지 않으며 특히 양극재는 남는 게 별로 없는 사업”이라며 “아직까지는 포스코로부터 받는 철강 부산물 관련 사업이 포스코케미칼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포스코의 2분기 수익 악화가 포스코케미칼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포스코케미칼의 2차전지 사업은 초기이니만큼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최근 전지업계의 화두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다.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만났을 때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도 전고체 배터리였다. 이미 삼성SDI, LG화학 등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데다 삼성SDI는 빠르면 2027년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관련기사 그린 뉴딜에 무르익는 4대그룹 ‘배터리 동맹’에 숨은 고차방정식).
전고체 배터리는 음극 소재로 리튬금속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포스코케미칼은 흑연 음극제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음극재는 기존 흑연에서 리튬금속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포스코케미칼도 리튬금속을 개발 중이지만 공급 불확실성, 신규 투자 부담, 연구개발 비용 등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포스코의 다른 계열사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철강, LNG(액화천연가스), 식량 사업을 3대 전략 사업으로 설정해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계열사의 2분기 성과 중 하나로 포스코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의 판매 호조를 들었지만 실제 미얀마 가스전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019년 2분기 1242억 원에서 올해 2분기 887억 원으로 줄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철강·식량·무역부문도 모두 2019년 2분기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미얀마 가스전의 흑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교역량 감소로 철강, 식량 등 전 부문의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미얀마 가스전의 영업이익은 1년 평균가격을 적용하기에 올해까지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고,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내년 영업이익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저유가 지속으로 판매가격 하락이 전망되지만 동절기 판매량 증대와 운영비 절감으로 만회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물류 자회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5월 “물류통합 운영법인 포스코GSP(가칭)를 연내 출범시켜 포스코 및 그룹사 운송물량의 통합계약과 운영관리를 담당하고, 물류파트너사들의 스마트·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물류 효율과 시너지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해운업과 운송업 등에 진출해 사업영역을 침범해 물류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포스코GSP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회 회장은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그룹 내부에 물류 담당 조직을 만들면 되는데 외부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건 사업범위 확대를 노린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포스코 관계자가 철강 제품을 미주로 수송했다가 들어올 때 곡물을 싣고 들어오면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고 말한 적이 있는데 사실상 해운사를 만든다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포스코는 물류 자회사 명분으로 물류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를 들고 있지만 우리나라 원자재 수출입 물량을 독점하다시피 한 채 최저가 경쟁 입찰을 부추길 것”이라며 “결국 그 모든 고통은 회사 눈치에 더해 화주 눈치까지 봐야 하는 선원과 항만하역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 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연내 포스코GSP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 계열사들의 2019년 물동량은 약 1억 6000만t, 물류비는 3조 원 규모로 이를 통합해 관리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와 노동계의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측은 “해운법에 따라 대량화주가 해상운송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며 “해운업은 물론 운송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정우 회장 취임 직후 포스코는 향후 3년간 안전분야에 1조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경상북도 포항 포스코 스마트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그나마 선전하는 포스코건설을 제외하면 최정우 회장의 비철강부문 투자나 경영전략은 대부분 아직 성과를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미래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최근에는 당초 계획보다 투자액을 줄이고 있다. 포스코는 24조 원을 2019년 6조 1000억 원, 2020년 8조 원, 2021년 9조 1000억 원으로 나눠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9년 투자액은 2조 7000억 원에 그쳤고, 올해 초 발표한 2020년 투자액도 처음 계획보다 2조 원 줄인 6조 원이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투자는 계속 진행할 것이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집행 내역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최정우 회장 취임 직후 포스코는 향후 3년간 안전분야에 1조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4월에는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1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현재까지 매입한 자사주는 47만 4000주로 계획 금액의 8.6% 수준이다. 최근 포스코 주가는 19만 원대로 상승세에 있긴 하지만 최 회장 취임 당시 포스코 주가가 30만 원을 상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안전분야 투자와 자사주 매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안전의 경우 2019년 한 해 동안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에서 총 5번의 폭발 및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에도 포항제철소 소둔산세공장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으며 지난 7월 13일에는 광양제철소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안전 개선을 위해 돈을 쓴다지만 사건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인원이 없어 2인 1조 작업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피부로 느껴지는 게 없다”며 “주가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한다지만 속내는 연임을 염두에 두고 뭐라도 성과를 내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까지다.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힌 적은 없지만 취임 후 실적 악화, 주가 하락, 안전 문제 등이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연임에 도전하더라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의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은 내부 현장 관리보다 외부 홍보를 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여 연임에 나선다면 반대할 것”이라며 “(포스코) 적자 원인을 코로나19 탓으로 돌리는데, 지금까지의 투자 성과가 없었던 게 누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