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SK도 훌륭하지만 롯데는 마음의 고향” 류현진 “한화에서 은퇴 후 MLB식 감독 목표”
최근 11년 만에 FC 서울로 복귀한 기성용을 비롯해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이청용, 그리고 터키리그의 생활을 정리하고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김연경 등 해외파 스타플레이어들의 국내 무대 복귀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기성용이 11년 만에 친정팀 FC 서울로 돌아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코로나19 악재를 호재로?
김연경, 기성용 등은 여전히 해외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김연경은 11년 만의 흥국생명 복귀 기자회견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로 코로나19를 거론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훈련을 하지 못해 복귀를 결심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연경이 훈련과 경기 출전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내년에 열릴 도쿄올림픽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기 감각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올림픽 무대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출전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예상보다 일찍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것이다.
기성용도 마찬가지다. 2006년 FC 서울에 입단했다가 2010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하면서 오랜 유럽 생활을 이어간 그는 지난 2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와 단기 계약을 맺고 에이바르와의 리그 경기에서 교체로 뛴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출전이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마요르카와 4개월짜리 단기 계약이 끝났다. 지난 1월 한 차례 FC 서울과 복귀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가 구단과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결렬됐던 기성용은 스페인에서 귀국 후 6월 말 다시 FC 서울을 만나 재협상을 벌이다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해내면서 친정팀으로 복귀가 성사됐다.
여자 축구의 장슬기도 최근 유럽 무대를 떠나 친정팀 인천 현대제철로 복귀했다. 올해 초 스페인 여자축구 1부 리그 마드리드 CFF에 입단했던 장슬기는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되자 귀국을 결정했고, 유럽 축구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김연경은 국내 리그 샐러리캡으로 인해 자신의 연봉을 스스로 대폭 낮추며 주목을 받았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우는 어떻게?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김연경은 팀의 샐러리 캡(23억 원)을 의식해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신의 몸값을 1년에 3억 5000만 원만 받겠다고 구단에 먼저 제안했다. 터키리그에서 연봉 20억 원 이상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선수의 통 큰 결단이었다. 자신의 복귀로 인해 구단과 후배 선수들이 연봉 부담을 갖는 부분을 직접 나서서 해결한 셈이다. 김연경은 2020-2021시즌에는 3억 5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뛰지만 다음 시즌에는 자신의 활약에 걸맞은 몸값을 받아내겠다며 의욕을 다지고 있다.
기성용의 K리그 복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1월부터 조심스럽게 국내 무대로 유턴을 타진했다가 친정팀 FC 서울과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며 결렬됐고 이후 전북 현대 영입설이 돌았지만 FC 서울과 우선 협상과 위약금 조항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기성용 측과 FC 서울의 협상이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연봉 문제로 알려졌다. 구단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을 제시했다는 내용인데 축구계 한 관계자는 이 내용도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연봉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인 건 맞지만 더 큰 이유가 구단 내부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로 인해 서울은 팬들의 비난 속에서도 기성용이 스페인 마요르카와 단기 계약을 맺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6개월이 지나 다시 협상 테이블에서 만나 극적인 복귀 계약을 맺었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구단이 몸값을 깎으려다 기성용을 놓친 건 아니다.”
그렇다면 기성용은 서울과 3년 6개월 계약을 맺으면서 어느 정도 대우를 받았을까. 공식적으로 기성용의 연봉은 구단 내 최고 대우라고만 알려졌을 뿐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연봉이 7억 원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 축구 에이전트는 “옵션 포함 10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에이전트는 “서울은 지난 1월 기성용 측과 협상에서도 연봉을 낮게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그때보다 좀 더 올려서 기성용의 가치와 기대치를 포함해 10억 원 수준에 맞춰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복귀설이 불거졌던 추신수는 “잠시나마 설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진=이영미 기자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얼마 전 한 매체에서는 롯데 자이언츠가 추신수 영입을 위해 선수를 설득 중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가 삭제한 일이 있다. 이후 관련 기사가 쏟아지면서 ‘추신수’란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다음은 추신수의 이야기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있더라. 처음에는 이름을 클릭하기가 무서웠다. 이 시기에 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일이 없기 때문에 기대 10%, 두려움 90%를 안고 이름을 클릭했다. 그제야 롯데에서 나를 데려오려고 설득 중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는 걸 알았다. 솔직히 그 기사가 싫지는 않았다. 한 5초는 설렜던 것 같다.”
추신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기회가 된다면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외삼촌인 박정태 선수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야구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시간 날 때마다 사직구장에 가서 롯데 경기를 보고 성장한 탓에 롯데는 마음의 고향 같은 팀이다. SK 와이번스도 훌륭한 팀이지만 롯데를 향한 나의 특별한 마음 때문에 롯데가 아니라면 KBO 리그 복귀는 내게 큰 의미가 없다.”
추신수는 2007년 4월 진행된 ‘해외파 특별 드래프트’를 통해 SK에 지명된 터라 KBO 리그에서 뛰려면 SK에서 1년을 뛰어야만 한다. 트레이드 1년 금지 규약 때문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의 FA(자유계약)를 맺은 류현진은 이미 은퇴 전 행선지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다. 그는 기량이 하락하기 전 좋은 공을 던지고 있을 때 친정팀 한화 이글스로 복귀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3월 류현진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한화로 복귀하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한화 선수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류현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다른 팀에서 뛰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화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은퇴하는 게 내 꿈이다.”
류현진은 한화로 복귀뿐 아니라 은퇴 후 메이저리그식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감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내용도 처음 공개했다.
“여전히 한국은 감독, 코치, 선수들 관계가 수평이 아닌 수직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미국은 감독과 선수가 대화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고, 때로는 대립을 벌이며 서로 생각을 알아가는 과정을 형성한다. 모든 선수들은 감독 방을 찾아갈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밝힐 수 있다. 내가 감독이 된다면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말로만 소통이 아니라 진짜 소통하며 선수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는 게 은퇴 후 목표다.”
당시 류현진은 거듭 한국식이 아닌 미국식(메이저리그식)으로 팀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야구와 선수단 운영 노하우를 자신의 친정팀에 접목시키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