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신고 대상에서 관리소장 제외…이수진 “입법적 오류 피하기 위한 것, 면책 취지 없어”
이수진 의원. 사진=이종현 기자
관리소장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관리직원, 경비원, 미화원 등을 통솔하는 위치에 있다. 사용자인 입주자대표회의, 입주민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근로자 중에 가장 높은 지위와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해석되는 자리다.
입주자대표를 도와 거액이 오가는 아파트의 공사, 용역 계약을 처리하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의 주요 로비 대상 중 하나다. 사실상 직원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할 수 있어 여타 관리직원이나 경비원, 미화원들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평가된다.
2017년에는 인천의 아파트 관리소장이 해당 아파트 미화원을 강제 추행해 벌금 300만 원에 처한 일이 있었고 2018년 경남 진주에서도 관리소장이 관리직원을 성추행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재계약을 빌미로 여직원을 추행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관리소장이 있는가 하면 경비원, 관리직원에게 폭언하고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퇴사를 강요하는 등 입주민 못지않게 갑질을 일삼는 관리소장도 있다.
공동주택관리 단체들은 이수진 의원의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비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리소장을 신고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아파트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관리소장 단체의 요구가 법안에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수진 의원의 법안 제65조의2 제2항의 주요 내용은 그동안 관리소장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2항의 각호는 지난 20대 국회 함진규 의원이 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의안번호 20487)과 상당히 유사하다. 관리소장의 업무에 부당간섭 시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마찬가지다. 함진규 의원은 당시 “주택관리사(관리소장)에 대한 부당간섭을 방지하기 위해”라고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전국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 김원일 수석부회장은 “경비근로자 보호하겠다더니 관리소장 밥그릇을 챙겨준 꼴이 아닌가 싶다”라고 논평했다. 경비원 보호 법안은 온전히 경비원, 미화원 같은 사회적 약자를 향해야 한다는 게 김 부회장의 생각이다.
이수진 의원실은 “함진규 안은 관리소장에 대한 부당간섭 금지가 주된 골자이긴 했으나, 경비원들을 입주민 갑질로부터 보호하려는 취지도 담고 있었다. 법안 준비과정에서 함진규 안도 참고했으며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 갑질 방지에 보다 방점을 둔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리소장의 권익향상도 염두에 뒀냐는 질문에는 “일부 반영하려 했다”고 답했다.
경비원에 대한 관리소장의 갑질이 신고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서는 “관리소장을 제외한 부분은 관리소장이 신고의 주체가 됨과 동시에 신고를 받는 객체가 되는 입법적 오류를 피하기 위한 것이며, 관리소장이 경비원에게 갑질을 하는 것에 대해 신고나 처벌을 면제해 면책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수진 의원의 설명에도 개정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수진 의원 안은 입주자와 입주자대표의 권리가 위축될 우려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 역시 “관련 단체들에서 이수진 의원 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