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신 국내로, 재택근무 일상화 장기체류 상품 눈길…서핑 배우고 자전거 투어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해외여행길이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르는 시점에서 신혼여행객들의 발길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히든 클리프 호텔 & 네이쳐 제공
허니문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요즘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곳은 제주를 비롯해 여수 통영 부산 등 남해와 양양 강릉 등 동해안 일대다. 90% 이상이 렌터카를 이용한 자율여행”이라며 “여행사에서는 해외 허니문 상품처럼 제주나 부산을 목적지로 항공, 렌터카, 보험, 숙박 등을 묶어 개인별 일정에 따라 맞춤 허니문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온라인 여행 예약이 편리해져 개별예약이 많아졌다. 하지만 개별예약은 문제 발생 시 보상기준이 애매하고 소비자가 심리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어 허니문만큼은 상품에 대한 책임과 확실한 보장을 위해 여행사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국내 허니문 클래스
신라호텔 관계자는 “6월 제주 허니문 패키지 예약이 3월에 비해 5배 이상 늘었고 3박 이상 투숙객도 45%에 이른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해외 신혼여행을 미루고 기다리던 신혼부부들이 여름을 맞아 본격적인 국내 신혼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반얀트리, 신라, 롯데, 시그니엘, 파라다이스 등의 서울경기 특급호텔을 비롯해 제주의 특급호텔에서는 스위트나 이그제큐티브 객실을 기본으로 스파·마사지 코스, 온수풀·야외수영장 패키지, 결혼식에 지친 신혼부부를 위한 24시간 풀스테이, 레이트 체크아웃, 셰프 코스요리 룸서비스, 고급 수입차 렌터카 서비스, 골프라운딩 할인 혜택 등 허니문 패키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항에서 럭셔리 세단으로 픽업하고 익스프레스 체크인을 해주는가 하면 연박 투숙객에게 선셋요트체험과 글램핑 디너 등의 혜택을 주기도 한다.
작게는 투숙 중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리조트 내에서 찍은 사진들로 기념앨범을 만들어 주는 호텔도 있다. 2박 이상 투숙하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던 1980년대 신혼부부를 콘셉트로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수영복을 무료로 세탁해주는 등 소소한 서비스를 해주거나 면역력 증강을 위해 투숙객 전원에게 디톡스 주스와 비타민 주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제주신라호텔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로 2박 이상 투숙하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던 1980년대 신혼부부를 콘셉트로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어 준다. 사진=제주신라호텔 제공
#한달 살기 신혼여행
코로나19가 바꾼 이색 허니문 풍경도 있다. IT 관련 직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를 활용해 신혼여행 기간을 늘려 장기체류하는 ‘보름 살기’ ‘한달 살기’ 허니문도 등장했다. 여행사가 단기 렌트 주택과 렌터카를 알아봐 주기도 한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젊은 신혼부부들은 강원도와 제주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거나 서핑을 배우는 등 체험형 허니문을 즐기기도 한다. 평소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는 한 커플은 “일회성 체험이 아닌 서핑이나 스쿠버다이빙을 제대로 배워 즐기려면 최소한 일주일에서 보름이 걸리는데 신혼여행 기간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서로 합의했다. 호텔이나 리조트의 급은 좀 낮추고 체험 경비를 늘렸다”고 전했다. 단순히 비싸고 고급스럽게 즐기는 게 럭셔리가 아니라 취향과 니즈에 따라 맞춤으로 즐기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라는 의미다.
일주일 동안 제주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일주하며 야영을 하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신하겠다는 커플도 있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이 신혼부부는 “사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로 자전거 여행을 떠날 참이었다. 둘 다 자전거와 와인을 좋아해 자전거로 와이너리를 둘러보며 시음하는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대신 제주 해안을 자전거로 돌며 제주 맛집 탐방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장소가 해외에서 국내로 달라졌을 뿐 자전거 신혼여행 계획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