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마크출판 대표 “기획 회의도 참석 안해”…‘편집자 특권’ ‘특별휴가’ 등 주체적 동기 자극이 성과로
선마크출판의 우에키 노부타카 대표. 사진=선마크출판 홈페이지
선마크출판의 우에키 노부타카 대표는 편집자 출신 경영자다. 1995년 크게 히트한 ‘뇌내혁명(410만 부)’을 편집·기획한 것으로 유명하다. 소위 ‘대박이 나는 책 만들기’ 법칙을 묻자, 그는 “확실한 법칙이 있다면 고생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실은 팔리지 않는 책도 많이 만들고 있다(웃음)”고 밝혔다.
다만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을 분석했더니,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메가 히트작들의 특징’은 이렇다. ①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 ②몸과 마음의 치유와 관련된 내용 ③독자의 삶에 변화를 끼칠 수 있는 책 ④내용이 어렵지 않을 것 ⑤여성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가 등 5가지다.
‘왜 콕 집어 여성일까’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른다. 이에 대해, 우에키 대표는 “남성 독자는 감동을 받아도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은데 여성은 감동을 받으면 지인들에게 권해주는 ‘전파력’을 지닌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대부분은 저작권을 사들여 해외 서적을 자국어판으로 발행한다. 선마크출판도 미국 유명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의 자기계발서 등을 번역·출간해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해외에 판매하는 데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해외 편집자 중에 일본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꼭 팔고 싶은 책이라면 직접 번역해서 팔아야 한다. 번역의 질도 중요하므로 품이 제법 많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지난 7~8년 사이 해외 판매는 자사의 큰 수입원으로 자라났다.
2015년 미국 아마존 연간 베스트셀러 2위라는 기록을 세운 곤도 마리에의 실용서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 세계 각국어 버전. 사진=선마크출판 페이스북
대표적인 사례가 곤도 마리에의 실용서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이다. 이 책은 2015년 미국 아마존 연간 베스트셀러 2위라는, 일본 출판계의 금자탑을 쌓았다. 곤도(Kondo)라는 말이 ‘정리하다’를 뜻하는 영어 신조어가 될 정도로, 전 세계에 정리 열풍을 몰고 왔다. 또 다른 사례로, 교세라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의 ‘삶’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2016년 중국에서 400만 부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마크출판의 직원 수는 총 47명. 그 가운데 15명이 편집부 직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신입사원을 제외한 선마크출판의 모든 편집자가 20만 부 이상을 판매한 베스트셀러 경험자’라는 것이다. 사실상 전원이 ‘히트 편집자’다. 일본 매체 ‘동양경제온라인’은 “매달 산더미처럼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출판계에서 이러한 실적은 상당히 놀랍다”고 전했다.
혹시 선마크출판만의 ‘인재 육성법’이 따로 있을까. 우에키 대표는 “편집자를 성장시키려면 성공 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슨 일이나 해 본 사람이 하게 된다. “작은 성공이라도 경험이 쌓이면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에키 대표는 “직원들의 목표 달성을 돕기 위해 멘털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결점이 없는 인재는 없다”며 “좋은 조직이란 개개인이 장점을 발휘해 성과를 올릴 수 있고, 그들의 단점을 조직이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에키 대표도 이 말에 동의한다.
특히 출판은 편집자가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 일의 방식이 존재한다.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에키 대표는 “편집자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방법으로 책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사장 취임 초반에는 직원들의 취재에도 동행했지만, 지금은 기획 회의에도 나가지 않는다. 편집 관련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며 책이 나왔을 때 그것을 세상에 퍼뜨리는 등 다른 면에서 서포트를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선마크출판의 ‘편집자 특권’ 제도를 통해 탄생한 소설 ‘커피가 식기 전에’는 85만 부 판매라는 대히트를 치며 2018년 영화화 됐다. 소설 ‘커피가 식기 전에’ 표지.
또 하나는 ‘편집자 특권’이라는 제도다. 누가 반대하든,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을 제외하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책을 1년에 한권씩 낼 수 있다. 2018년 영화화된 소설 ‘커피가 식기 전에’가 이 제도를 통해 탄생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편집자가 연극을 보던 중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했다”고 한다. 당초 편집장은 난색을 보였단다. 그동안 소설을 다루지 않았던 것이 이유다. 하지만 편집자 특권으로 출판됐고, 결과는 85만 부 판매라는 대히트로 이어졌다.
이밖에도 그해 목표를 달성하면 모든 직원에게 1개월간의 특별휴가를 주는 제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플렉스제 등 유연한 근무 제도도 채택하고 있다. 우에키 대표는 “식상할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제일 값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취임 후 18년 동안 그가 가장 주력해온 것도 ‘열심히 일하는 사원에게 보답하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노력들은 좋은 결실을 맺었다. 경영저술가 우에사카 도루는 “사원에 대한 유니크한 투자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출판을 가능하게 했다”며 선마크출판의 경영을 평가한 바 있다.
선마크출판 연초 ‘호언장담대회’를 여는 까닭 선마크출판은 매년 ‘호언장담대회’를 연다. 허풍이든 망상이든 뭐가 되든 좋으니 ‘올해는 이렇게 하겠다’며 연초 큰소리를 치는 자리다. 우에키 노부타카 대표는 “밀리언셀러를 곧잘 내는 편집자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 라는 질문을 받는데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고 말했다. 다름 아니라 ‘밀리언셀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허풍도 중요하다. 실제로 “올해는 밀리언셀러를 노립니다”라고 선언한 편집자가 다음해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170만 부가 팔린, 신야 히로미의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이 바로 그것이다. 출판업계의 상당수가 “이제 밀리언셀러 같은 건 무리”라고 언급한다. “출판 불황이니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8000부가 한계”라고 말하기 십상.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정말 그 단계로 끝이다. 우에키 대표는 이를 ‘한계의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모든 것은 생각에서 시작된다”며 “호언장담대회는 직원의 한계의식을 제거하는 데 어느 정도 공헌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