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우선’ 외국계 기업 문화에 기인…“온라인 구매율 상승해도 이미지 타격 불가피”
국민들의 ‘일본기업 불매운동’이 여전한 상황에서 쿠팡이 최근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과 함께 협업을 시작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 사진=박정훈 기자
쿠팡은 지난 7월 25일부터 무인양품 상품을 로켓제휴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무인양품은 1980년 설립된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일본 본사인 양품계획 60%, 롯데상사 40%의 합작으로 세워진 무지코리아 법인에서 운영 중이다.
쿠팡의 로켓제휴는 판매자가 직접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가격과 할인율, 프로모션 진행 여부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단순 당일 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과 구별된다. 무인양품 측에 따르면 이번 로켓제휴 서비스는 쿠팡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쿠팡과 무인양품의 협업이 비난의 도마에 오른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 일본기업 불매운동이 여전히 뜨거운 시기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후 1년여가 지났지만 일본 정부가 반성은커녕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쿠팡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상당한 자본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일본기업’ 이미지로 시달렸던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무인양품과 협업이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일관계 전문 한 교수는 “쿠팡의 행보는 불매운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길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왜 굳이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커머스업계 내에서는 쿠팡 특유의 외국계 기업 문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쿠팡 최대주주는 미국 쿠팡엘엘씨(Coupang, LLC)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미국 시민권자다. 이런 이유로 쿠팡의 운영과 사고방식이 우리나라보다 미국과 더 가깝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국내 국민정서나 감성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외국계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불매운동 이전 무인양품은 국내에서 인기가 많았고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브랜드였던 만큼 나스닥 상장을 앞둔 쿠팡이 국민정서보다 매출 증대 가능성을 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본 브랜드 ‘무인양품’은 지난해 ‘일본기업 불매운동’ 영향으로 7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일요신문 DB
한편에서는 쿠팡과 무인양품의 협업이 효과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다른 관계자는 “불매운동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데 눈치를 보던 소비자들이 온라인 쿠팡에서 높은 구매율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앞의 관계자는 “무인양품과 제휴로 매출은 오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미지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