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우주 영화…‘선장’ 김태리 ‘레게머리’ 진선규 파격 변신에도 주목
‘한국형 SF’의 새로운 도전, 영화 ‘승리호’가 베일을 벗었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제공
18일 오전 진행된 ‘승리호’ 제작보고회에는 조성희 감독,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참석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중기가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 역을, 김태리가 ‘승리호’의 리더 장 선장 역을 맡아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을 보인 바 있다.
조성희 감독은 ‘승리호’의 시작이 10년 전 친구와의 식사자리에서부터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우주 쓰레기, 즉 우주 산업 폐기물들의 확산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위험해서 현재에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들었다. 총알보다 빠른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 노동자에서부터 소재로 삼아 시작하게 됐다”며 영화 제작 비화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찾아보니 우주 쓰레기, 그리고 그것들을 수거하는 그런 직업에 관해서 굉장히 많은 애니메이션, 게임 등등에서 다뤄졌더라. 그래서 세계 어디를 가도 살아남는 한국인들이 이런 직업을 하면 어떨까란 상상에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덧붙였다.
‘승리호’는 송중기의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늑대소년’ 이후 9년 만에 조성희 감독과 다시 한 번 합을 맞춘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자신이 맡은 태호에 대해서는 “살면서 처음 해 본 역할이었고 쉽지 않은 연기였다”고 설명했다. 송중기는 “실제로 태호는 ‘구멍난 양말’이란 해시태그랑 잘 어울리는 남자다. 돈이 없어서 구멍난 양말을 신기 때문”이라며 “돈이 없기에 돈이 되는 일은 뭐든 찾아다니는, 냉철하고 냉정하고 잔머리도 잘 굴리는, 돈만 된다면 뭐든 다 하고 싶은, 심각히 절박하게 돈을 찾는 인물”이라고 소개해 그가 이제까지 맡아왔던 캐릭터와는 또 다른 매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김태리가 SF 영화에 첫 도전, 그것도 국내 영화 역사상 처음인 여성 선장 역을 맡았다는 점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늘 술에 절어있어 막말은 기본, 안하무인의 성격이지만 승리호의 브레인이자 전략가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태리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장 선장이란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성으로서 선장이란 직함이 최초이고 그런 점도 매력적이었다”며 “개성이 있고 어찌보면 단순한 캐릭터인데 그런데도 그 내면에 따뜻함이 깃든 캐릭터라 좋았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우주 영화에 내가 한 부분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란 기대감이 컸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태리는 ‘장 선장’ 역으로 진선규와 함께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진선규는 갱단 두목 출신으로, 현재는 ‘승리호’의 기관사 타이거 박을 연기한다. 전신 문신과 레게 머리 분장으로 또 다른 영화의 파격성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진선규는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첫 우주 영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메리트를 느꼈다. 연극 공연했을 때 우주 과학자 역으로 우주 쓰레기를 공부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그중에서도 우주 청소부란 이야기가 흥미로웠다”며 “이 배우들과 같이 조성희 감독님의 색깔이 입혀진 작품이라면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수 있겠다 싶어서 덥석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준비를 더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유해진은 한국 영화 최초로 로봇 모션 캡처 연기에 도전했다. 유해진의 첫 시도의 결과가 된 ‘업동이’는 승리호의 작살잡이 로봇이다. 잔소리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승리호의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다. 유해진은 “다른 사람이 한 액션에 제 소리를 맞추면 제꺼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제가 모션까지 하겠다고 했다. 더 업동이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다”며 “생소했지만 신선한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서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한편 ‘승리호’는 총 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돼 올해 가장 큰 기대작으로 꼽혀 왔다. 배우들과 제작진은 ‘승리호’가 보여줄 한국형 SF에 대해 “사람 냄새 나는 우주영화가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조성희 감독은 “고증보다는 상상력에 바탕을 둔 영화지만, 이 이야기 안에 있는 인물들은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대출 이자금, 공과금을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다. 초능력 수트를 입은 할리우드 영웅들이 아닌 한국의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게 우리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자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9월 23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